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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Aug 13. 2020

임대업? 숙박업?..'용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


지난 2006년에서 2007년,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호텔업계가 '서비스드 레지던스(레지던스)'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레지던스는 오피스텔과 비슷한 구조로 실내에서 취사가 가능하며 청소와 같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설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체류 외국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일부는 숙박업으로 일부는 임대업으로 등록했다. 이후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레지던스는 크게 늘었다.


레지던스의 성장에 위기를 느낀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2006년 10월 서울 19개 레지던스에 대해 건축법 위반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2010년 4월, 결국 업무시설 등으로 사용승인받은 부분을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숙박시설로 사용한 것은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레지던스 논란은 당시 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거주와 숙박 간의 모호한 경계가 사회 이슈로 번져 '임대업이냐 숙박업이냐'의 논쟁이 국내 최초로 공론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시 논란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레지던스를 숙박업의 틀 안으로 포섭하는 식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관광 숙박시설 부족 문제가 제기되자,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업' 조항을 추가했다. 이로써 레지던스는 일반 숙박업과 구분되며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레지던스의 법적 지위는 공고해졌으나, 다른 시설들은 아직 남아있다. 거주와 숙박 겸용으로 쓸 수 있는 다른 하이브리드형 시설들에 대해서는 또다시 비슷한 논쟁을 이어가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거와 숙박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공간에 대한 인식, 사용 양태 변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집은 더 이상 주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1~2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의 등장은 집의 용도를 주거에 한정시키지 않는다.


건축 기반 스타트업 블랭크는 주거 구독 서비스 '유휴 멤버십'을 시작했다. 귀촌을 위해 잠시 지역에 살아보는 경우, 다른 지역으로 파견근무를 가는 경우, 한 달여간 논문을 쓰러 타지에 가는 경우 등 여행이 아니라 짧게 거주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사용자는 지정한 집에서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기 임대형 거주인가, 아니면 숙박인가?


유휴 멤버십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집. 출처 유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숙박 겸 주거시설인 손더(Sonder)와 리릭(Lyric)은 거실과 부엌, 베란다를 포함한 객실을 제공한다. 호텔처럼 하루만 빌려 쓸 수도 있지만 집처럼 2년 동안 임차할 수도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행하듯 도시를 경험하는 ‘노마드’ 스타일의 밀레니얼에게는 몸만 들어가면 서비스를 얻을 수 있는 호텔이 주거용으로도 적격인 셈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호텔은 마치 집과 같아 스스로를 ‘단기 임대 아파트’라고 부른다. 오래 머물기에는 답답한 개인 공간을 집과 같은 분위기로 꾸며 단기 거주용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손더는 창업 5년차인 지난해 7월 11억 달러(약 1조 3038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아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지난 11월 에어비앤비는 생활숙박시설 전문 운영업체인 핸디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숙박시설을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생활숙박시설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기존 오피스텔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존 오피스텔이 생활숙박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모트 워크의 증가와 1~2인 가구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은 생활숙박시설 같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새로운 시설에 대한 니즈를 점점 더 늘리게 될 것이다. 


주거와 숙박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이 시대에, 한 공간을 하나의 용도로만 규정하던 관행은 강하게 도전받게 될 것이다.




필자: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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