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Aug 20. 2020

"죄송합니다 이 ○○님들아!"…홍보팀으로 존버하기


홍보팀은 모든 회사에서 가장 독자와 맞닿아 있는 곳일 거예요. 출판사도 마찬가지인데요. 홍보팀은 도서 소개, 출판사 소식 등을 독자들에게 알릴뿐만 아니라, 반대로 독자들의 의견을 듣는 첫 번째 귀가 되곤 합니다.(ㄱㅏ끔 그 귀를 닫고 싶다..★)


대다수 독자분이 출판사로 연락하는 경우는 비슷한 이유입니다. 책에 오타를 발견했거나, 파본에 관련한 문의 사항이죠. 그러나 간혹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않는 연락이 오기도 해요. 이게 분명 뇌를 거쳐서 나온 건가?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싶은 내용들이 있답니다.


지금은 해탈해서 웬만한 얘기에도 끄떡도 없는 강철 멘탈이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었던 일도 많았는데요. 홍보팀 존버를 위해서라면 거쳐야하는 관문. 오늘은 99%의 독자님이 아닌, 1%의 독자 놈들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인터비즈가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우리네 존버기를 전해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기 직장에서 분투하는 각양각색의 삶을 소개하며 함께 힘내자는 의미의 글입니다. 


오늘 전해드릴 내용은 출판사 존버기의 최종화(5화) 입니다. 이전 기사 검색은 여기. 맨 아래 다음 존버기 주인공 모집 안내 배너에도 주목해 주세요. 


앞서 인터비즈 존버기 공모에 응해주신 다른 분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해당 작품들을 찬찬히 살피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책 공짜로 달라는 대학교수


= 시작은 며칠 전 제 자리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어느 지역 대학의 교수인데, 자기가 볼 수 있게 책을 보내줄 수 없냐는 겁니다. 사회적 명성이 저 하늘 위에 있으신 분인데 설마.... 


제가 잘못 들은 거겠지 하고 “아~ 네. 절판 처리된 책이 아니라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십니다^^” 가식 양념을 쳐서 답변을 드렸더니 화를 내시면서 “돌려 말하지 말고 보내줄 수 없다는 거냐?”라고 다시 물으시더라고요.


아니 저보다 월급이 높아도 두 배는 높으실 분인데 책을 공짜로 달라니요? ‘다음 학기 교재로 쓸 건데-’라는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달라고 해서 더 놀랐습니다. 사정이 있으신 분도 아닌데, 책 한 권에 돈 들이기가 그렇게 아까운 걸까요? 


하지만 전 ‘죄송하지만-’이란 말을 달며 그렇게는 보내드린 사례가 없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죠. 돌아오는 건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개싸가ㅈ.... 이럴 때보면 참 학문이 높다고 다는 아니란 걸 새삼 느끼곤 한답니다. 세상은 넓고 도rai는 많다




2. 오탈자를 찾았는데 다른 도서로 바꿔달라는 사람


= 이건 옛날 출판사에서 겪은 일인데요. 출판사에 다니다 보면 오탈자 신고(?)는 일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님들은 감사하게도 오탈자만 알려주고 전혀 사례를 바라지 않으세요. 도리어 ‘좋은 책인데 오탈자가 있어서 아쉽다’라는 덕담까지 해주시고요.


근데 그때 그 독자님()은... ‘A 책의 오탈자를 찾았는데, A를 다 읽었으니 B 책으로 사례해달라’라고 뻔뻔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거슨 A가 B가 되는 기적의 논리ㅎ.. 


그러나 역시 ‘책을 드릴 수 없다’는 7글자를 ‘죄송하지만-’을 서두로 하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로 끝을 맺는 장문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럴 때면 자괴감이 들기 일쑤입니다. 늘 죄송해야하는 프로죄송러ㅠ_ㅠ (죄송합니다. 이 독자놈아.)



3. 사탄과 하나님을 번갈아 찾는 구원의 전화


= 몇 달 전에 받은 따끈따끈한 전화입니다.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상당히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네이버 책문화판에 소개된 도서 홍보 글을 보고 연락을 했다면서, 다짜고짜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며 화를 내셨어요. ‘그게 대체 책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냐’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홍보팀은 절대 그래선 안되기에 일단은 더 들어봤습니다.(떡밥을 즐기는 편)


그분의 이야기를 세 문장으로 줄여보자면, ‘지금 사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성경을 읽으면 모두가 구원받을 수 있다.’였습니다. 세 글자로 말하면 Dog소리였죠.


성경이 정말 좋은 책인 건 당연히 인정합니다. 근데 사탄의 세상이라니... 제가 최근 아이유 님 이야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심지어 아이유도 저주에 걸렸다고 하시더군요.(진짜 아이유는 건들지마라)


그렇게 5분간 설교가 이어졌고(날 사장님이라 칭해서 참았음) 그리고 순순히 들어줘서 고맙다며 끊으시더라고요. 황당하기도 했지만, 설교 후에 묵묵히 끊으시는 그 분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 글 보고 계시다면 한 번 더 연락주세요. 들어는 드릴게



4. 어딘가 많이 어색한 작가 베프들


= 의외로 많은 네 번째 내용입니다. 종종 작가님의 친한 지인이라면서 연락처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번호가 없으면 안 친한 거 아닌가요?’라고 묻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설움... 참고로 개인 연락처는 작가님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절대 알려줄 수 없습니다.(그만 물어보셔요.)


정 원하실 때에는 휴대전화 번호대신 이메일 주소를 알려드리곤 합니다. 아니면 전할 내용을 따로 받아 저희가 작가님께 전해드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굳이 연락처를 알아야겠다는 분들이 계신데, ‘과연 작가님도 당신의 전화를 원할까요?’라고 속으로 생각만 합니다.(그렇게 따지면 나도 펭수랑 친구야. 펭-하)



5. CIA, FBI를 간접 경험한 사연


= 전전 직장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많이 나오는 출판사였어요.(프로 이직러) 그래서 세상의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계신 분들의 전화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왔었습니다.


남북 정세가 확 뒤바뀔 정보를 알고 있다거나, 자신이 가진 정보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고 작가에게만 말하겠다거나,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를 완전히 뒤집어엎을 내용이거나, 현직 대통령의 숨겨진 비하인드 등(하도 많아서 기억도 안 남)


그럼 왜 그런 내용을 출판사에 말하냐? 결론은 '출판'입니다. 이 정보를 가지고 책을 만들자는 거죠. 하지만 출판사는 완성된 원고를 받지, 파편적인 정보로 책을 만들진 않습니다. 아쉽지만 그런 분들 중 99.9%는 원고도 없고, 정확한 정보도 없고, 신빙성도 없고, 논리도 없습니다




6. 서포터즈 신청은 대체 왜 했나요?


= 홍보팀에서 늘 겪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서포터즈 제도를 운영하는데요. 몇 분을 뽑아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해드리고, 리뷰는 받는 형식이죠.(뒷광고 아님 앞광고 맞음) 여튼 서포터즈 신청하셔서 뽑아드렸더니 책만 받으시고, 공지에 답장도 없고, 끝날 때까지 잠수로 일관하시는 분들. 프로 잠수사세요?


대체 그럴 거면 왜 신청하셨나요ㅠㅠ 이럴 때면 그 잠수 독자 분 때문에 떨어지신 다른 독자님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생각보다 먹튀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아요. 쪼렙일 때는 꽤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끝까지 연락해서 받아내는 자낳괴가 되었습니다^0^!!



7. 인신공격하면 기분이 좋아지나요.


=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익명이 가능한 플랫폼에서는 종종 책이 아닌 사람을 까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홍보팀이라 어쩔 수 없이 어그로, 낚시질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가지고 인신공격까지 하시는 분들이요.


어그로, 낚시성 글에 대해서 비판을 하시면 저희도 ‘에휴~ 우리의 숙명이지 뭐.’ 이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넘어가는 편입니다.(홍보팀은 은근 멘탈이 강함)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밌게 읽다가 책 광고인걸 알아버리면 허무할 수도 있으니까요.(저희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니 이해해주세요ㅠㅠ)


그러나 원색적인 비난이라든가, 젠더 감수성 등 민감한 내용을 가지고 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면 주먹을 등 뒤로 뺐다가 쭉- 하고 고무고무 펀치를 날려주고 싶지만, 그래도 그냥 답글 없이 넘기는 편입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니까요.)




▶박 대리: 이 사람이 궁금하다면 여기 누르고 인스타 서핑


쓰다 보니 출판사 홍보팀 3D 직종이네요. #엄마난잘살고있어 요즘도 늘 ‘죄송합니다.’,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를 달고 살지만 그래도 독자님들의 응원으로 먹고 사는 홍보팀이기도 합니다.(급 착한 척)


이번 ‘출판사 존버기’를 연재하면서도 모든 댓글을 빠짐없이 다 읽었답니다. 이런 뻘글에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제 글이 네이버 비즈니스판에 실리다니, 특별한 경험이었어요.(이 글을 실은 기자님도 제정신은 아ㄴ)


앞으로도 전 출판사 홍보팀에서 열심히 존버할 예정입니다. 갈 곳이 없 여러분도 열심히 존버하시고요. 혹시나 출판계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제게 DM보내주세요. 다음 존버기도 독자의 입장에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무더운 여름, 힘내세요 여러분! 내일은 더 힘들 거니까요!



김재형 편집 inter-biz@naver.com




매주 한 건씩 수요일 오전에 발송하는 인터비즈 뉴스레터는 그주의 핵심 트렌드 키워드와 테마를 가지고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를 분석합니다. 매주 인터비즈의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인터비즈 뉴스레터 신청하기









작가의 이전글 상대에 휘둘리지 않고 협상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