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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Sep 07. 2020

박소연 작가가 말하는 "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쉬지 않고 달렸다. 201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최연소 팀장을 달고 첫 해부터 23개팀 중 가장 높은 고과를 받았다. 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회사도 좋았고 사람들도, 업무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더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봉이 줄어도 더 하고싶은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박소연 작가는 그렇게 회사를 나와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 작가는 스스로를 '파이어족'이라고 부른다. 어느정도 경제적 성취를 이룬 다음 회사를 그만 두고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걷는다는 뜻이다. 회사를 나온 박 작가는 회사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작품인 <승진의 정석>부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까지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회초년생은 물론 팀장, 임원까지 그의 책에 공감한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에서 잘 말하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지난 2일 박소연 작가에게 신입사원의 고민부터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팀장의 노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를 고려해 인터뷰는 줌(Zoom)을 이용한 화상통화로 진행됐다.




신입사원이 꼭 알아야 하는 언어: 회사어


박 작가는 사회초년생이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회사어'라고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쓰이는 언어와 회사에서 쓰는 말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입사원은 상대방이 내 말을 듣는다는 걸 전제로 말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말을 들어주지 않은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중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잘 듣지 않아요. 말을 길게 하면 언제 결론이 나올지 모르니, 직장 상사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아요. 말을 장황하게 하면 오히려 내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절반도 전달하지 못하는 거죠."


그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두괄식으로 30초 안에 간략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보고하러 갈 땐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안심 첫 문장'을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작가는 "문제를 보고하러 가면 보통 현황 설명을 먼저 하는데, 사실 상대방은 현황을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며 "들어갈 때부터 두괄식으로 핵심을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 준비 과정을 예로 들었다.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연사 A는 섭외하기 어려운 유명인이다. 300만 원으로 A를 섭외했는데, 그가 갑자기 500만 원으로 섭외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사원은 이제 팀장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사원: 팀장님, A컨퍼런스 관련 보고드려도 괜찮을까요?


팀장: 왜?


사원: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박 작가는 "이렇게 보고를 시작하면 팀장은 머리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회의 때 A연사가 온다고 이미 보고도 다 끝냈고 칭찬도 받은 상황인데, 안 온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결국 듣고 보면 200만 원짜리 문제란 말이에요. 그 상황에서 이미 팀장은 화가 났기 때문에 '내가 해결해 줄게'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아요. 만약 가벼운 문제가 발생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는 게 좋아요."



사원: 팀장님, A컨퍼런스 잘 진행되고 있는데요, 200만 원 정도 예산 추가 이슈가 있어서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처음부터 얘기하면 됩니다. 잘 진행되고 있다는데 상사가 화를 낼 이유도 없고 분위기도 나빠지지 않아요."




말하기가 가장 중요한 직급, 바로 '팀장' 


다만 박 작가는 회사에서 말하기가 가장 중요한 직급은 팀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팀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전달력'을 꼽았다. 


박 작가는 "팀장은 팀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정확하게 전달하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가져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뭘 시켰을 때 팀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걸 잘 하지 못하면 팀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팀장님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대부분 팀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퇴근 후 팀원들과 함께 치킨을 먹는 그런 방법은 좋은 접근법이 아니에요. 팀장이 팀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윗사람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해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에요."


그는 "추상적인 지시를 받으면 질문을 통해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달하면 일의 양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회사 광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부사장이 갑자기 회사 광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상황이다.



부사장: 우리 회사 광고가 왜 이렇게 구식이야? 감각적이게 못 해?


팀장: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박 작가는 "감각적이라는 말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냥 '시정하겠다'고만 하면 부사장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팀원들이 A부터 Z까지 감각적인 걸 찾아서 기획안을 만들어도 부사장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에는 대화를 통해 부사장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범위까지 수정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사장:우리 회사 광고 왜 이렇게 구식이야? 감각적이게 못 해?


팀장: 맞습니다. 저희 광고가 올드하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습니다.


부사장: 그런데 왜 안 바꿨어?


팀장: 죄송합니다. 그런데 요즘 감각적인 광고가 많이 나오던데 혹시 부사장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으셨나요?


부사장: 그냥 감각적인 것 있잖아.


팀장: 그럼 A사의 이 광고는 어떠세요?


부사장: 그건 너무 애들 같아.


팀장: 다음주에 저희가 정리를 해서 보고를 드릴텐데요. 그럼 이번 기회에 저희 회사 전사 광고를 바꿔볼까요, 아니면 다음 달에 나오는 신제품부터 적용을 해볼까요?



박 작가는 "방향을 줄이고 범위도 줄이면 혼난 것 같지만 얻을 건 다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장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매니징하는 게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을 10분의 1로 줄여주면 같은 업무를 하고도 원하는 성과를 더 기분 좋게,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와 소통 어려워하는 팀장,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회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걸 어려워하는 팀장도 많다. 박 작가도 회사에 다니던 시절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할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가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을 맡았던 때에는 팀원 중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업무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경험상 밀레니얼 세대는 선배 프로젝트에 부하 직원들이 수발드는 걸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아니 저 사람이 몇 년 먼저 입사했다고 내가 왜 저 사람에게 성과를 몰아주거나 승진을 몰아줘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수발드는 업무만 하고 있으면 자기가 이용당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트라우마가 '조별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내가 준비를 다 했는데 다른 친구가 높은 성과를 받고, 이런 부분에 상당히 민감하더라고요."


박 작가는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고, 회사를 옮기려 해도 이력서에 쓸 것도 없고,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티도 안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업무를 공정하게 배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겨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프로젝트를 맡길 때 방향을 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팀장이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틀을 잡아주고 대신 세세한 부분은 팀원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틀 안에서 직원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주고 지도교수처럼 챙겨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착한 상사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그는 팀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착한 상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작가가 생각하는 착한상사란 "싫은 소리를 못해 남을 악역으로 만들거나 잡무를 가져오는 사람"이다.


박 작가는 "위에서 뭔가 지시하면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업무를 팀원들에게 전달하는 걸 두려워해 '좀 힘들답니다' 이런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며 "계속 그런 말을 반복하면 결국 그 윗사람이 악역을 맡아야 한다. 그런 상사는 위에서 봤을 땐 너무나 무능한 직원"이라고 비판했다.


팀원들 입장에서 최악의 상사는 잡무를 계속 가져오는 사람이다. 박 작가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잡무를 하며 성과를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팀장 회의를 하다보면 누구의 업무도 아닌 것 같은 '설거지 업무'가 있어요. 


돌아가며 맡긴 해야 하는데, 그걸 그냥 항상 받아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주간업무계획에도 쓸 수 없는 잡일인데 시간은 많이 드는 그런 업무요. 팀원들은 그걸 하느라 자기 원래 업무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면, 직급을 떠나 회사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박 작가는 '상대방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성과를 내고, 동료들과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일에 대해 어느정도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와 업무 자체를 싫어하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태도가 눈에 보여요. 그러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지도 못하고 좋은 평판을 얻어 좋은 위치로 가지도 못해요. 사실 승진하고 직급이 나아졌을 때 좋은 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자기 마음껏 할 수 있는 재량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거든요. 일을 잘 할수록 괜찮은 프로젝트를 맡을 확률도 높아지고요. 일을 싫어하고 조직을 싫어하면 점점 더 사고쳐도 괜찮은, 그런데 신경은 많이 쓰이고 재미없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그럼 일이 더 재미없고 싫어지는 거죠." 그는 사회초년생에게 "자기가 맡은 업무를 어느정도 공부하며 이룰 수 있을 만큼 좋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박 작가는 꾸준히 책을 집필할 예정이다. 회사 생활을 다룬 자기계발서와 소설책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책이 5~7년차 혹은 사회초년생을 위한 것이었다면 연말에는 10년차 이상 직급, 혹은 스타트업에서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비즈 서정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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