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Start-up)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기 사업체라면 스타트업이라고할 수 있는건가? 그런 정의라면 왜 우리 동네 국숫집이나 족발집은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필자가 선호하는 일반적 창업과 스타트업의 구분은 ‘혁신성 추구’ 여부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씨포스의 첫 인상은 몇 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오퍼상(수출대리인)일 뿐 스타트업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대표가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제조를 직접 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이 회사의 역량이라는 것이 오랫동안 무역업종에서 일해온 경험을 가진 박성호 대표가 가진 해외 유통 네트워크만이 보일 뿐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박성호 씨포스 대표가 말하는 이 ‘베일리쉬’라는 제품은 다른 '붙이는 벽지'들과 다르다. 일단 소재가 친환경적인 패브릭이다. 그 패브릭 위에 디자인 인쇄가 가능하다. 포스트잇처럼 몇 번이고 떼었다 붙일 수 있다고 한다.
홈인테리어 관련 인터넷몰에서 보이는 여타 제품 대비 차별성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제품의 차별성이 있다 해서 이 회사가 팔릴 만한 제품을 잘 고른 오퍼상인건지, 나름의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인건지 판단은 되지 않았다.
미심쩍은 마음에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제품의 특성이며, 해외 유통업체와 고객의 반응.. 등 거만하게 물어봤다. 하지만 매출을 물었을 때 필자는 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주 예의 바르게. 올해 예상매출이 100억이란다. 상반기 수출물량만 30억원을 넘겼으며 영업이익률 또한 예상치를 웃돈다.
매출 100억 원은 인정해야한다. 아니 존경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직 이 회사가 팔릴 만 한 제품을 잘 고른 오퍼상인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스타트업인지 확신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씨포스라는 회사에 있는가?’이다. 이제부터 조금 더 깊이 알아보자.
씨포스라는 회사의 핵심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 제품의 개발 과정과 특허 관계를 물었다. 베일리쉬라는 창문과 벽에 붙이는 패브릭시트지를 개발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특허는 제조사(패브릭 시트 생산)와 접착제 생산자 그리고 박 대표 공동 소유라고 한다.
이때 박 대표의 주요 역할은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의 기획, 즉 제품 기획을 주도한 것이며 유통 및 마케팅 또한 책임진다.
단순히 제조자가 만든 제품을 찾고 해외 수출을 대행하는 오퍼상의 업무범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미션이 기존의 문제에 대한 혁신적 도전임을 떠올려 본다면 제품을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젊은 CEO는 성장을 위해 다각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매출처 확대를 위한 수출 유통 네트워크의 확장과 온라인 플랫폼 진출, 자체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모델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비전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잠깐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수출 네트워크의 확장
베일리쉬라는 창문과 벽에 적용하는 시트지 외에 바닥용 제품까지 전세계 주요국가에 총판 업체를 확보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에 총판 업체와의 관계를 구축했다. 지속 확장을 통해 수출량을 늘릴 예정이다.
2.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품 기반 직판의 확장
자체적으로 개발한 베일리쉬와 같은 특수품목에 일반품목까지 더하여 홈인테리어 관련 제품군을확장하여 온라인 직판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진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제품군 확장에 대해서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는 만큼 씨포스의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핵심역량과의 연계성 위에서의 제품확장의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3. 주문형 인테리어 제품 공급 플랫폼
씨포스는 그들의 사업계획서 안에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플랫폼이라 할 수 없건만 왜 그럴까? 플랫폼이 멋있어 보이나?
박성호 대표가 설명하는 주문형 인테리어 제폼에 대한 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성장과 비즈니스의 지속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플랫폼이라고 모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박성호 대표가 꿈꾸는 플랫폼의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다음장에서 조금 더 깊이 알아보자.
씨포스의 회사소개서를 보면 플랫폼이 두개나 등장한다. Printing Platform과 Curation Platform이 그것인데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박성호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대충 이런 그림이다. 고객과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양면시장 플랫폼이며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큐레이션 기능까지 포함한다. 두개로 표현돼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인다.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는 창업자들에게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하도 강조하다 보니 이런 무리수가 나온 것일까? 복잡하다. 무엇보다 비용 대비 효과성에 무리수가 있다. 몇 가지 무리수를 짚어 보면 이렇다.
첫째, 고객이 의뢰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대응해주기 위해서는 비용이 과다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고객? 씨포스?)
둘째, 디자인 시뮬레이션 대응 등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비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너무 적음 (디자인 의뢰가 곧 제품의 구매가 아니니까)
셋째, 이미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 시뮬레이션 서비스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엇으로 차별화할 것인가? (차별적 가치가 없는 플랫폼에 대한 양면 시장 고객 참여 기대는 무리)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씨포스 제품의 핵심차별성을 떠올려 보자. 고객이 원하는 대로 패브릭 시트지에 인쇄가 가능하며, 시공이 쉽고(전문시공자가 필요 없다), 몇 번이고 재부착이 가능하다.
이 핵심차별성이 소구될 수 있는 시장을 재정의 해본다면, 가정은 물론 영업용 매장의 벽면과 창문, 각종 행사 및 이벤트의 플래카드 대체 등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전제 하에서 목표시장에 줄 수 있는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비즈니스모델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날 수 있다. 고객의 대응에 비용이 최소화 되고 상업용/이벤트용 시장을 타겟으로 하면서 가격의 저항 또한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낮다.
플랫폼이든 뭐든 비즈니스모델이란 것은 고객가치가 명료하고 프로세스는 단순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비용과 수익구조를 가져야 한다.
‘베일리쉬’라는 차별화된 제품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씨포스는 매출도 좋고 수익성도 좋다. 하지만 지금 멈춘다면 그건 스타트업이 아니다. 왜 그럴까?
시중에서 판매되는 벽과 창문에 시공할 수 있는 시트지 대비 차별성은 인정되지만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는지는 아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갖고 있는 그 기술적 진입장벽이 경쟁제품의 시장 진입에 대하여 얼마나 더 버터 줄지는 확신이 없기도 하다.
지금의 진입장벽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을 때 씨포스는 제품을 넘어 비즈니스모델 혁신으로 새로운 차원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모델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함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비즈니스모델의 지향점은 더 많이 지불하고 더 많이 소모하는 핵심고객군에 적합한 가치를 가진 제품을 공급하되 고객에 대하여 직접적이며 신속하면서도 저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 일이어야 한다. 결국, 고객을 장악하는 것만이 지속적 성장을 담보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성호 대표는 그의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듣는 시간 내내 ‘여기서 멈출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한 여기서 멈추면 ‘오퍼상’일 뿐 ‘스타트업’이 아니란 점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 필자 / 황현철 인사이터스 컨설팅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인터비즈 콘텐츠플랫폼팀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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