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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Sep 03. 2020

일주일에 한 시간….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 갖기


1980년대에 미국의 국무 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는 일주일에 한 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연필과 노트 패드만 갖고 방문을 닫으며 비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아무도 전화 연결 하지 마세요. 두 사람만 빼고. 아내나 대통령.”


미국 제60대 국무장관 조지 슐츠. 출처 : 위키백과


하물며 일반 회사원도 일주일에 한 시간을 내기 힘든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국의 국무 장관에게 일주일에 한 시간은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슐츠 장관에게는 이 한 시간이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전략적으로 자신의 일을 돌아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한 시간이 아니면 그는 순간순간의 의사결정에 허덕이다가 단기적인 목표와 결과만 보고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한 시간을 그래서 ‘슐츠 아워(hour)’라고 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 당장 끝내야 하는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일을 왜 하는지조차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일이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바쁜 사람일수록 짬을 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은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전체 그림을 보기가 쉬워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이 아니라 조금 더 긴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하루에 2시간 명상을 하며 1년에 2달은 인도 뭄바이 근교의 암자에서 세상과 연락을 끊고 지낸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는 소식을 2달 후에 알았을 정도다.


캐나다의 온라인 쇼핑몰 구축 솔루션 ‘쇼피파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토비아스 뤼트케는 분기에 일주일씩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사무실에 출근하기도 하고 책을 싸들고 숲에 들어가가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10년 후의 쇼피파이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보낸다. 항상 단기적인 계획에 매몰돼 있기 때문에 분기에 한 번씩 일부러 장기적인 계획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얘기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좋은 연구를 하는 비결이 일을 덜 하는 데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몇 시간을 허비하지 못하면 몇 년을 허비하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상당히 버거워한다는 데 있다. 한 시간이 아니라 15분도 벅차다. 사람들에게 15분 동안 방 안에서 혼자서 생각을 하며 보내보라고 한 실험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지루할 때를 대비해 다른 한 가지 옵션이 주어졌는데 자신에게 약한 전기 쇼크를 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15분 동안 67%의 남성과 25%의 여성이 자신에게 전기 쇼크를 가했다. 가만히 앉아서 혼자 생각을 하느니 뭔가 부정적인 거라도 자극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이렇게 힘들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인류는 비교적 최근까지 지루한지 모르고 살았다. 지루함(boredom)이라는 어휘가 생긴 건 19세기 중반부터였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지루함은 그냥 인류의 삶의 일부였다. 인류가 영위한 심플한 삶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루한지 몰랐으며 이를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소비문화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끊임없는 자극 속에 살게 됐다. 자극이 없었을 때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한 번 자극을 맛보고 나면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 계속된 자극이 없어지는 순간 지루해진다.


이제 자극에 익숙한 우리는 쉽게 지루해진다. 그리고 지루함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 뭔가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루함은 피해서 좋을 게 없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루함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지루할 때 인간은 생각을 더 하고 창의적이 되기 때문이다.


지루함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멍을 때리거나 빈둥거릴 때 뇌 속의 ‘디폴트 모드 (default mode)’라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이때 인간의 뇌는 독창적으로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다. 


마음의 시간 여행을 다녀 오기도 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이해를 하려 하며 교훈을 얻는다.


마크 A. 호킨스는 책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에서 “지루함은 생각이 자라고 발전할 공간도 제공한다. 지루함 속에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무의식 속에 있는 다른 모든 정보와 만나 배양되고 혼합될 기회를 얻는다. 마법은 이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콕’하고 있다가 보면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언택트’ 관련 서비스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유튜브를 보며 운동을 한다. 


하지만 이번을 기회 삼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삶을 돌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고, 창의성이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참고

Is the Lockdown Making You Depressed, or Are You Just Bored?

You’re Too Busy. You Need a ‘Shultz Hour.’

지루함을 허하라. 아이들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필자 김선우


약력

- 전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 이메일 구독서비스 '노멀 피플' 운영 (blog.naver.com/wildwildthing)



인터비즈 정서우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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