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에서 작은 주얼리 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2015년을 추웠던 해로 기억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하는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사드 배치 사태를 겪으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강씨는 "2015년 피크를 찍고 2016년에도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타개책 마련을 위해 선택한 게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그는 이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귀걸이를 판매한다. 강씨는 "그맘때쯤 주변 소상공인들도 하나 둘 온라인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 명동, 을지로. 서울 중구는 예전부터 국내를 대표하는 상업지구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필수코스처럼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상점만으로도 큰 수익을 올렸던 중구는 이제 온라인 쇼핑의 메카로 탈바꿈했다.
인터비즈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신판매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서울 중구에 거점을 둔 통신판매 사업장은 248건에 불과했다. 이는 2014년 635개, 2015년 1033개로 3년 사이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통신판매업체는 총 1만3369곳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다.
중구 상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경제 지표는 강씨의 사례처럼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말한다.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퍼지자 외국인 관광객은 입국을 연이어 취소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길 꺼려했다.
자연스레 온라인 쇼핑 규모는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53조9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전년대비 64.3%나 높아졌다.
메르스가 끝나면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을 내렸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또 한 번 끊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5.1% 감소했고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27.9%나 줄었다. 중국인 외 외국인 관광객은 4.5%나 증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생존을 위해 업종 전환이 필수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통신판매업자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인터비즈는 전국 85개 시, 9개 도, 82개 군, 69개 구에 신고된 통신판매업 건수를 모두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통신판매업 신고 건수가 대체로 지역 인구수와 비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인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등에는 통신판매업자도 많았다. 특히 서울에 거점을 둔 업체는 16만7251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에서 통신판매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구였다. 그 뒤를 강남구(1만2791)와 마포구(1만958), 송파구(1만447)가 이었다. 세 구는 각각 지하철 강남역, 홍대입구역, 잠실역 근처에 큰 상권이 형성돼 있다. 티머니가 2018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일평균 지하철 승하차인원이 가장 많은 곳도 강남역(20만4114명), 홍대입구역(16만5072명), 잠실역(17만5376명)이었다.
반면 강남구와 인접한 서초구에 거점을 둔 통신판매업체는 1739곳에 불과했다. 강남구와 송파구에는 큰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서초구에는 상대적으로 주거지역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에서 통신판매업체가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였다. 고양시의 통신판매업체 개수는 총 2만3831개로 전국에서 5위를 차지했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고양시는 인구수 대비 통신판매업자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전국 지자체에서 인구 대비 통신판매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약 1.0%다. 고양시 내 통신판매업 종사자 비율은 2.2%로 평균에 비해 1.2%p나 높았다.
반면 인구수 대비 통신판매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시로 나타났다. 세종시에는 총 177곳의 통신판매업체가 있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과청청사에 위치했던 정부 부처들이 일부 세종시로 위치를 옮기며, 세종시에는 공공부처가 거대하게 들어선 도시가 됐다.
정부에서도 공무원들의 세종시 근무를 독려하기 위해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등 여러 유인책을 펼치기도 했다. 세종시에 통신판매업 종사자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공공부문 종사자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비슷한 양상으로 울산시에서도 통신판매업 비율이 0.6%로 낮게 나타났다. 울산시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울산 고용동향에 따르면 울산 시민 중 31%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통신판매업 사업장은 특히 서울 근교에 몰려 있었다. 고양시, 수원시, 부천시, 용인시에 특히 많았다. 이 도시들은 모두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서울로 통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통신판매업에서도 이들은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의 상가임대료는 서울에 비해 저렴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상가임대료는 중대형 기준 1㎡당 5만8200원이다. 1평에 약 19만1400원인 셈이다. 이에 비해 부천의 경우 번화가인 부천역도 1㎡에 2만5800원으로 저렴했다. △성남 4만2600원 △수원 3만6600원 △용인 3만1100원 △고양 1만6500원으로 경기도 다른 지역도 서울에 비해 저렴한 양상이다.
온라인 쇼핑이 활발하지 않던 시대에는, 물건을 잘 팔기 위해 도심으로 가는 게 정석처럼 여겨졌다. 명동, 홍대 등 큰 상권에 가야 소비자도 많고 물건을 판매할 기회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판매업의 경우 지리적 요인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하다 보니 오프라인 상점을 갖출 필요도 없다. 경기도에 통신판매업자가 많은 이유는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광역시 근처에 위치한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대구시 근처에 있는 구미시, 부산시 근처에 위치한 창원시가 대표적이다. 구미시에 거점을 둔 통신판매업체는 총 4887개로 국내에서 29번째로 많았다. 창원시에는 총 8521곳의 사업장이 있었다. 전국에서 17번째로 많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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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서정윤 김재형, 정서우 숙명여대 3학년 인턴
그래픽: 홍지수 이화여대 3학년 디자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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