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 효과적인 사과를 위해 경영자가 고려해야할 점

by 인터비즈


기업 경영에서 공개 사과가 화두로 떠오른 데에는 소셜미디어의 성장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기업의 실수나 잘못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꽁꽁 숨길 수도 없으니 각종 잡음이 발생했을 때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과할 수 있을까?" 이전에 "어떻게 하면 사과할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할 환경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 누군가가 사전에 문제를 감지하거나 의문을 품고, 그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된다면 이처럼 오너나 대표가 굳이 망신 당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사과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 기업이 사과할 상황을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올바르게 공개 사과를 하는 방법에 대해 HBR 2015년 9월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려한다.



레드팀(Red Team)이나 B팀을 운영하라


한국처럼 수직적 문화 체계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은 레드팀의 운영이다. 2015년 조용병 전 신한은행 행장은 임원회의에 레드팀 제도를 도입했다.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사람 중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돌아가면서 ‘레드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안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논리를 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레드팀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What can go wrong?”라는 질문을 던지며 문제점을 찾아가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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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서 10여 년간 운영해오고 있는 B팀이다. 이는 레


드팀과는 다르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과거의 지식 체계나 경험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에서는 감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조직 내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B팀을 운영한다.


위기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시야가 좁아지거나 뜻밖의 변수를 생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B팀은 위기 관리팀으로부터 매일 시시각각 모든 정보를 공유 받으며, 위기관리팀과는 별도로 새로운 시각에서 해법이나 의견을 제시한다. 반대의 입장에 서는 레드팀과는 달리 B팀은 최고 의사결정팀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는 창의적 역할을 하게 된다.


레드팀이나 B팀의 운영은 공개 사과까지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보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도록 만들어준다.



둘째, 법적인 렌즈(legal lens)를 통해서만 바라보지 마라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법적인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 공개 사과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부정적 사건에 휘말린 자신들의 평판을 관리하기 위해 공개 사과를 한다. 공개 사과란 결국 대중을 향한 평판 사과(reputational apology)다. 공개 사과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여론을 향해 하는 것이다.


평판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법률자문은 어느 정도 해야 할까? 최소한이어야 한다.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의견을 제시하고, 전반적인 문구나 전달 방법은 여론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다룰 때 법률 자문과 여론전문가의 생각은 반대에 가깝다.


법정에서 ‘잘못의 인정’은 피고에게 불리할 수 있으며, 상대방(법정)이 밝힐 때까지 굳이 스스로 잘못을 밝힐 필요가 없다. 소위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 관리의 측면에서는 상대방(언론이나 검찰 등)이 기업의 잘못을 공격하기 전에 혹은 공격한 직후에 제대로 공개 사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라


소셜 미디어가 기업의 실수나 잘못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위협적 요소가 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2009년 4월 1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도미노 피자 지점에서 일하던 남녀 직원 두 명이 부엌에서 고객에게 배달될 피자라고 소개하면서 피자의 치즈를 콧속에 넣었다가 뺀다든지, 피자 위에 재채기를 한다든지 하여 매우 역겨운 동영상을 찍은 후 이를 유튜브에 올렸다가 순식간에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 동영상을 보게 되고, 트위터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던 사건이 있었다.


패트릭 도일 사장은 동영상으로 공개 사과를 했고, 도미노 피자는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열어 소비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unnamed.jpg?type=w1 패트릭 도일 도미노피자 CEO

필자를 비롯한 연구진이 컴퓨터를 활용해 감성분석을 해본 결과, 사고 직후 대화의 양과 부정적 감성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공개 사과 직후에는 부정적 감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질적 분석을 해본 결과 80%였던 부정적 태도는 52%로 떨어진 반면 긍정적 태도는 0.3%에서 6.3%로 증가했다.


질적 분석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사과 이후에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단순 정보 공유 등의 중립적 태도가 20.1%에서 41.7%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공개 사과가 감정적이었던 트위터 상의 대화를 보다 중립적으로 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과는 부정적 여론을 줄여줄 수 있지만 긍정적 태도를 급격히 늘리는 데는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넷째, 사과 이전의 맥락(pre-apology context)이 중요하다


68593994.1.jpg?type=w1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는 모습_동아닷컴

공개 사과가 효과를 얻으려면 사과문 자체보다 사과 이전의 맥락이 중요하다. 지난 수년간 사과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연구하면서 얻은 중요한 결론 중 하나는‘사고’와 ‘사과’ 사이에 어떤 맥락이 형성되는가에 따라 사과의 효과가 좌우된다는 점이다.


2014년 12월 이슈가 됐던 땅콩 회항 사건에서 해당 기업은 오너 일가의 아버지와 딸, 그리고 기업 명의의 사과를 여러 차례 했다. 심지어 조현아 부사장은 피해자인 사무장의 집에까지 가서 사과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과가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왜일까?


12월 5일 <블라인드> 앱을 통해 땅콩 회항의 전모가 알려지고 나서, 12월 8일 해당 기업은 첫 입장 발표문을 통해 대중에게는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 엉뚱하게 피해자인 사무장을 공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사무장을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변명과 거짓”을 저지른 사람으로 표현했다. 결국 이 입장문 발표는 “잘못한 것도 모자라 약자인 사무장에게 뒤집어 씌우는 기업”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


이렇게 되면 여론은 해당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오너 회장과 기업, 그리고 당사자인 조 부사장이 나서서 사과해봐야 여론을 돌리기는 힘들다.


기업의 사과와 관련해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사과는 사과문이 아니다. 경영에서 공개 사과에 대한 논의를 사과문 작성의 기술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사과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의 패러다임 자체가 투명하게 바뀌었고, 공개 사과에 대한 논의는 기업이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어떤 자세와 태도로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서 봐야 한다.


즉 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앞으로 혹시 공개 사과문을 쓰게 된다면 어떻게 기술적으로 접근해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할까?”라는 질문보다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지금까지 우리 기업의 각종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위기 사태에 대응하는 자세와 태도를 앞으로는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새로운 공개사과에 대한 논의는 스스로의 실수와 잘못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조치로 연결돼야 한다.




출처: 세계적 경영 저널 HBR 2015년 9월 호(해당 호수 목차 링크)


필자: 김호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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