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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Nov 19. 2020

"직원 생일 챙겨드려요" 구독과 B2B가 만났다

[인터뷰] 박춘화 꾸까 대표 

"업체의 대표나 리더급 간부, 인사 관리팀으로선 수많은 직원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기도 어렵고, 이를 무시하는 것도 꺼림칙하다. 아는 사람들끼리 회의실이나 카페에 모여 소소한 파티를 올리는 게 익숙한 풍경. 직원 개개인의 사기를 높이고 전체 업무에도 지장을 주지 않을 그런 특별하고 체계적인 이벤트는 없을까."


어느 직장에서나, 어느 직급에서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꽃 구독 서비스 업체 꾸까(kukka)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생일대장'은 이런 고민을 파고들었다. 서비스 이용 기업이 직원의 생일 명단을 꾸까에게 보내주면 날짜에 맞게 꽃다발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현재 145개의 회사와 그에 속한 1만 4502명의 직원이 꾸까의 이 서비스를 통해 생일에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 이색적인 서비스는 박춘화 꾸까 대표의 또 다른 야심작이다. 그는 2014년 당시 국내에는 생소하던 '구독 모델'을 그것도 꽃 배달에 처음 적용한 구독 모델 초기 사업가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만 해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B2B의 수요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곤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생일대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구독 모델의 새로운 표준을 마련할지도 모를 일"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박 대표의 새 도전을 살펴봤다.



꽃 배달 과정


지난 12일 오전 11시 꾸까 박춘화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초구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무실 문을 열기도 전에 꽃향기가 퍼져 '잘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의 안내에 따라 꽃다발 작업이 이뤄지는 지하 작업장으로 내려갔다. 약 30명의 직원이 열댓 개의 대형 테이블에 모여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때 문득 떠오른 의문 하나. "이 많은 꽃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들인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꾸까의 작업장 모습_출처 : 인터비즈


꾸까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오전 7시, 고속터미널・양재 꽃 시장 등에서 미리 주문한 꽃이 꾸까 사무실 앞에 쌓인다. 40분 뒤, 직원들이 작업장에 모여 불필요한 꽃 잎을 제거하는 '컨디셔닝'을 진행한다. 이후 △어레인지(꽃 배열) → 물 처리 → 포장 → 박싱 과정이 이뤄진다.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후 4시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꽃은 다음 날 배송이 시작돼 낮 12시 경이면 고객의 손에 도착한다.


꾸까의 꽃다발은 사이즈 별로 디자인이 다르고, 또 2주마다 바뀐다. 디자인은 2주마다 그 시기에 맞는 꽃과 트렌드를 파악해 플로리스트가 구상한다. 배송되는 모든 꽃다발은 이곳 서초구 작업실에서만 만들어진다. 누가 받든 일정한 퀄리티의 꽃을 만나보도록 선택한 방법. 박 대표는 "택배로 보내는 과정에 손상이 나지 않게 따로 설계한 '옐로 박스(배송용 박스 ▽)'를 쓴다"라며 "단열재 포장으로 외부 온도 변화에도 이상이 생기지 않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B2B로 전환


꾸까는 생일대장 이외에도 직원 입사, 승진인사, 신제품 마케팅 등 고객 기업이 원하는 서비스 시점, 종류에 따라 꽃을 배달하는 다른 제휴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800여 개 회사와 제휴를 맺었는데 사실, 박 대표는 꾸까를 설립할 때부터 이렇게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그렸던 것은 아니었다.


꾸까의 시작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꽃 정기구독 서비스'였다. 고객이 꽃다발을 배송받길 원하는 주기(2주 혹은 4주)를 고르면 그에 맞춰 꽃다발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였다. 창업 자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꾸까는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후 연 매출 55억 원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조금씩 꾸까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기업이 연락해 오는 일이 잦아졌다. "왜 기업이 우리한테 뭘 하자고 하는거지?" 처음엔 의아함이 컸다는 박 대표. 나중에는 국내 화훼 시장이 안고 있던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기업이 꾸까를 찾았던 것이라고 판단 내렸다.


"(국내 화훼시장은)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분명, 꽃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소비자는) 검색창에 브랜드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그냥 '꽃배달'을 검색해요. 이 말은 평소에 내가 들어본 꽃집도 없고,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모르는 시장이라는 것이죠. '누군가는 이 시장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대 회사로 콜라보 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꽃의 일상화


"시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꽃을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꾸까의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실마리를 찾은 거죠."


이때부터 꾸까의 숙제는 브랜드 구축. 박 대표는 동네 꽃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적 비즈니스를 해나가기 위해 하나하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걸 목표로 삼았다. 사내 B2B팀을 만들어 기업이 1000다발이든, 3000다발이든 주문했을 때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간 것.


이 B2B 진출로 박 대표는 들쑥날쑥한 수요를 안정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꽃 배달 수요가 주로 1~3월 졸업・입학 시즌과 발렌타인・화이트 데이, 5월 어버이날・스승의 날에 몰렸다. 전체 시장 규모도 다른 나라에 비해 확연히 떨어져 이 시장은 흔히 '제철 장사'로 여겨졌다. 2018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은 1만 1888원으로 일본(10만 원), 스위스·노르웨이(15만 원) 등에 비해 10배 가까이 적은 수준.


박 대표는 "고객 기업의 리스트가 쌓이면 쌓일수록 직원 수도 많아지니 연중 골고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업 운영에도 안정감이 생겼다"라며 "이번 시도가 한국 화훼 시장 전체에 브랜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또 꽃의 일상화를 돕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는 선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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