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Dec 21. 2020

프리미엄 양말 시장에 등장한 색다른 도전

[인터뷰] 김민재 보타 대표 

창조와 혁신의 공간 실리콘밸리. 그곳에는 후드, 청바지, 운동화 차림에 누가 봐도 패션엔 관심 없을 것 같은 괴짜들이 모여있다. 한때 '너드(미국식 범생이란 표현)'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 그들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시선에는 "머리도 좋은데 패션 센스까지 좋겠나?"라는 조롱과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이 숨어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뉴욕타임즈 등 현지 외신은 일부가 공유하는 이런 선입관에 단호히 "틀렸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들이라고(?) 패션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없겠는가. 단지 바짓단 아래에 숨어있어 잘 보이질 않았을 뿐…. 그들이 그렇게 은밀히 갈망을 해소하던 장치는 양말. 이 '패션 양말' 열풍은 이렇게 세계에서 최신 기술이 가장 잘 집약된 곳에서도 지금 핫(Hot)하다.


뉴욕타임즈에서 공개한 실리콘밸리 종사자들의 양말. 사진|뉴욕타임즈, 인터비즈 재편집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과거 양말은 노점상에서 묶음 단위로 사서 신는,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게 현재일 수도 있겠다.) 다만, '양말도 패션'이라는 문구가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통용되는 시대가 온 것은 맞는다. 패션 테러리스트의 아이콘으로 지적받던 샌들 속 흰 양말도 이젠, 패션쇼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좋은 양말이라면, 한 켤레에 1만 원 이상을 써도 괜찮겠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양말 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개성 있는 디자인, 고급 원료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양말 브랜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론칭한 보타도 그중 한 곳이다. 양보단 질, 양말의 본질이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게 김민재 보타 대표의 창업 목표였다고 한다. 그는 이 프리미엄 양말 시장에서 몇 가지 색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양말도 피팅을


보타에게 좋은 양말이란 피부에 가장 가까운 양말이다. 하루 종일 걷고 뛰어야 하는 만큼 신은 듯 안 신은 듯 편안해야 한다는 걸 목표로 삼았다. 김 대표가 이를 위해 집중했던 건 △좋은 재료 △다양한 컬러 △복원력 △인체에 맞는 형태 △조임의 세기 △디자인이다.


김 대표는 론칭을 위해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고 비싸다는 디자이너의 양말을 수십 켤레 구매해 신어보고 세탁해봤다. 또, 어떤 원사(실)를 사용해야 좋을지 선택하기 위해 10가지 이상의 실로 짠 샘플 양말을 몇 개월간 테스트했다고 한다. 소량의 양말은 잘 생산해 주지 않는 공장을 설득하려 꽤나 고생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 결과 일반 면 원사보다 더 고급 원사인 이집션 코튼, 모달, 대나무사, 실켓, 라이크라 고무사를 선택했다. 또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마감하는 Handlinked 방식으로 심지를 없애 발끝에 피로도를 줄였다. 그렇게 1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보타의 대표 제품 라인 'Skin-Fit'이 탄생했다.


(좌) 양말을 직접 신어볼 수 있는 마포구 합정동 보타 매장 내부. (우) 보타 제품, 출처|보타 인스타그램


그렇게 제품 본질에 집중한 만큼 한 번 신으면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올해 3월에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 양말 피팅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5월 팝업 스토어 종료 후 9월 오픈한 합정 보타 매장에서도 역시 양말 피팅 서비스는 계속된다.


피팅용 양말은 본 제품과 동일하지만, 장기간 디스플레이로 인해 색이 약간 바랜 것들로 사용한다. 보타 양말만의 착용감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에 선택한 방식이다. 한 번 피팅한 양말은 다른 고객에게 재피팅 되지 않으며, 세탁 후 마네킹 디스플레이 등에 쓰인다.


김 대표는 "좋은 양말을 고르고 또 직접 신어보며 생기는 경험을 선사하고, 양말 매장도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오프라인 매장 오픈 이유를 설명했다.



고객 이름을 제품명으로


제품력으로 다른 양말과 차별화를 뒀다면, 마케팅 방법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10월 출시된 이 한정판 양말(사진)의 이름은 '안현기'. 한 고객의 이름이다. 평소 보타 양말을 즐겨 신던 안현기 씨는 "보타 양말은 색상이 다양해서 좋은데 그중 아이보리, 크림색 양말이 없어 아쉽다"며 "꼭 보타에서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문의글을 보냈다. 보타는 고객의 의견을 바로 실행에 옮겼고, 제품의 이름을 '안현기'로 채택했다.


고객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제품 '안현기', 출처|보타


보타는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보단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고객 한 명 한 명과 보타의 일상을 공유한다. 이렇게 고객 사이에서 점점 입소문이 나고 재구매율이 높아지면 양말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거라 믿는다.


"우리나라 대표 양말 브랜드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생산된 해외 유명 브랜드 양말이 다시 수입됩니다. 축적된 기술, 능력,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고집이 만나 보타가 탄생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브랜드가 곧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지킬 보(保)', '다를 타(他)'의 의미를 가진 보타. 보타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말 브랜드로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길 꿈꾼다. 현재 미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해외 홈페이지는 2018년 대비 2019년 50% 성장했고, 추후 LA 다운타운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캐나다, 프랑스, 싱가포르, 태국,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inter-biz@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직원 생일 챙겨드려요" 구독과 B2B가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