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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May 22. 2020

판매 2시간 만에 매진된 300만원짜리 삼성전자의 이것

스마트폰 X 명품 콜라보레이션


지난 21일 삼성닷컴에서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이 판매 2시간 여만에 매진됐다. 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시작과 동시에 두 시간 정도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판매가 종료되자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는 웃돈을 얹어 재판매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추가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에디션은 삼성전자가 명품 의류브랜드인 톰브라운과 디자인 뿐 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 구성 단계에서부터 협업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시Z 플립과 함께 포함된 '갤럭시워치 액티브2'(스마트워치), '갤럭시버즈플러스'(무선이어폰) 디자인엔 톰브라운 특유의 패턴과 컬러가 활용됐다. 더불어 켜고 끌 때마다 흰색 블라인드 효과를 넣고, 톰브라운 전용 월페이퍼와 함께 어플리케이션 아이콘 폰트를 만드는 등 UI도 차별화했다.



스마트폰X명품 컬래버레이션 시초, 프라다폰


휴대전화와 명품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시초로 꼽히는 건 2007년 출시된 LG전자의 '프라다폰'이다.


2004년, LG전자는 새 휴대폰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었다. 삼성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나가려면 특별한 이름이 필요했다. 그때 내놓은 제품이 초콜릿폰이다. 기술적 특징을 이름으로 내세웠던 기존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초콜릿폰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했다.


당시만 해도 업체들은 음질, 화질과 같은 기능과 가격으로 경쟁했다. 하지만 시장조사 결과 67%는 디자인을 먼저 본다고 응답했다. 기능이 조금 떨어지고, 가격이 조금 비싸도 디자인이 좋다면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후 LG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프라다 손잡고 세계 최초 풀터치 휴대폰인 '프라다폰'을 출시했다.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양사가 협력했다. 제품 뒷면에 프라다의 특징인 사피아노 패턴을 적용했고, 이외에도 프라다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출시 가격은 88만원으로 그때까지 LG전자가 판매한 휴대전화 가운데 최고가였다. 고가임에도 프라다폰은 출시 2개월 만에 20만대 넘게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프라다폰2, 프라다폰 3.0 등이 출시됐다.


(LG 초콜릿폰 관련 내용은 DBR 기사 'LG초콜릿폰 통념을 뒤엎다' 참조)

프라다폰 3.0 출처:IT동아


이후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삼성은 2009년 '아르마니폰'을 선보였다. 팬택은 듀퐁과 함께 '듀퐁폰'을, 모토로라는 코치와 함께 '코치폰'을 출시했다. 애플은 2015년 에르메스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애플워치 에르메스'를 내놨다. 애플워치의 디자인과 기능을 유지하고, 밴드에 에르메스 특유의 가죽 디자인을 덧붙였다. 지난해 10월에도 '애플워치5 에르메스 블랙 에디션'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아르마니폰(좌)과 듀퐁폰
에르메스 애플워치 출처:IT동아


명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럭셔리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제품에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판 출시 자체가 좋은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갤럭시Z 플립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톰브라운과의 협업 그리고 제품 완판 소식을 접하며 해당 제품에 눈길을 주게 된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은 매일 들고 다니기 때문에 패션 소품처럼 여겨진다. 자연히 디자인이 중시된다.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희소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희소성 측면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이들의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그 자체가 '명품'이 되지 않으면 컬래버의 효과는 금새 사라지기 마련이다. 프라다폰과 아르마니폰의 경우 아이폰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프리미엄폰에서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해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석학인 장 노엘 카페레 교수가 럭셔리 브랜드와 다른 업종 간의 협업에 대해 2009년 DBR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럭셔리 브랜드와 비(非) 럭셔리 브랜드가 협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배타성과 비배타성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럭셔리 회사들은 휴대전화 제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휴대전화 회사와 제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자사의 로고를 새긴다고 해서 그것이 럭셔리가 될 순 없다. 예를 들어 아르마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겉모습뿐 아니라 아르마니의 예술과 문화 등이다 .럭셔리 브랜드에 걸맞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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