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May 23. 2020

펩시콜라 매출 80% 증가 비결은 "설탕"을 줄여서다?

펩시코 전 CEO '인드라 누이'가 꾀한 변화 다섯 가지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인도 그러한데 조직은 어떠할까. 최근 기업이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지속가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이미 굳어져버린 조직의 루틴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탄산음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기업이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설탕을 줄인 제품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을까? 누군가 이 기획안을 꺼내든다면 당장 '현재 재무성과가 좋은데 왜 바꿔야 하느냐'는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출처 펩시코, flickr,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비즈 수정)


펩시코 전 회장 겸 CEO 인드라 누이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 있는 성과(PwP)'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환경과 고객, 임직원의 웰빙을 재정적 목적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설탕이나 소금이 덜 들어간 건강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고, 회사 내·외부 인재를 육성하면서도 재무적 성과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좋다. 과연 결과도 인드라 누이가 원하는 대로 나왔을까? 2006~2018년 인드라 누이 재임 중 펩시코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포트폴리오 중 더 건강에 좋은 품목의 매출 비중이 2017년 50%까지 높아졌다. 2006년엔 약 38% 수준이었다. 운영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은 2006~2018년 25% 줄었다. 


영양가 높은 제품을 늘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거의 3배 늘렸다. 여성 고위임원진은 2018년 기준 39%로 확대됐다. 순매출액은 PwP 실시 후 80% 성장했으며, 펩시코 주가는 컨슈머 스테이플스 셀렉트섹터 인덱스(Consumer Staples Select Sector Index)와 스탠더드앤푸어스500(S&P 500)의 상승률을 동시에 상회했다.


펩시코가 변신을 꾀한 여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을 몇 가지 뽑아 소개한다. 조직에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① 미래에서 현재를 돌아보라


출처 펩시코


인드라 누이는 변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외부요인을 살폈다. 그 결과, 펩시코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간식뿐만 아니라 건강에 더 좋은 제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으면 우수한 재무적 성과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비자들이 이런 건강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 물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비용이 늘어나고, 많은 지역 사회에서는 사업 허가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나아가 사람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대로 일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고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목적지향적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선 조직에 영향을 미칠 만한 메가트렌드를 조사하고 이를 CEO에게 직접 보고하게 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팀은 현상 유지에 급급하지 않고, 외부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사업모델이 붕괴될까 걱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밖에 할 수 없다. 팀은 메가트렌드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미래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복합적인 그림을 그린 다음에 다음과 같은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

'회사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어떤 인재를 개발하고 고용해야 하나?'


이 과정은 미래에서 현재를 되돌아보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앞날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② 변화를 이야기할 때 쓰는 언어를 주의하라


펩시코의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PwP를 4P 틀에 끼워 맞추려 했다. Performance(성능) Product(제품) Planet(지구) People(사람), 이는 펩시코가 원한 단순한 언어였다. 하지만 고위경영진에겐 이 4P가 진지한 약속보단 단순한 마케팅 캠페인처럼 들렸다.


'목적이 있는 성과'라는 간결한 문구는 우아한 성장을 위한 넓은 캔버스를 제공했다. 그것은 펩시코가 당뇨나 비만 등 점점 증가하는 건강문제나 물 부족, 플라스틱 사용 등 환경 이슈 해결을 위한 의식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업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메시지의 중요성을 고려해 모든 이해관계자, 특히 직원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③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모델링해서 보여줘라


출처 펩시코


목적지향적 전략은 식당의 '오늘의 추천메뉴'처럼 매일매일 바뀌는 지침이 아니다. 이를 조직에 보여주려면 일찍 과감한 행동을 취하는 게 좋다. 눈에 띄는 고위경영자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옛날'이었다면 통과됐을 법한 결정을 번복하거나, 몇몇 사람을 내보내는 등의 방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PwP를 공표한 뒤 인드라 누이는 '최고과학책임자' 자리를 만들고 외부 인사인 메무드 칸을 임명했다. 이는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역량을 수혈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조직 전체와 업계 전반에 보냈다. 또, '최고디자인책임자'라는 자리도 만들었다.


막판에 주요 신제품 출시를 취소한 일 역시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펩시코 과자 부문의 한 팀은 에너지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카페인이 들어간 과자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출시예정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 제품은 한 고위임원 눈에 띄었다. 


그 임원은 회사가 아이들이 먹을 수도 있는 과자에 많은 카페인을 넣었다는 점이 불편했다. 이미 많은 비용이 지출됐고, 출시를 밀어부치는 내부 압력도 거셌지만 결국 제품 개발이 중단되었다.



④ 전략을 발전시키는 역량들을 개발하라


펩시코는 PwP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여러 분야, 특히 연구개발과 제품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을 구축해야 했다. 역사적으로 펩시코의 연구개발 부문은 식품과학이나 식품공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최고과학책임자로 임명된 칸은 매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뽑았다. 


분자생물학과 생리학, 약리학, 영양학, 컴퓨터모델링 분야의 인재를 고용했다. 제약과 개인건강관리, 미용관리, 정유 등 식음료산업 이외의 업종에서도 사람을 데려왔다. 또 연구개발 분야의 고위직에 남성만큼 많은 여성을 임명했다.


변화의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PwP로 인해 모든 핵심 제품의 맛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서 소금과 설탕, 지방 수치는 줄어들었다. 이후에 더 건강한 음료를 만들거나 인수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⑤조직 DNA에 목적을 새겨 넣어라


PwP를 처음 시작할 당시 보고서 Ι 출처 펩시코


CEO의 열정만으로 목적지향적인 변신이 '시작'될 수는 있다. 그러나 조직 DNA에 내재되지 않는 한 결코 지속되지 못한다. 여기에는 의사소통과 자원 분배, 목적 설정, 인정과 보상 같은 여러 종류의 보강이 필요하다. 


PwP의 아이디어와 이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드라 누이는 2007~2017년 PwP를 회사 연례보고서 거의 모든 표지에 실었다. 또, 외부 포럼에서 PwP를 설명하고 메시지를 증폭시켰다. 


자원 배분도 목적과 연동돼야 한다. 펩시코는 모든 자본 지출에 대해 지속가능성 관련 승인을 받도록 기준을 바꿨다. 모든 제안서는 투자의 지속가능성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인지, 어떤 절충이 이뤄지고 있는지, 펩시코의 지속가능성 목적을 충족시킬 것인지,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못한다면 왜 못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또, 고위임원과 국가별 책임자부터 중간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의 PwP 관련 목적을 설정했다. 이 목적들은 성과 평가와 연간 보너스 책정에 사용됐다. 심지어 연구개발센터나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직군도 성과평가 및 보상과 연계된 PwP 목적을 갖고 있었다. 


<팀장클럽>은 위아래에서 치이는 낀세대 '팀장'들만을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다양한 분야 팀장들과 소통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유용한 정보도 얻고 싶다면 바로 <팀장클럽>으로 오세요. 



인터비즈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작가의 이전글 판매 2시간 만에 매진된 300만원짜리 삼성전자의 이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