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May 27. 2020

떨이 마감세일로 470만 분 식량 아낀 식당중개 플랫폼

덴마크 식당 마감할인 플랫폼 '투굿투고'의 사업 아이템은? 


"세 팩에 만 원에 가져가세요. 마감 세일합니다." 백화점이 문 닫을 즈음 식품관에 가면 '득템'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싸게 살 수 있고, 판매자는 저렴하게라도 판매할 수 있으니 좋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식이 일반 음식점에도 적용되면 어떨까?



'떨이' 팔아 싸고, 쓰레기 줄여 좋고.. 버려지는 음식 살리는 앱


(좌) 투굿투고 CEO 메테 리케, (중) 서비스 앱, (우) 투굿투고에서 사용하는 매직백 │출처 투굿투고 홈페이지, 인터비즈 제작


덴마크 식당 마감할인 플랫폼 '투굿투고(Too Good To Go)'는 식당과 소비자를 연결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는 회사다. 창업자는 메테 리케(Mette Lykke)는 뷔페에서 밥을 먹다 버려지는 음식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16년 시작한 투굿투고는 현재 덴마크 전체 인구(580만 명)의 30%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4개국에 진출했고, 올해는 미국에 앱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횟수는 2200만 회에 달한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깔고 거주 지역을 설정하면 주변 레스토랑, 호텔, 마트 등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 목록이 뜬다. 원하는 상점을 고른 뒤 정해진 픽업 시간을 확인한다. 마감이 임박한 음식이기 때문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판매된다. 보통 2~5유로 수준이다. 결제는 앱에서 바로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픽업 시간에 상점에 방문해 결제 내역을 보여주고 음식을 가져가 맛있게 먹으면 된다.


투굿투고에선 구체적인 메뉴를 고를 수 없다. 샌드위치, 파스타, 샐러드 등 품목 확인만 가능하다. 그날 어떤 음식이 재고로 남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투굿투고는 '매직박스(Magic Box)'라는 이름을 붙이고 "어떤 게 들어있는지 알 수 없으니 신나지?"라고 이용자들과 소통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롤모델이 되겠다는 투굿투고│출처 투굿투고 인스타그램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점은, 투굿투고가 가격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저렴하게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처럼 보이지만 투굿투고는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강조한다. 앱에서 음식을 결제하면 얼만큼 싸게 샀다는 얘기 대신 "당신은 방금 음식물 쓰레기를 줄였어요(You just saved a meal from being wasted)"란 문구가 뜬다.


투굿투고는 자사 서비스를 통해 지금까지 3540만 끼의 음식 낭비를 아낀 것으로 추산한다. 덴마크 내에서는 470만 끼 이상의 식사가 확보되고 1100만 kg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됐다. 이는 한 개의 승용차를 약 38년 동안 운전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동일하다.


파트너로 참여하는 음식점이나 마트는 어떤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버릴 수밖에 없는 잉여 음식을 판매해 추가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앱을 따로 만들지 않고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 앱 이용자들에게 가게를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즈니스만 하는게 아냐.. 교육, 정책, 사회에 뻗은 그들의 환경 생각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모든 사람이 제 역할을 하는 앱’이라 자신의 서비스를 정의하는 투굿투고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 정책과 같은 분야에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투굿투고에서 무료로 제공중인 음식물 쓰레기 관련 교육│출처 투굿투고 홈페이지


일례로, 투굿투고는 수년간 수집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정보와 교육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교육 시설에서 관련 환경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환경의 가치와 환경보전에 대해 교육한다. 10-13세의 어린아이들에게는 음식물 쓰레기가 어디에서 오며 그것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여정을 퀴즈, 포스터 등을 이용해 보여준다. 대학생들에게는 음식 및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된 사례와 연구 수행을 도와 석사 또는 학사 논문에 도움을 주거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도 음식물 쓰레기 절감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이 음식물 낭비를 초래한다고 보고 인식 개선에 나섰다. '유통기한=섭취 가능 기한'이 아님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생각해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린다. 이에 투굿투고는 ‘유통기한 날짜 라벨’에 대한 정책 수립을 국가별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최소 5개국의 정치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며 관련 규제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품이 최적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간을 각 사업체가 스스로 정하거나, 지정된 날짜 이후에도 먹을 수 있는 상품을 표시하는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투굿투고에서 제시한 정책이 최소 5개국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았다│출처 투굿투고 홈페이지, 인터비즈 수정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비영리 캠페인 ‘Too Go: Support Local’은 음식점들이 마감 임박 제품이 아닌, 기존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사 메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테이크 아웃과 언택트에 대한 니즈가 커진 상황에서, 투굿투고는 소규모 음식점들의 언택트(untact) 주문·결제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나선 다른 앱들...


음식물 쓰레기가 전 지구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투굿투고 외에도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앱들이 많다.


한국 스타트업 미로의 '라스트오더'는 투굿투고와 같은 모델이다. 오경석 대표는 유럽 출장 중 투굿투고를 발견하고 한국에도 마감할인 음식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창업했다. 라스트오더에선 동네 음식점뿐 아니라 편의점(세븐일레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의 마감할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쉽게 남는 음식을 기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 구더│출처 구더 홈페이지


레스토랑이 남는 음식을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게 지원하는 미국의 '구더(Goodr)'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부하고자 하는 식당과 도움이 필요한 자선단체의 정보를 한 데서 볼 수 있다. 기부를 원하는 식당은 구더 앱에다 남는 음식의 종류와 수량만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직원이나 봉사자들이 가져가 음식물을 검수한 뒤 필요한 곳에 배달한다. 전 과정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관리된다. 참여하는 식당들은 기부를 통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음식이 얼마나 낭비되는지, 관리를 통해 얼만큼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냉장고 속 외톨이도 처리하고 기부도 하는 식재료 거래앱, 올리오│출처 올리오 홈페이지


이용자들끼리 식재료를 거래하는 앱도 있다. 영국의 올리오(OLIO)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버리를 대신 이웃과 나눌 수 있게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식재료 사진을 찍어 올리고 거래할 지역을 선택한다. 거래 요청이 들어오면 이용자의 정보(프로필, 별점 등)를 확인해 거래 대상을 고르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협의해 만나 거래하면 된다. 모든 거래는 무료다.


환경문제는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숨만 쉬어봐도 몸소 환경 파괴, 오염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이를 익숙하게 생각하거나 무시하기 쉽다. 음식 낭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음식점과 가정에서 음식을 낭비하는 게 매우 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투굿투고 등은 이 문제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지나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고 그곳에 싹을 피웠다. Too Good To Go, 그냥 가기엔 너무나 좋은 음식들을 가지고 환경과 사람이 윈윈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인터비즈 박은애 조정현 / 그래픽 이정아 김도윤
inter-biz@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스타벅스의 무덤이라 불리는 '베트남' 커피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