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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02. 2020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렌즈 "자이스"

독일의 장인이 만든 렌즈 브랜드, 자이스(Zeiss)


렌즈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현미경, 망원경부터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괜히 산업의 눈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브랜드도 가지각색인데, 명품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독일의 칼 자이스(Carl Zeiss, 이하 자이스)를 꼽는다. 우수한 성능 덕분에 인류의 눈이나 마찬가지인 역할을 해온 브랜드다. 자이스가 촬영한 역사적 순간은 손에 다 꼽을 수도 없다. 아폴로 11호에 함께 탑승해 닐 암스트롱과 함께 한 순간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핫셀블라드 500EL 카메라에 자이스 비오곤 60㎜ F5.6 렌즈를 장착하고 달과 지구 곳곳을 살폈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역사책에 실렸다. 맞다.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그 사진이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버즈 알드윈이 달 표면을 탐사하는 모습. 닐 암스트롱이 핫셀블라드와 자이스 렌즈를 통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당시 나사가 자이스 렌즈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100°C 고열에도 견딜 수 있고, 선명성이 탁월한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아는 이들에겐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힌다. 170여 년 전 창업해 광학 분야만 집중해온 덕분에 쌓게 된 명성이다. 자이스는 독일의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장인정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갔을까.



173년 역사...시작부터 독특했던 회사 


자이스는 1846년 독일 광학기술자인 칼 자이스 (1861~1888)가 설립한 회사다. 광학기기 제조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기계공학 장인으로부터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광학 연구에 처음 몸담았다. 그는 자기 공방을 차리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Zeiss 공동 설립자 칼 자이스(좌) , 에른스트 아베(우)


간단한 현미경이 첫 제품이었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엔 복합 현미경을 만들었다. 이 현미경이 튀링겐 지방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대상 기술로 선정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철저한 데이터와 실증에 의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으로 명예까지 누렸다고. 그럼에도 칼 자이스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기존의 작업방식 외에도 이론적인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입한 인재가 독일 예나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 출신 에른스트 아베였다. 1866년 자이스에 합류한 아베는 오늘날 복합 현미경의 모태가 되는 렌즈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과 19세기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이 결합한 성과였다. 아베는 제품 개발 성과를 논문으로 정리해냈고, 그의 천재성을 인정한 자이스는 아베를 공동경영자로 임명했다.

이 둘은 광학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당시엔 독특한 경영 방식으로도 주목받았다. 자이스가 세계 최초로 8시간 근무제, 퇴직연금제, 연가 12일 제도를 창안한 것.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회사의 성장도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무려 140여 년 전에 이뤄진 변화였다. 자이스는 지금도 독일에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 사원을 중심에 놓고 연구라는 가치, 보다 공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전통이 있어서라고 한다. 지금도 전체 매출 중 11%는 연구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가 중심인 기업이기도 하다.



광학 기반 기술로 시대 변화에 능동적 확장  


자이스는 그 정밀함 덕분에 역사까지도 바꾼 브랜드다. 19세기 결핵균 발견(1882년), 콜레라 병원체 발견(1883년)으로 비약적 의학 발전을 이끌었다. 20세기 우주 탐사의 시대엔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 탐사(1969년)에 나섰다. 1970~80년대 전자제품 보급 시대엔 카메라 대중화에도 큰 공을 세웠다. 2006년에는 제3세대 시력교정술 ‘스마일(SMILE, 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 수술’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정밀한 광학기술이 역사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광학기술 경쟁력과 우위를 통해서 현미경에서 망원경으로, 카메라에서 의료장비와 산업장비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군수용품 사업은 정리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진 건 의료기기 분야다. 기술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해나간 점이 이 회사의 성장 포인트였다.


최근 자이스는 안과 수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됐다. 렌즈를 깎는 기술을 활용해 눈 표면인 ‘각막’을 깎는 기술로 발전시킨 것. 흔히 제3세대 시력교정술로 불리는 스마일 수술은 자이스 광학 기술을 활용해 나오게 됐다. 이 수술에는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초' 단위로 레이저를 조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는데, 이 레이저 기술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기술이기도 하다.


당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과학자 3명에게 이 상을 수여하면서, 시력교정 수술 등과 같이 매우 정밀한 의학·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레이저 연구 개발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밝혔다 .

사람의 각막을 정밀하게 깎는 스마일 수술 (좌), 노벨상 받은 레이저 기술(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펨토초 레이저가 시력교정술에까지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자이스가 스마일라식을 개발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이미 30여 년 전에 연구됐는데, 여기서 사업성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어디까지나 회사의 역량이었던 셈.


안과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회사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회계기준 매출은 58억 유로. 우리 돈으로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성장이 이뤄진 비결은 본질에 충실했던 점이라고 말한다. 인류에 기여하는 광학기술이라는 집념 덕분에 사업도 자연스럽게 확장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인터비즈 임현석 정언용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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