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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02. 2020

술을 마시면 업무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고?

'술을 마시면 창의적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하버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


술이라면 죽고 못사는 당신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술을 마시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업무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야한다면 더더욱 주목해볼 만하다. 미시시피주립대 앤드루 자로즈(Andrew Jarosz)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술을 마시면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자로즈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다. 연구팀은 남성 20명에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한도(0.075)에 이를 때까지 보드카 크랜베리 칵테일을 마시게 한 뒤, 단어 연상 문제를 풀게 했다. 놀랍게도 술을 마신 사람이 더 빨리, 더 많이 맞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창의적인 업무를 해야할 때 술을 마실 수 있는 구실이 생긴 것일까?



연구팀은 음주 경험이 비슷한 21~30세 남성을 뽑아 실험 전 24시간 동안 술이나 약물을 금지하고, 4시간 동안 음식과 카페인 섭취를 금지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각자의 몸무게에 맞춰 스낵을 주고, 30분 동안 보드카 크랜베키 칵테일을 3잔씩 마시게 했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사람은 더 큰 컵으로 마시게 했다. 그리고 음주측정기를 불게 해 혈중알코올 농도가 목표치까지 올라갔는지 확인했다.


자로즈: 술을 마시면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유명한 작가, 예술가,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술을 몇 잔 마신 후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도 자주 봅니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 위해 작은 실험을 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RAT창의력 테스트 문제 15개를 풀게 했죠. 문제 예시를 들자면 duck(오리고기), dollar, fold라는 세 단어의 연관어로 bill을 맞히는 식인데, 술을 마신 사람들이 한 잔도 안 마신 사람들보다 두세 문제를 더 풀었습니다. 또 각 문제의 답을 더 빨리 제출했습니다.



HBR: 결국 알코올이 정신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이야긴가요?


자로즈: 술을 마시면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 때 이 '집중력 저하'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RAT 테스트의 핵심은 처음 떠오른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것인데, 이걸 알코올이 도와줍니다. 실험대상자에게 문제를 풀 때 전략적 사고와 직관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물었는데요, 술을 마신 사람이 안 마신 사람보다 더 직관을 이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10% 이상의 문제를 더 풀었구요.


예를 들어, duck의 연관어인 bill은 체계적 방식으로 생각해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cry(울음, 구호), front(전선·戰線), ship(선박, 군함)의 연관어를 찾는 문제는 체계적으로 풀기 힘듭니다. baby 같은 오답에 더 오래 머무른 후 battle(전투)이라는 정답을 찾게 됩니다. 물론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거나 기계를 조작하는 경우는 맑은 정신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관을 활용한 문제 해결시 술이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HBR: 술을 마신 사람들이 안 마신 사람들보다 머리가 더 좋았던 것은 아닐까요?


자로즈: 사실 두 그룹의 정신적 예민함의 정도를 *작동기억이라는 측정치로 확실하게 균형을 잡았습니다. 실험 시작 전 모두가 맑은 정신일 때, 컴퓨터 화면으로 수학문제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단어들을 보여 주고 순서대로 쓰라고 했어요. 그런 다음 점수차가 1점 이내인 사람끼리 짝을 지어 각각 다른 그룹에 배치했기 때문에, 두 그룹의 평균점수가 거의 같았죠. 실험을 마무리하면서 같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술을 안 마신 사람들이 두번째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술을 마신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HBR: 피험자가 모두 젊은 남성이었어요 여성이나 좀 더 나이든 사람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자로즈: 연구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젊은 여성은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뇌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므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HBR: 왜 이 연구를 하시게 된 건가요?


자로즈: 저는 연구의 초점을 알코올보다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조사하는데 두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 중 “유레카!”를 외친 것처럼 늘 사람들이 무엇에서 번쩍이는 통찰력을 얻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느 날 저와 함께 책을 쓴 알코올연구자 그레고리 콜플레시(Gregory Colflesh), 제니퍼 와일리(Jennifer Wiley)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가 이 분야를 연구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HBR: 알코올이 다른 면에서 정신적으로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나요?


자로즈: 그레고리 콜플레시는 변화 감지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주고 차이점을 찾게 했는데, 술을 좀 마셨을 때 성과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경우죠. 술을 마신 사람은 사진의 각 부분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고 느긋한 태도로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은 술을 마셨을 때 외국어를 더 유창하게 말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어요. 외국어를 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결과는 직관에 배치되는 일이죠.


HBR: 술을 마신 뒤에 외국어를 더 잘하는 이유는 거리낌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더 커지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이 효과 때문에 술을 마신 사람이 RAT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 걸까요?


자로즈: 그럴 수 있어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이 그런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그런 효과를 측정하는 자료는 수집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술을 마신 사람이 안 마신 사람보다 “그래 이거야!” 하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다는 건 확실합니다. 술을 마신 사람은 목표에 집중해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대신, *‘활성화 확산’이라는 활동을 펼치는데요. MRI로 술 마신 사람의 뇌를 촬영한다면 뇌의 다른 부위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정답에 해당하는 단어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HBR: 그렇다면 아이디어를 낼 때 브레인스토밍을 회의실이 아니라 선술집에서 해야 할까요?


자로즈: 100% 틀에서 벗어난 방식, 혹은 100%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는 직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 수행하는 과제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글은 취했을 때 쓰고, 깨고나서 고치라’는 옛말도 있잖아요. 수정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거죠. 대신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즐겁게 몇 잔 마시거나, 점심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도움이 될 겁니다.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되는거 아시죠? 혈중알코올농도가 0.08보다 높아지도록 마시면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불필요한 아이디어를 추려내기 어려워지니까요.


※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면허 정지, 0.08% 이상은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일반적으로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 뒤 측정하면 나오는 수치라고 알려져있다.



* RAM(Remote Associates Test): 주어진 몇 개의 단어에서 공통으로 연상되는 단어를 맞히는 테스트

* 작동기억: 생각하기, 계산하기, 말하기 등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단기기억

* 활성화 확산(spreading activation): 기억에서 개념은 마디로 표시되고 의미에 근거한 고리로 연결돼 있는데, 외부 지각이나 작동기억의 내용을 통해 초점 마디가 활성화되면 의미적으로 연결된 인접 마디들로 활성화가 번져나간다는 이론



인터비즈 김정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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