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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01. 2020

슈퍼모델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 패션업계서 도움됐나

2020년 서울 컬렉션 F/W는 없었지만 한혜진의 F/W는 있었다.

2020년, 서울 컬렉션 F/W는 없었지만 한혜진의 F/W는 있었다

- MBC 나혼자산다 방송 중, 배우 이시언 -



2월 25일, 올해 20주년을 맞는 2020 F/W 서울패션위크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서울패션위크는 해외 언론과 바이어 등 수만 명이 찾는 이벤트로, 국내 디자이너들에겐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주요 행사다. 국내 최대 패션 행사이자 해외 수주와도 직결되어 있다보니 취소로 인한 파장이 크다. 특히 서울패션위크 시즌에 맞춰 비즈니스를 준비해온 이들에겐 타격이 치명적이다. 이 시점에, 슈퍼모델 한혜진의 행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한 서울패션위크의 취소... 발 벗고 나선 슈퍼모델 '한혜진'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매년 서울 컬렉션이 열리는데요. 이번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열리지 않게 됐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컬렉션도 다 취소가 됐어요. 컬렉션에는 관객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보고 자기네 나라로 수입, 주문을 하는 바이어들이 있습니다. 오래 일한 모델로서 안타깝고 속상한 심정에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을) 좀 많은 분들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해서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한혜진은 코로나19와 서울패션위크 취소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내 디자이너들을 위해 '디지털 런웨이'를 기획했다. 서울패션위크 F/W 시즌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옷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38명 디자이너의 의상 100벌(악세서리 등을 포함하면 약 300피스 이상)을 선보이는 디지털 런웨이는 한혜진의 사비와 수많은 패션 관계자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됐다. 


무모한 도전에 대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접 디자이너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섭외뿐만 아니라, 무대 장비까지 사비로 준비하는 사명감을 보였다. 스타일링과 무대 동선, BGM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러블리한 원피스부터 오버핏의 남성복까지 프로 모델답게 완벽히 소화하며 '나혼자산다' 패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감동시켰다.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솔직히 좀 두려웠어요.. 잠시 잠깐동안 했던 생각과 결정 때문에 너무 크게 판을 벌리고, 재능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느낌?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였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정신을 붙들어매지 않으면 오늘은 진짜 큰일나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MBC 나혼자산다 방송 중, 한혜진 인터뷰 -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00벌을 입는 동안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에 현기증을 느끼는가 하면, 쥐가나 발가락이 꺾이기까지 했다. 중간에는 친한 지인인 모델 김원경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러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한혜진은 첫 번째 옷부터 백 번째 착장까지 흐트러진 모습 없이 진지하게 자신의 도전을 성공시켰다. 아래는 그 결과물이다.


나혼자산다 STUDIO


38 브랜드 & 디자이너들(100벌 챌린지 영상에 나오는 순서대로)



1. CHAE NEW YORK 채뉴욕 by 유채윤 / 2. GREEDILOUS 그리디어스 by 박윤희 / 3. MISS GEE COLLECTION 미스지컬렉션 by 지춘희 / 4. ulkin 얼킨 by 이성동 / 5. D-Antidote 디앤티도트 by 박환성 / 6. MAXXIJ 막시제이 이재형 / 7. tibaeg 티백 by 조은애 / 8. JULYCOLUMN 줄라이컬럼 by 박수이&박재이 / 9. DOUCAN 두칸 by 최충훈 / 10. CHANCECHANCE 챈스챈스 by 김찬 / 11. SETSETSET 쎄쎄쎄 by 장윤경 / 12. JCHOI 제이초이 by 최정수 / 13. exyai. 엑스와이 by 김학선 / 14. sinoon 시눈 by 신윤 / 15. DEW E DEW E 듀이듀이 by 이수연&김진영 / 16. CARUSO 카루소 by 장광효 / 17. GRAPHISTE MAN.G 그라피스트 만지 by 김지만 / 18. CAHIERS 까이에 by 김아영 / 19. KYE 카이 by 계한희 / 20. HOLY NUMBER 7 홀리넘버세븐 by 송현희&최경호 / 21. LIE 라이 by 이청청 / 22. MINU 마이누 by 조민우 / 23. SAINT MILL 세인트 밀 by 명유석 / 24. Oct.31 악토버31 by 김선일 / 25. SKSHY 스크시 by 강상욱 / 26. lo axual 로액슈얼 by 서준혁 / 27. NUPER 누퍼 by 신동진 / 28. STUDIO SEONG 스튜디오성 by 이성훈 / 29. the STOLEN GARMENT / 30. youser 유저 by 이무열 / 31. BLA XIII 블라써틴 by 정윤철 / 32. MUR MUR STUDIO 머머스튜디오 by 임영환 / 33. PARTsPARTs 파츠파츠 by 임선옥 / 34. 51percent 51퍼센트 by 이원재 / 35. PAINTERS 페인터스 by 전원 / 36. from the yesterday 프롬 더 예스터데이 by 강동진 / 37. 더그레이티스트 by 오재용 / 38. CUMU11ATE 큐뮬레이트 by 김연성



한혜진의 뜻에 흔쾌히 응해준 패션 어벤져스(Avengers)

출처 모델 한혜진 인스타그램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는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도전이 아니었다. 수많은 스탭, 전문가의 도움으로 완벽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혜진의 뜻에 참여한 주요 전문가들을 살펴보자. (이 글에서는 'MBC 나혼자산다' 및 '한혜진 인스타그램'에 태그된 주요 관계자 5명을 이야기한다.)


한지선 헤어스타일리스트 /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헤어스타일리스트 - 한지선


한지선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에이전시 시드 소속으로 패션, 뷰티 업계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보그(Vogue), Bazaar(바자르), Elle(엘르), GQ(지큐), Esquire(에스콰이어) 등 잡지, 광고, 영화, 음악앨범 등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많은 탑 아이돌(BTS, 위너, 블랙핑크 등)의 헤어스타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한혜진의 주요 화보들에 빠지지 않는 최측근이며, 2018년 보그코리아에서 '나혼자산다' 무지개 회원들(한혜진, 기안84, 전현무, 헨리, 박나래, 이시언) 화보를 진행했을 때도 헤어 담당으로 참여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분홍색 옷에 마스크), 한혜진의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메이크업 아티스트 - 이준성


이준성은 에스팀 믹스테이지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젠틀몬스터, 씨네21, VOGUE 등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배두나, 공효진, 이솜, 채정안, 김무열, AOA 지민, 권현빈, 비와이 등 수많은 셀럽들과 작업을 진행했다. 한혜진 또한 에스팀 모델 소속으로, 이준성과 오랜 기간동안 동료로 일하며 친분을 쌓았다. 


스타일리스트 김수린, 한혜진이 피팅할 옷을 점검하는 모습 /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스타일리스트 - 김수린


김수린은 촉망받은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싱글즈(Singles)를 비롯한 패션&뷰티 잡지, 광고 등 다양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한혜진과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 화장품 브랜드 달바(d'Alba)와 닥터자르트(Dr.jart), 의류브랜드 쉬스 미스(SHESMISS), 매거진 바자르(Bazarr) 화보 작업 등을 같이했다. 


비디오그래퍼 김보성, 100벌 챌린지의 영상 총감독 역할 /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비디오그래퍼 - 김보성


김보성 작가는 현재 플레이스튜디오 대표이자 에스팀 믹스테이지 소속이다. 패션 포토그래퍼, 미디어 아티스트, 비디오그래퍼 등의 호칭으로 불린다. 현재 패션 매거진 '보그(VOGUE) 코리아'의 포토 디렉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수많은 연예인들의 화보와 광고 촬영을 진행한 전문가다.' 100벌 챌린지'의 영상을 13분 안에 완벽히 담아낸 것은 김보성의 역할이 컸다.


모델 김원경 / 출처 나혼자산다 STUDIO 유튜브


한혜진의 앰뷸런스, 모델 김원경


모델 김원경은 한혜진과 같은 에스팀 모델 소속이다. 한혜진과는 20년지기 친구로 알려져있다. 한혜진은 챌린지 중간에 쓰러지는 등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그녀를 불렀다. 한혜진이 다리가 흔들리는 듯 체력저하를 보일 시점, 김원경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김원경은 단순히 존재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친한 친구로써 한혜진을 위로하고 동료의 입장에서 정신적인 지원자가 됐다.



서울패션위크 전격 취소... 2019년 대비 2020년 의류 업종 매출 '37.3%' 감소


출처 서울패션위크 홈페이지(http://www.seoulfashionweek.org/)


서울패션위크는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비즈니스 행사다. 매년 3월과 10월에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서울 패션위크에는 해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바이어 등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2019년 F/W 행사에는 33개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고, 영국 코트와일러 패션쇼 등 총 37차례의 서울 컬렉션을 진행했다. 2019년 국제 수주박람회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에도 95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그러나 올해 서울패션위크는 2월 24일 회의를 통해 2020 F/W 서울패션위크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컬렉션 발표 기회를 잃은 디자이너들이나 행사를 주관하는 쪽 모두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전례 없는 이번 사건은 서울패션위크를 포함해 한국 패션업계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 패션위크 주최 측은 국내 확진자가 크게 늘고 정부의 대응 상황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비상 회의를 통해 행사 개최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2월 14일까지만 해도 행사 규모를 줄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부에서만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2월 24일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시빅데이터캠퍼스 자료 분석 / 출처 인터비즈


2월 11일 상하이패션위크 취소, 2월 24일 서울패션위크 취소, 3월 2일 도쿄패션위크 취소. 중국, 한국, 일본에서 연달아 춘계 패션위크가 취소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패션계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인터비즈가 *서울시빅데이터캠퍼스에서 서울 전지역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2019년 2, 3월 대비 2020년 2, 3월 매출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2019년 2, 3월 대비 2020년 2, 3월 패션/잡화 업종 매출은 약 137억, 의복/의류 업종은 약 1천4백억 감소했다. 증감률로 치면 패션/잡화 업종이 25.2%, 의복/의류 업종은 37.3% 각각 줄어들었다.


* 서울시빅데이터캠퍼스 :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신용카드 매출, 생활인구 등 세부적인 데이터를 모아두었다. 캠퍼스에서는 시민 누구나 빅데이터 를 열람하고 원하는 분석을 할 수 있다.



맥킨지, '2020 글로벌 패션 전망 보고서' 수정... 각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작년에 발행한 2020 글로벌 패션 전망 보고서(좌), 4월 발행된 코로나 업데이트 보고서 / 출처 맥킨지 홈페이지(mckinsey.com)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가 지난해 말 발행했던 '2020 글로벌 패션 전망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크게 달라진 전망을 반영했다. 맥킨지의 업데이트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글로벌 패션기업들에게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다. 맥킨지는 올해 초 2조5000억달러(약 3070조원)였던 글로벌 패션기업 시가총액의 40%가량이 코로나19로 증발해버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패션(의류·신발)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27~30%, 명품 시장은 35~3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패션업계는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있을까?


출처 런던패션위크 공식 인스타그램


디지털 플랫폼과 젠더 뉴트럴, 런던 패션위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6월 개최 예정이었던 런던의 남성 패션위크는 취소됐다. 그러나 런던 패션위크의 주최 기관인 영국패션협회는 런던 패션위크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입장을 전달했다.


런던 패션위크는 6월 12일 현재 상황에 따라 디지털 플램폿으로 런칭될 것입니다. 여성복과 남성복을 하나로 합친 '젠더 뉴트럴(성 중립성)' 형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 런던패션위크 공식 인스타그램 -


지금까지 매년 6월은 남성복 브랜드들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남성 패션위크 기간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남성복·여성복 구분 없이 함께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디지털 플랫폼에 여성복까지 포함된 것은 9월로 예정된 여성 패션위크 시기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계산한 결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런던 패션위크는 디지털로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 영국패션협회는 인터뷰 팟캐스트, 디자이너 다이어리, 웹 세미나, 디지털 쇼룸 등을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 런던 패션위크는 공식 런던 패션위크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6월 12일(금)부터 시행된다.


출처 알리바바그룹 공식 페이스북


마음에 드는 상품 즉시 구매, 상하이 디지털 패션위크


중국 상하이 패션 위크(shanghai Fashion Week)는 3월 26일부터 3월 30일까지 ‘디지털 패션쇼’를 진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패션업계의 주요 행사들이 연기된 가운데 진행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상하이 패션위크 조직위원회는 알리바바그룹과 협업하여 150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2020 F/W 런웨이 행사를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Tmall)’과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해 중계했다.


티몰에선 생중계로 패션쇼 시청 관객이 마음에 드는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모델, 디자이너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어떤 재료가 사용됐는지, 어떤 체형에게 어울리는 상품인지 등 댓글을 활용해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 패션위크 첫날의 조회수는 250만 회, 끝날 무렵에는 총 1,100만 회에 도달했다. 패션위크가 진행된 5일 간 약 2천만 위안(약 34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현대백화점'의 새로운 도전... 패션업계 돌파구 될까


출처 서울패션위크 공식 유튜브 채널


서울디자인재단은 패션위크의 대안책으로 온라인 컬렉션을 마련했다. 이번 디지털 컬렉션은 각 브랜드의 디자이너 인터뷰와 모델이 옷을 입어보는 피팅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구성됐다. 영상은 서울패션위크의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 공식 계정에서 볼 수 있다. 영상 제작은 디자이너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촬영 및 편집, SNS 계정 운영 등을 서울디자인재단 전담팀이 맡아 직접 각 브랜드의 아뜰리에(매장, 공방, 스튜디오 등)로 찾아가 진행했다. 지원대상에 선정된 브랜드는 2020 F/W 서울패션위크에 참가 예정이었던 49개(서울컬렉션 33개, 제너레이션 넥스트 16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주문 수주를 위해 서울패션위크와 트레이드 쇼에 참가 예정이었던 88개 브랜드의 룩북(해당 시즌의 제품 리스트)을 미국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백화점의 디다라말디베코바, 중국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백화점의 첸 지아 이(chen xuzhi) 등 해외 유력 바이어 230여 명에게 보냈다. 바이어가 수주 상담이나 계약을 희망할 경우엔 브랜드에 개별 연락해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출처 현대백화점 TV 유튜브


현대백화점, 업계 최초의 무관중 패션쇼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무(無)관중 패션쇼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패션 브랜드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중소기업 육성 회사인 경기도주식회사와 손잡고, 4월 25일 오후 7시부터 약 3시간 동안 관중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는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를 개최했다. '2020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는 현대백화점 공식 유튜브 채널인 '현대백화점TV' 및 중국 온라인몰 '타오바오', 동남아 최대 온라인몰 '쇼피' 등 해외의 라이브 채널을 통해서도 공개했다.


이번 패션쇼에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25개가 참여했다. 만지·홀리넘버세븐·고코리·까이에·블리다·뎁·쎄쎄쎄 등이 대표적 브랜드다. 패션쇼에는 해당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참여해 최신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별 차별화 포인트 등을 설명했다. 아울러, 30여명의 인플루언서도 행사에 참여해 각자의 계정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현대백화점 TV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패션위크, 실물 확인 못하는 위험 대안 찾아야


패션쇼는 패션산업의 시작점이다. 쇼에서 디자이너가 새로운 상품을 보여주면 이를 바이어가 사들여 매장을 채운다. 기자들은 그 해의 트렌드를 예측해 보도한다. 세계 각지의 바이어·기자들이 패션쇼를 보기 위해 일 년에도 몇 차례씩 긴 비행시간을 투자해 밀라노·파리 등 주요 패션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출퇴근, 모임, 개학의 개념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0 봄여름 베를린 패션위크', 꽉찬 관람객들과 함께 전형적인 패션쇼의 모습 출처 동아닷컴


이번의 팬데믹을 계기로 패션 행사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는 단점뿐만 아니라 분명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기존 패션 행사가 상류층 혹은 패션업계 종사자의 특수한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 또는 패션을 좋아하는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소수만이 누렸던 '프론트 로’라 불리는 관람석 1열이 가지는 힘도 사라진다. 누구나 손안의 핸드폰으로 세계 어디서나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를 동시간대에 볼 수 있게 되는 '평등의 시대'가 열렸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디지털 컬렉션을 진행했다. 상하이패션위크도 디지털로 진행됐다. 런던 패션위크 역시 6월에 있을 남성복 패션위크를 남성복·여성복 구분 없이 디지털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런던패션위크의 쇼룸(Show Room) / 출처 동아닷컴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형태의 패션쇼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옷을 팔기 위해 모델에게 입혀 보여주는 처음의 목적에서 진화해, 지금은 멋진 무대 연출까지 곁들여 옷과 브랜드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패션쇼는 꽤 매력적이다. 특히 비용 대비 많은 사람에게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효율적이다.


물론 디지털 패션쇼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쇼가 끝난 다음 날부터 열리는 '쇼룸'에서 모델이 입었던 옷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바이어들이 실물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수량만 주문할 수 있다. 이 경우 패션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VR, AR 등을 활용한 디지털 쇼룸과 같은 패션테크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성과는 없어 보인다.



당장의 구체적인 성과는 미지수.... 그러나 충분히 의미 있었던 '100벌 챌린지',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녀가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상대적인 수치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 서울패션위크(서울디자인재단), 한혜진 각각의 디지털 런웨이가 노출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모델 한혜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디지털 런웨이 영상은 '좋아요 131,461개'를 기록했다(5월 26일 기준)


모델 한혜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디지털 런웨이 영상은 '좋아요' 131,461개, 조회수 954,455회(5월 26일 기준)를 기록했다. 서울패션위크 공식 인스타그램에 노출된 각 브랜드의 홍보영상은 평균적으로 '좋아요' 200개 이하, 조회수 1,000회 이하였다. 현대백화점은 디지털런웨이 영상을 유튜브에서 라이브로 진행하고 편집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유튜브를 살펴보자. 유튜브 채널 나혼자산다 STUDIO에 업로드된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 영상은 누적 조회수 2,327,004회(5월 26일 기준)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TV의 '디지털 패션쇼' 영상은 누적조회수 4,415회를 기록했다. 서울패션위크(서울디자인재단)의 브랜드 소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는 '2020 F/W COMSPACE 1980 COLLECTION' 영상으로 1,331회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완벽한 비교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한혜진의 인스타그램 채널과 나혼자산다 STUDIO 채널의 시청자, 독자들은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혜진 개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예능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일 확률이 크다. 반대로 서울패션위크나 현대백화점의 시청자, 독자들은 패션에 대한 수요가 큰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단순히 숫자만 보고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가 현대백화점이나 서울디자인재단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혜진의 챌린지가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울패션위크의 주요 바이어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향후 두고보아야 할 문제다. 한혜진이 셀럽으로서 패션업계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충분히 다했다고 보여진다. 디자이너들은 당장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더라도 대중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손해볼 것이 없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패션업계가 디지털화되는 이 시점에서 패션업 종사자들과 대중들에게 디지털 런웨이를 익숙하게 만든 좋은 시발점이 됐다. 


                                                                                        

인터비즈 조현우 윤현종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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