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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04. 2020

실리콘밸리서 주목받던 로봇 레스토랑이 사라지고 있다

고전을 겪는 로봇 레스토랑 가운데 성장세를 띠는 '스파이스(Spyce)'


2010년 이후 유통업계를 사로잡은 화두는 로봇과 드론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자동화 서비스였다. 미국의 테크 허브,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도 로봇이 등장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잇사(Eatsa), 카페X, 버거 레스토랑 크리에이터 등 로봇에 기반을 둔 F&B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는 역행 현상이 나타난다. 준비없이 언택트 트렌드에 따라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편으로는 고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 하는 샐러드 로봇 레스토랑도 있다. MIT 공대생 네 명이 창업한 보스턴에 위치한 샐러드 가게, '스파이스(Spyce)'다. 앞선 다른 로봇 레스토랑과 달리 스파이스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로봇 레스토랑'이 주목받은 이유


로봇 레스토랑은 반복적인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처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로봇으로 단순노동 인력을 대체하게 되면 사업주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인건비가 줄면 메뉴의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직원은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미국에는 이 로봇 레스토랑이 유독 밀집한 지역이 있다. 미국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자 테크 산업의 중심인 샌프란시스코다. 기존 실리콘밸리가 갖춘 인적, 기술적 인프라 및 자원은 로봇 레스토랑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독 이곳에 로봇 레스토랑이 집중 돼 있는 배경으로는 엄청난 렌트비가 꼽힌다. 실리콘밸리에서 방 하나에 화장실이 딸린 원베드룸의 렌트비는 무려 2000~3000 달러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구글 본사 마당에는 트럭을 집 삼아 살아가는 직원까지 여럿 생기고 있을 정도라 한다)


미국 내 로봇 레스토랑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버거를 만드는 로봇 레스토랑인 '크리에이터'는 350개의 센서와 20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로봇 공정으로 버거 한 개를 만드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시간당 130개의 버거를 만드는 셈이다. 버거 번이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서 소스, 야채, 패티 등이 차례로 쌓이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2016년에 론칭한 '줌피자'는 모바일로 피자가 주문되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배달 트럭에서 피자를 만들어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피자를 배달한다는 발상으로 약 7500만 달러(한화로 약 900억원)의 펀딩을 받았다. 2018년 소프트뱅크는 줌피자의 기업가치를 10억 달러(한화로 약 1조2000억 원)로 평가하고 3억7500만 달러(한화로 약 4500억 원)를 투자했다.



'잇사(Eatsa)'는 키오스크나 앱으로 주문된 음식을 락커 모양의 픽업 장소에 놓으면 고객이 픽업하는 시스템의 레스토랑이다. 음식은 주방에서 사람이 만들고 주문부터 락커에서 픽업하는 일련의 과정은 직원과 소통할 필요가 없는 전형적인 비대면 레스토랑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언택트로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샐러드를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로봇 레스토랑과 카페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의 용어)하기 때문이다. '카페X'는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로봇이 춤을 춘다. 커피가 완성되기 까지 로봇이 춤추는 동작을 보는 고객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로봇만 있다고 성공할까?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다. 사실 로봇이 춤추는 모습을 처음 본 이들에게나 카페X의 커피머신이 재미로 느껴지지, 키오스크로 주문된 커피를 만드는 건 일반 매장의 흔한 커피 머신과 다를 게 없다. 더 큰 문제는 로봇 커피 머신이 만들어 준 커피의 맛에 특별함이 전혀 없다. 상품성이 기대 이하란 얘기다. 기대 이하인 커피 맛으로 카페X에 갖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카페X는 창업한 지 3년도 안 돼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매장 세 곳이나 문을 닫는다.


무작정 로보틱 기술을 쫓아 혁신을 표방하던 다른 레스토랑 사업자들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19년 7월 잇사는 문을 닫았고 줌피자도 같은 해 11월 사업을 종료하며 2020년 1월 4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줌피자는 피자로봇에서 배송 로지스틱스와 분해 가능한 패키징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그것조차 불확실성이 크다. 크리에이터는 소프트뱅크의 펀딩 이슈로 한동안 자금난을 겪게 된다.




업(業)의 본질인 '고객경험'이 로봇보다 중요하다.



고전 중인 로봇 레스토랑, 카페 업체 사이에서 눈에 띄는 업체 하나가 있다. 2018년 5월 MIT 졸업생 네 명이 창업한 보스톤 지역에 위치한 스파이스(Spyce)다. 그리스식, 레바논식, 인디언식, 한국식 등 각국 스타일의 샐러드를 판매하는 샐러드 레스토랑이다. 스파이스는 현재 두 번째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샐러드를 주문하자마자 AI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료를 찾아 순서대로 샐러드 믹싱 볼에 넣고 재료가 섞이는 동안 소스도 자동 분사되며 완성된 것은 자동으로 볼에 담긴다. 자동화된 제조공정을 통해 주문 한 건이 소화되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스파이스 샐러드가 협력한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블뤼

다른 로봇 레스토랑과 달리 스파이스만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뭘까. 우선 스파이스는 상품의 본질인 '샐러드의 맛'에 집중했다. 스파이스의 샐러드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다니엘 블뤼와 협력해서 만든 스파이스만의 레시피다. 현재까지도 다니엘이 수석 셰프를 맡아 앞으로는 개인의 식성, 선호를 고려한 메뉴 그리고 글로벌한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식상한 맛에서 벗어나고자 메뉴 개발에 힘쓰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전광판에 쓰여있는 문구 'Now cooking Moroccan For SAI' (SAI 를 위한 모로칸 샐러드를 요리 중입니다)

또 스파이스 매장에서 샐러드가 3분 안에 만들어지는 '속도감'은 로봇 레일로 버거 한 개를 5분안 에 만드는 크리에이터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게끔 한다. 샐러드가 만들어지는 3분 동안 전광판에서 샐러드 준비 시작부터 'A고객을 위한 B 샐러드를 제조 중입니다(Now Cooking B salad For A)', 'A 고객님, 샐러드가 거의 완성됐다.(XXX, We're Completing Cooking)', '그릇에 담길 준비가 됐습니다(Ready to Plate)' 등 요리의 준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기다리는 고객의 지루함과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매장 홀에 배치된 직원 3명의 역할도 세심하게 나뉘어 있다. 예컨대 직원 2명은 샐러드가 완성됐을 때 고객 이름이 적힌 뚜껑을 덮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 그리고 기본 메뉴에 과카몰리나 살사 같은 추가 옵션을 얹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직원 한 명은 계산을 돕는다. 이처럼 스파이스는 맛은 물론이고 매장 내 고객 편의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기본적인 고객 경험에 집중한 결과 고전을 면치 못한 로봇 레스토랑들 사이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업의 본질이다. 레스토랑이라면 음식의 맛이, 카페라면 커피의 맛이 가장 중요하다. 또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고객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에 집중해야 한다. 로봇이란 콘셉트가 단기적으로 재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상품의 본질, 맛과 고객 경험이 장기전에서는 관건이다. 로봇을 주요 사업으로 잡기로 결정했다면 고객 경험 관점에서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니까 너도나도 따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한다. 사업의 본질과 고객에 집중하는 기본 마인드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96호

필자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마케팅 전공 교수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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