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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06. 2020

하버드 간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었다

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로 높은 지능, 사교적인 성격, 부유한 가정, 뛰어난 외모 등을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사교적이며 외모가 출중한 이들이 인생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고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버드대의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그러한 믿음이 사실이 아니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한 다음에 그들의 실제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 



하버드 나온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었다


그랜트 스터디는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268명을 선발해 졸업 후 70년 이상의 삶을 추적 조사한 연구다. 예상대로 연구 참여자들은 정계, 법조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 중 약 30%는 실제로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 반면, 약 30%는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 중 44%가 비즈니스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약 17% 정도가 회사의 중간관리자조차 되지 못했다. 회사의 CEO까지 오른 건 44%에 불과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모두 능력 면에서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하버드대 동기생들보다도 더 많이 우등으로 졸업했고 또 더 많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문적으로만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체검사 탈락률이 동년배의 7분의 1수준일 정도로 신체적으로 우수했고 60%이상이 장교로 진급해 전역할 정도로 전시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전쟁 후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있어서도 동년배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적응력을 나타냈다.


뛰어난 지능, 사교적 성격, 가문의 배경, 경제적 부(富), 출중한 외모 등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했음에도 왜 연구 참가자들 사이에 차이가 생긴 걸까. 아래 표는 성공적인 삶을 산 30%와 인생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30% 사이 삶의 행적에 있어 두드러진 차이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들은 대처방법이 달랐다


그랜트 스터디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을 가장 잘 구분해 줄 수 있는 종합적인 지표는 바로 적응기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인 대처방법을 말한다.


행복한 삶을 사는 데는 적응기제가 중요하다. 적응기제는 당사자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스트레스에 대해 자아가 활용하는 무의식적 방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신체적인 반응만큼이나 치유력과 관련이 깊고 또 건강에 필수적이다. 자아의 적응기제는 크게 미성숙한 기제, 신경증적인 기제, 성숙한 기제의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 문제 상황에서 내면의 갈등을 숨기거나 자기 또는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문제 상황 자체를 창조적으로 변형시켜 결과적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략을 사용한다.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가 하는 일은 조개가 우아한 진주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조개는 모래가 외부에서 들어올 경우 조직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개껍질의 안쪽 부분을 만들어주는 물질로 모래를 뒤덮어 아름다운 진주로 변화시킨다.


신경증적인 자아의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자기를 희생시킴으로써 내면의 갈등 또는 현실적인 문제와 타협하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람은 대단히 고통스러워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영문을 몰라 할 수 있다.


미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심리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 적응기제는 사용하면 자신은 즐거워도 남들은 견뎌낼 수 없게 만든다.


직장상사와 갈등관계에 있는 문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적응기제의 예시


그랜트 스터디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적응기제 분포에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숙한 적응기제는 약 2배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미성숙한 적응기제는 절반 수준 미만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러한 분류는 누군가를 무시하기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조차도 성숙한 면을 상당한 수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한 CEO의 조건?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성숙한 기제인 억제, 예상, 유머, 승화, 이타주의 적응기제를 활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억제의 적응기제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억제는 내면의 갈등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일 없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억제라는 것이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꾹 참기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평상시처럼 긴장을 이완한 상태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억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중요한 기획안을 발표해야 하거나 입사를 위한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기 직전에 내부의 긴장을 다스리기 위해서 1∼2분 간 심호흡을 하는 것도 억제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억제는 단순히 참기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잘 참아내기 위해서 합리적인 행동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제로 행하는 것이다.


억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좌절 상황에서도 특별한 묘안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반면에 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될수록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특별한 비법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런 비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들을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해나가는 것이 억제의 비결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예상의 적응기제


예상은 제갈공명처럼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에 앞서 그 사건에 대해 정서적으로 미리 대비해 둠으로써 미래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감시키는 책략을 쓰는 것이다. 예상은 누구라도 능히 해낼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드문 기제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냈던 전쟁 영웅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는 사령관으로서 공격을 개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책임감과 불안감, 긴장감에 짓눌려 영원히 해가 뜨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는 그의 인내심, 판단, 자신감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음 날에 겪게 될 불안, 긴장, 부담감 등의 정서적인 어려움들을 전날 밤에 잠들기 전에 하나씩 짚어 보기 시작했다. 이처럼 정서적인 고통을 전날 밤에 잠자리에서 한번 겪으면서 털어버리고 나자 마치 면역이 생긴 것처럼 다음 날 실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하들의 눈에는 그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게 됐다.



육군원수를 거쳐 34대 대통령이 됐던 아이젠하워 출처 동아미디어그룹블로그


예상은 사고상 예측 능력과 다르다. 따라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연습만 하면 손쉽게 익힐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한 일화는 예상 능력을 키우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어느날 한 청년이 현자가 되고 싶다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왔다. 그는 말없이 청년을 냇가로 데려가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눌렀다. 숨이 차 바둥거리는 청년을 물 밖으로 꺼낸 소크라테스는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간절히 바라듯 지혜를 구하게나"라고 말했다.



유머의 적응기제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유머는 단순히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것 이상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유머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순탄하게 자란 사람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랜트 스터디에서 대학 시절에 유머잡지의 편집인으로 일했던 4명의 연구 참여자들 모두 어린 시절에 부모와 사별했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머는 가장 훌륭하고 우아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눈물로 웃음을 빚어내는 삶의 예술이다.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의 삶을 떠올려 보자.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모두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였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그가 성공한 이후에도 현실과 영화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영화에서 그가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볼 때면 몹시 슬퍼했다. 현실이 아니라고, 충분히 성공해 옷은 필요 없다고 해도 "우리 아들에게 옷을 지어줘야겠다" 말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 채플린에겐 말 그대로 고문이었다. 그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동시에 담았던 영화 ‘키드’는 삶 속에서 고통과 슬픔이 웃음을 어떻게 빚어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떠돌이가 버려진 아이를 발견해 함께 살아가는 영화 / 출처 찰리채플린 프로덕션

또 유머는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채플린이 아동건강협회에 강연을 갔을 때, 헨리포드는 인파를 뚫고 채플린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 얼굴을 보기 위해 30km를 달려온 사람이오." 채플린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야말로 선생님을 뵙기 위해 LA에서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서 날아온 사람입니다.” 그는 유머를 통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고 주변 사람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승화와 이타주의의 적응기제


승화는 내부의 욕구를 순화시켜 문화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디슨의 삶은 승화에 기초한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삶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호기심 많았던 에디슨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퇴학을 당했다. 12살 땐 철도회사 화물차 안에 실험실을 차려놓고 실험을 하다 불을 내 차장에게 얻어맞아 청각장애를 얻기도 했다. 이후 백열전등 축음기 등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발명왕' 에디슨으로 기억된다. 승화는 삶의 난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연금술과 같다.


마지막은 이타주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돌보는 일과 관계가 있다.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이 받고자 원하는 것을 바로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외형상 선행을 베푼다고 모두 다 이타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행을 베푼 결과가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즐거움에서 선행을 베풀어 주변 사람들도 봉사의 기쁨을 함께 느끼게 해야 이타주의라 할 수 있다.



워런버핏도 적응기제를 알았을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CEO 후계자의 자격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제시하는 버크셔의 후계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은 다음 5가지다.



1) 합리적이고 침착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2) 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올인해야 한다

3) 기업을 망치는 기업의 암인 교만·관료주의·현실안주에 맞서 싸워야 한다

4) 회사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젊은 내부출신 인재여야 한다. 

5) 총명하고 에너지 넘치며 열정이 많은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워런 버핏이 제시한 CEO 후계자의 조건 5가지는 본질적으로 적응기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워런 버핏이 언급했던 ‘합리적이고 침착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억제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둘째, 워런 버핏이 제시했던 ‘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하는 사람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이타주의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셋째, 워런 버핏이 추천했던, ‘현실안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예상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넷째, 워런 버핏이 소개했던 ‘유능성이 검증된 동시에 회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젊은 내부 출신’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유머의 적응기제, 그리고 미성숙한 적응기제가 성숙한 적응기제로 변화해 나가는 심리적인 성숙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워런 버핏이 주장했던 ‘총명하고 에너지 넘치며 열정이 많은 인물’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승화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워런 버핏은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적응기제의 중요성을 그 자신만의 표현을 통해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그 자신 역시 80년 이상을 살아가면서 삶 속에서 지혜롭게 체득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버핏처럼 충분히 오랜 시간을 살면서 지혜를 터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CEO 개인의 행복과 성공적인 CEO 후계자 선정 모두의 영역에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79호

필자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미표기 이미지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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