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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15. 2020

설국열차의 그 장면이 현실로?..성장하는 곤충食 비즈

곤충쿠키, 귀뚜라미 영양바.. 먹을 게 없어도 벌레까지 먹어야 하나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벌레까지 먹어야 할까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3년 개봉해 9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들이 바퀴벌레를 갈아 넣은 직사각형 모양의 단백질 블록을 먹는 장면은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단백질 블록을 만드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쓰레기를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장면을 본 관객들도 '징그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나 거부감을 느끼던 설국열차의 한 장면처럼 곤충이 식재료로 활용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단백질 블록(좌)과 단백질 블록을 먹고 있는 꼬리칸 소년의 모습(우) / 출처 네이버 영화


전 세계적으로 곤충의 대량 생산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리더가 출현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 설립된 프랑스의 잉섹트(Ynsect)사는 곤충학과 로보틱스를 결합해 갈색거저리 유충을 연간 2만 톤씩 생산할 수 있는 최초의 자동화 농장을 만들었다. 지난 2014년엔 '귀뚜라미 영양바'를 만드는 미국 식품 벤처기업 엑소 프로테인 바스(Exo Protein Bars)에 김정주 NXC 회장이 120만 달러(한화 약 14억 원)를 투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국내에도 동애등에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이 건설되고, 반려견을 위한 기능성 사료 제품이 등장하는 등 곤충 소재 회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서 곤충식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퓨처푸드랩이다. DBR 283호 기사를 통해 퓨처푸드랩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효율성이 뛰어난 식량자원', 대체 단백질로 떠오르는 곤충


대체 단백질이란 실제 가축을 키우고 도축해 생산하는 육류가 아니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나 단백질 세포를 배양해 내 만든 인공 육류를 뜻한다. 이는 최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도 결부되어 있다. 채식은 건강식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엄격한 채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채식도 여러 단계가 있지만 육식성 식품을 모두 제외한다는 것은 미식의 관점에서도, 영양적으로도, 사회관계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끔 채식 식단으로 식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채식주의자에 국한됐던 가짜 고기, 즉 식물성 고기의 영역은 가끔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의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미래 식량으로 떠오른 곤충 / 출처 DBR


곤충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대체 단백질의 한 종류다. 곤충은 생태적으로 친환경적인 특성이 있다. 소, 돼지 같은 가축은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그만큼의 사료와 물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곤충은 변온 동물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축에 비해 훨씩 적은 양의 사료로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난 식량 자원으로 여겨진다. 환경오염도 덜하다.


게다가 곤충은 옥수수와 같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식량 생산 과정에 생겨나는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 곤충 단백질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식량 자원의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는 밀을 도정한 껍질, 밀기울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다.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곤충을 활용한다는 것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바이오 자원을 활용하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시화된 거주지나 공장형 축산 등과 같이 현대사회의 많은 부분이 산업화, 대량화 혹은 효율화된 것과 달리 곤충 생산은 산업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곤충 쿠키로 시작한 퓨처푸드랩...가장 큰 벽은 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


이렇듯 곤충이 지닌 가치에도 불구하고 산업화가 되지 못한 점은 류시화 퓨처푸드랩 대표에겐 기회로 다가왔다. 류 대표는 곤충의 산업적인 생산이 가능해지면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이 될 것이라 봤다. 곤충은 곧바로 식품이나 사료로 사용될 수도 있고, 유용한 추출물을 뽑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류 대표가 처음부터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펼쳐나간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식용 곤충과 관련된 소식들을 다루며 집에서 곤충 쿠키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비즈니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류 대표는 종종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곤충쿠키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곤 했다. 그러던 중 환경과 관련한 강의를 하는 교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곤충 쿠키가 필요하니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였다. 당시에는 회사를 설립하지도 않았던 터라 판매를 하진 못하고 재미 삼아 쿠키를 만들어주고 강의에 참관했다.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어 곤충 쿠키를 먹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곤충 쿠키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곤충 그 자체로도 인기가 많았다.


곤충으로 요리하는 모습(좌)과 곤충을 넣어 만든 쿠키(우) / 출처 DBR


이 경험이 발단이 돼 류 대표는 이더블버그(현재의 퓨처푸드랩)을 설립하게 됐다. 곤충 비즈니스를 조금이나마 수요가 보이고 접근성이 좋은 과자를 시작으로 신뢰할 수 있는 곤충 식품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는 방향을 세웠다. 류 대표는 점차 많은 곤충을 생산하고 소비하게 된다면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사료사업이나 환경사업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시작했다.


그러나 퓨처푸드랩의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곤충 식품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식용으로 사용되는 곤충은 식품 규격에 맞춰 생산되지만 많은 소비자는 곤충은 균과 오염물질을 옮기는 해충으로 인식한다. 외형에서 오는 거부감은 차치하고도 곤충은 왠지 위생적으로 먹어서는 안 될 것처럼 여기는 편견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곤충 식품은 일부 관광지에서 접하는 '괴이한' 간식 혹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나 먹던 추억의 먹거리 정도로 전락했다.


곤충 음료 메뉴판(좌)과 이더블카페의 내부 모습(우) / 출처 이더블버그 공식 홈페이지


퓨처푸드랩 역시 식용 곤충과 관련된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이더블카페'를 운영하며 사람들의 편견을 실감했다. 곤충 식품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카페에 왔다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손님은 진지하게 이런 걸 판매하면 안 된다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특정 소비자층 타깃으로 만든 곤충 파우더, 환자식 등극하며 수요 급증


소비자들의 편견뿐 아니라 곤충 식품의 가격과 상품성도 큰 장애물이었다. 곤충 식품은 효율성 있는 미래 식량 자원이지만 이제 막 시작된 산업으로 생산 과정의 많은 부분이 사람에 의해 이뤄져 가격이 높다. 곤충 단백질이 싸다면 먹을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도 가격 때문에 떨어져 나가게 되니 식용 곤충 비즈니스의 첫 번째 과제는 가격을 낮추는 일이었다.


곤충 식품이 가공된 형태로 제공되지 않았던 점 역시 문제였다. 곤충 식품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패키지의 완성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곤충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브랜딩이 잘돼 있는 홍삼 건강식품과 생소하고 촌스러운 곤충 건강식품 중 어떤 것을 구매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퓨처푸드랩이 2018년 출시했던 '퓨처리얼'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획됐다. 당시 이더블버그 라는 브랜드를 통해 곤충 식품을 판매했는데 대형 마트나 백화점 같은 소매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제품을 새롭게 기획하고 브랜딩했다. 곤충이 원료로 사용되기에 적합하고 동시에 기호 식품이 아닌 일상적인 식사 대용이 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위주의 시리얼 시장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리얼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과 저가/대용량의 PB(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양분된 시장이기에 단백질이 강화된 프리미엄 제품이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다.


퓨처리얼 / 출처 퓨처푸드랩 공식 홈페이지, DBR


퓨처리얼은 출시 이후 곤충 식품으로는 최초로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드럭스토어 체인 등에 일부 입점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층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곤충 식품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점은 퓨처리얼이 지닌 성과 중 하나지만 한정된 매장에서만 판매됐고 판매량 역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어쩌면 곤충 식품으로 소매시장에 도전한 시도 자체가 잘못된 방향이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잘 만든 상품이라고 해도 신제품이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곤충 식품은 편견이라는 장애물까지 있었다. 그 때문에 퓨처리얼 이후 퓨처푸드랩의 방향은 특정 소비자 그룹을 타기팅하는 데 집중했다.


최초의 타깃은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하는 그룹이었다. 이 그룹은 매일같이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하는 잠재적 고객이면서 제품 선택에 있어서도 감성적이기보단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성향이 높았다. 따라서 곤충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성능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만큼 가격에 민감했다. 곤충 단백질은 유청단백질이나 대두분리단백 등 기존 단백질원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곤충 단백질로만 이뤄진 제품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졌다.


흔히 사업에는 운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퓨처푸드랩은 좋은 타이밍의 수혜자가 됐다. 파우더는 퓨처푸드랩이 타깃으로 하던 시장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매출이 나기 시작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100여 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환자식 섭취 시 위상각 변화와 면역 세포 활성도를 측정했는데 섭취군이 대조군에 비해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가 발표되면서 퓨처푸드랩의 고소애 파우더에 대한 환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

퓨처푸드랩의 고소애 파우더 / 출처 퓨처푸드랩 공식 홈페이지


퓨처푸드랩이 이전까지 준비한 높은 품질의 파우더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고 이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환자식을 구매하는 이들은 이전까지의 고객과 다르게 제품의 품질을 중요시하고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는 특성을 지녔다. 지금껏 없었던 고객들이 생겨나면서 회사의 시스템과 정책도 변화해야 했다. 생산량 부족에 따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입고 시 문자를 전송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파우더를 계량할 수 있는 스푼을 추가했으며, 보관·섭취와 관련된 문자를 전송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조금씩 높일 수 있었다.


퓨처푸드랩은 월 곤충 사용량이 톤 단위에 이르면서 곤충 생산과 전처리, 가공에 대한 노하우를 쌓게 됐고, 이를 토대로 식품에만 머물지 않고 사료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연중 온난 다습한 기후를 지닌 베트남에서 일 단위 25톤 생산이 가능한 곤충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는 기후적으로 곤충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며 국내와 달리 냉/난방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인건비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이점이 크다. 퓨처푸드랩은 베트남 내의 식물 소재 원료 회사인 앤비푸드(Anvy Food)사를 비롯해 베트남 정통부 산하의 VTC Online, 서울산업진흥원(SBA)과 4자 협약을 완료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베트남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밀웜(좌)과 귀뚜라미 드레싱이 올라간 연근샐러드(우) / 출처 이더블버그 공식 인스타그램


식용 곤충 산업의 비전은 현재까지 수천 년간 먹어온 곤충을 다시 먹자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이름도 채 다 붙이지 못한 백만여 종의 곤충에 대한 자원화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곤충을 생산, 가공하는 과정에 있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그에 따른 표준화가 이뤄져야 보다 다양한 소재로의 활용도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농업, 축산업에서 그래왔듯이 곤충종을 육성하게 된다면 곤충의 사이즈가 커지고 맛도 나아질 것이다. 편견을 걷어낸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그런 미래가 좀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83호

필자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 


인터비즈 신혜원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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