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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15. 2020

아마존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구독자 9천만 넘은 비결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이 전방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미디어 업계만은 예외다. 특히 신문 산업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종이 신문을 판매하고 신문에 광고를 싣는 것이 주 수익모델이었던 신문 산업은 디지털화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출처 동아일보


그런 가운데 지난 2013년에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선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돌연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당시 신문 업계는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많은 신문사들의 매출이 급감했고 신문 광고 수입도 추락했다. 미국 3대 신문으로 불렸던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이 결정됐고 트리뷴그룹은 자회사인 LA타임스, 볼티모어선 등 8개 신문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종이신문의 높은 유지 비용을 이유로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프 베조스가 앞날이 캄캄해 보이는 신문사를 인수했을 때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3월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구독자는 무려 9천만 명을 넘었다. 뉴욕타임스보다 디지털 독자가 많고 CNN에 이어 2위인 수준이다. 이런 성과는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혁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디지털 기업에 매각된 최초의 일간지"... 미 언론, '벼락 충격'


2013년 8월 5일,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게 팔렸다는 내용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 출처 동아일보


2013년 8월, 전 세계 언론사가 큰 충격에 빠졌다. 1877년 창간돼 136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의 유력 일간지로서 자리를 지켜온 워싱턴포스트(WP)가 제프 베조스에게 2억 5000만 달러(약 2789억 원)에 팔린 것.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 등으로 신문 저널리즘의 최고 영예인 퓰리처상을 47회나 수상한 신문이다. 이랬던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에 대해 미국 언론은 "워싱턴포스트의 매각으로 한 시대가 졌다"라며 여과 없이 충격을 드러냈다.


베조스는 평소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낡았다고 말하곤 했다. 기사를 팔아서 회사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 낡은 모델이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언론사들 역시 IT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조스의 말마따나 IT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수많은 신문사들이 광고수입 부진과 판매 부수 감소로 인해 적자를 보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디지털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 년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산업 상황(좌), 워싱턴포스트 역사(우) | 출처 동아일보


2013년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방문자 2600만 명
2015년 11월 온라인 방문자 7200만 명
2018년 3월 온라인 방문자 9000만 명 이상


베조스에게 매각되던 해인 2013년 상반기에만 워싱턴포스트의 신문 발행부수가 7% 줄었고, 주가는 2004년 대비 43%나 떨어졌다. 한때 1000명을 넘었던 편집국 인원은 630명으로 쪼그라든 상황이었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선전하고 있던 온라인 신문 사업 부문에서 워싱턴포스트는 25위권으로 크게 뒤처지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발맞춰 체질을 개선했고 결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 외 많은 신문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디지털화를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해 망하거나 겨우 생존하는 수준이었다.


아마존의 성공 전략 그대로 도입해 고객 끌어모으는 '플랫폼' 된 워싱턴포스트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 출처 IT동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자마자 워싱턴포스트의 고객 군을 재정의했다. 그는 신문사들이 고객과 기사를 보던 기존의 낡은 시각을 바꿔야만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독자' 대신 '고객'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했으며 '기사'의 개념도 기존의 단순 텍스트 형식에서 인포그래픽, 동영상 등 넓은 의미의 콘텐츠로 확장했다. 조직 구성원에도 변화를 줬다. 기자가 대부분이던 조직을 기자와 '개발자'가 주축이 되도록 문화를 조성했다. 이를 위해 베조스는 아마존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워싱턴포스트에 파견했다. 이들은 아마존에서 쌓았던 디지털 경험과 기술 등을 워싱턴포스트에 전수했다.


또, 개발자와 기자, 디자이너 등이 한 장소에서 일하며 협업할 수 있는 통합 뉴스룸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유연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가 단지 워싱턴의 지역신문으로 남길 바라던 대주주들과는 달리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전국지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아마존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핵심 전략을 워싱턴포스트에 그대로 도입했다. 베조스는 아마존을 통해 '플랫폼'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장의 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일단 '많은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플랫폼에 많은 이용자를 잡아둘 수 있다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2014년 3월, 지역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워싱턴포스트 사이트와 앱에 접속할 수 있는 '신문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아마존의 유료 구독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구독을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료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일반 구독료의 3분의 1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줘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지 2년 6개월 만에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에서 뉴욕타임스를 꺾고 지역지에서 전국지로 전환할 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고객을 꾸준히 끌어모으며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체 개발한 콘텐츠 관리 시스템인 'ARC'를 통해 기사의 A/B 테스트를 가능하게 만들어 고객의 실시간 선호도를 테스트했다. 이를 반영해 고객 반응이 더 나은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었다. 또,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구독 행위를 분석해 독자들의 뉴스 소비 특징과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 기사를 제공해주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는 기존에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객의 구매와 소비습관을 분석해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제품을 추천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저널리즘 '실험', 여전히 현재 진행형


워싱턴포스트는 기존의 저널리즘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실험들을 시도해왔다. 워싱턴포스트가 시도했던 다양한 시도들 중 일부를 소개한다.



(1) 기사 작성을 돕는 인공지능 '헬리오그래프(Heliograf)'

헬리오그래프가 작성한 미식축구 경기 결과 기사 | 출처 워싱턴포스트


아마존 AWS와 워싱턴포스트가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로 2016년부터 활용됐다. 기자가 기사 양식과 데이터를 얻을 웹사이트를 제공하면 인공지능 헬리오그래프가 자료를 인식하고 편집해 기사를 작성한다. 2016년에 헬리오그래프가 작성한 500건가량의 기사의 조회 수는 50만 건에 달한다. 초기에는 선거와 스포츠 관련 기사들을 위주로 작성했지만 이제는 증시,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적절한 헤드라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헬리오그래프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인공지능을 우수하게 활용하는 언론사를 선정하는 <2018 글로벌 비기스 어워즈(Global BIGGIES Awards)>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헬리오그래프는 ARC 시스템과 함께 다른 기업에 판매되고 있다.


(2) 다양한 콘텐츠 엮어 만든 '멀티미디어 패키지'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인터랙티브하게 바뀌는 화면 | 출처 워싱턴포스트(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19/national/gone-in


워싱턴포스트는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엮은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중 하나인 'Gone In A Generation'은 통합 뉴스룸의 9명의 기자와 엔지니어들이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기후의 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영상과 오디오, 그래프 등을 통해 지루할 틈 없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나타나는 멋진 효과는 텍스트가 주가 되는 일반적인 기사를 읽을 때보다 몰입도를 높여준다.


(3) 데이터를 활용한 그래픽


왕좌의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죽음을 데이터에 근거한 그래픽으로 묘사한 콘텐츠 | 출처 워싱턴포스트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발생하는 6887번의 죽음에 대해 데이터에 근거해 그래픽으로 나타낸 콘텐츠 'An illustrated guide to all 6,887 deaths in 'Game of Thrones''는 시즌별로 누가 죽임을 당했는지 등을 수치로 나타내고 시각적으로 제시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해당 데이터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실험적인 콘텐츠를 통해 데이터에 근거한 저널리즘을 실험해볼 수 있었다.


(4)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다큐멘터리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다가 피살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관해 워싱턴포스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 출처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해오다가 2018년 10월 2일 왕실에 의해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학교 총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VR(가상현실)을 활용해 만든 '12 Seconds of Gunfire' 다큐멘터리 | 워싱턴포스트 유튜브(https://youtu.be/L6ZlUP4o6Yc)


특히, 학교 총격 사건을 다룬 '12 Seconds of Gunfire'다큐멘터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타운빌 초등학교 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영상과 더불어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영상도 같이 제공해 VR 기기를 착용하고 볼 수 있어 고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다.


(5) '청각적 콘텐츠' 팟캐스트 서비스

워싱턴포스트 팟캐스트 | 출처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는 '팟캐스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이 주를 이루지만 라이브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의 방송을 선택해 녹음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워싱턴포스트는 시각적으로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부터 청각적인 콘텐츠까지, 기존의 '기사'라는 틀을 깨고 다채롭고 혁신적인 실험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중이다.




오늘날 신문사의 경쟁 상대는 어디일까? 이제 신문사의 경쟁 상대는 다른 신문사가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SNS와 디지털 미디어다. 뒤늦게라도 위기의식을 가진 신문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신문사에 대한 편견과 기존의 관습 등이 변화를 발목 잡는다. 그런 의미에서 워싱턴포스트의 혁신 사례는 변화를 모색하는 국내의 언론사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유튜브가 대세라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밀레니얼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니 인스타 계정을 만드는 것으로는 진정한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없다.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테스트해보는 적극적인 실험 정신과 다른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플랫폼 자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지 등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인터비즈 장재웅 김동섭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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