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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16. 2020

스타벅스 매장서 이젠 은행업무를?

스타벅스, 블록체인 활용한 차세대 커피은행 되나

2022년에는 스타벅스에서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게 될 것이다
- 미국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Timothy Cook Draper) -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이자 테슬라와 스카이프, 바이두의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알린 팀 드레이퍼(Timothy Cook Draper)가 최근 한 말이다. 팀 드레이퍼가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주장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백트(Bakkt)'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발표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또한 지난 4월 국내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체인파트너스(Chain Partners)'가 발간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단순히 암호화폐를 결제하는 공간을 넘어 암호화폐의 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 둘 다 비등한 상황이지만, 블록체인을 접목한 암호화폐에 스타벅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는 왜 커피 사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암호화폐에 뛰어든 것일까? 스타벅스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무엇일까? 암호화폐 거래소와 손잡은 스타벅스의 속내를 알아봤다.


웬만한 은행보다 현금 많은 스타벅스, 인프라는 글로벌 금융기관들보다 낫다? 
출처 동아일보


전 세계 75개국에 2만 8218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다양한 쿠폰과 각종 프로모션, 편리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충성심을 갖도록 만든다.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충전한다. 이렇게 모인 고객 예치금은 어마어마하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으로 보유한 현금 보유량은 2016년 기준으로 최소 12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로 웬만한 미국 시중은행보다 많다.


예치금 보유량만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모바일 페이 시장에 잘 안착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벅스는 2004년 플라스틱 카드인 '기프트 카드'를 도입했고 2009년에는 모바일 멤버십 앱 '리워드 프로그램', 2011년에는 선불 충전식 '스타벅스 카드', 2014년에는 스타벅스 앱에 내장된 선불카드에 돈을 충전해 비대면으로 선결제 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를 도입했다. 이러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스타벅스 앱은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IT 공룡들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이렌 오더' | 출처 동아일보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스타벅스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결제 기록에 따라 생일 쿠폰, 할인 쿠폰 등 혜택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열광한다. 미국 리서치 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8년 스타벅스의 모바일 페이 이용자는 미국 내에서만 2,340만 명을 기록했다. 2,340만 명의 이용자가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스타벅스 앱에 내장된 선불카드를 충전해 커피를 마신다는 것. 이는 미국 내 애플 페이 이용자(2,200만 명)보다 많으며 구글 페이(1,110만 명) 이용자와 삼성 페이(990만 명) 이용자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구축해온 전 세계적인 인프라와 수많은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단순히 커피를 파는 회사를 넘어 '테크핀' 기업1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벅스는 QR코드 결제, 전자 쿠폰 관리, 모바일 자동 충전 등 다양한 금융 전자상거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 결정적으로 예치금 보유량과 모바일 페이 이용자 수 등 관련 수치들이 스타벅스가 더 이상 단순한 커피 브랜드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스타벅스가 막대하게 보유한 고객의 예치금을 이자 수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 "비트코인 결제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랑 손잡은 게 아니다"
출처 비즈N동아


스타벅스는 사실상 '규제받지 않는 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선불카드를 통해 충천한 충전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거나 자체적인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카드사에 내야 하는 결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선불카드를 충전할 때만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에 수수료를 내면 된다'라고 했다. 기존의 신용카드로 스타벅스에서 결제하면 커피를 마실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반면, 스타벅스 선불카드를 이용하면 그 부담이 줄어든다.


스타벅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제약이 있다. 스타벅스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문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매장이 위치한 전 세계의 통화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각 지역의 금융 규제와 환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타벅스 앱의 선불카드로 돈을 충전했는데 이를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호환성의 문제는 서비스의 확장과 연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스타벅스 창업자이자 스타벅스 전 회장 겸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 출처 동아일보


블록체인 기술은 스타벅스의 통합 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스타벅스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제시됐다. 스타벅스의 창립자이자 전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는 2018년 비즈니스 뉴스 채널인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벅스의 통합 앱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금융망은 여러 중개자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결제 망인데, 이를 블록체인으로 간소화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또, 이렇게 은행 전산망을 우회하면 국가 간 금융 거래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기존에 스타벅스가 안고 있던 국가 간의 호환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리고 전 세계 매장을 통해 축적한 다양한 통화로 구성된 예치금의 활용도를 디지털 자산을 통해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스타벅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지난해 8월, 스타벅스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비롯해 23개의 글로벌 거래소를 소유한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 Intercontinental Exchange)'와 마이크로소프트(MS), 스타벅스, 보스턴컨설팅(BCG)이 합작해 만든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Bakkt)'의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돌았지만,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스타벅스는 대변인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할 생각이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비트코인 직접 결제는 안 하지만... 스타벅스,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모바일 금융 공룡' 꿈꾸나


비트코인 직접 결제에 대해선 부정했지만 스타벅스는 백트 거래소와 함께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달러 등 기존의 법정 화폐로 바꿔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안전성이 불투명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전환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스타벅스 제휴 및 페이먼트 부문 부사장인 마리아 스미스(Maria Smith)도 "주요 소매업체로서 스타벅스는 소비자가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스타벅스에서 쓰기 위해 미국 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신뢰할 수 있는, 규제받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파트너십을 맺은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를 디지털 화폐 거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트는 소비자의 암호화폐 결제 앱과 상업용 포털을 내년 상반기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백트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 앱의 첫 테스트 파트너로 지목한 것이 스타벅스다. 또한 스타벅스 역시 과거 자사를 백트의 '플래그십 소매점(Flagship Retailer)'2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로써 중개 시스템을 거치기는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암호화폐로 결제가 가능할 날이 언제 도래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엔 '핀테크 혁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금융감독원 창립 20주년 심포지엄에 '구글'과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스타벅스'가 참여해 궁금증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스타벅스의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미셸 웨이츠(Michele Waits) 부사장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진화하는 금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금융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해졌다며 만일 막대한 예치금을 보유한 스타벅스가 본격적으로 금융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다면, 스타벅스가 구축한 글로벌 인프라로 인해 로컬 은행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8년 10월 스타벅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뱅코 갈리시아' 은행 | 출처 뱅코 갈리시아 홈페이지


민약,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 예치금을 관리하게 된다면 각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다양한 화폐로 선불금을 충전할 수 있고 중개 시스템을 통해 환율, 지역에 따른 금융 규제 등을 신경 쓰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나 결제가 수월해질 수 있다. 또한, 예치금으로 자산운용업에 진출해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금융업무를 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나아가 자산관리, 대출, 보험 등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다양한 금융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가 현지의 은행들과 제휴를 맺고 금융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의 현지 은행인 '뱅코 갈리시아(Banco Galicia)'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커피 뱅킹'을 오픈하기도 했다.


* 테크핀 : 금융기관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주도해 IT 기술에 금융을 접목한 서비스

* 플래그십 스토어 : 플래그십(Flagship)은 해군 함대의 기함, 사령부가 설치된 군함을 뜻하는 말로 기업의 주력 상품 혹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을 의미



인터비즈 장재웅 김동섭
inter-biz@naver.com


참고 :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3호 스타벅스는 왜 비트코인 거래소에 투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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