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Jun 23. 2020

1년 중 절반 문 여는 레스토랑, 세계최고가 된 이유

획기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프레임워크 5가지 요소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지난 수년간의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기업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 인재, 자본, 소비자에 유례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제품의 등장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미국 리서치 회사 CB Insights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가 제대로 된 '혁신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고 평가한 회사는 43%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백 명의 임원들을 인터뷰하여 디자인싱킹, 린 스타트업, 비즈니스모델, 기타 혁신 전략을 보완하여 획기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프레임워크의 다섯 가지 요소를 발견했다. 관련 HBR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


니베아의 성공작 데오드란트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새롭게 보기

 

프레임워크의 첫 번째 요소는 '집중'이다. 집중은 주어진 상황에 중점을 두고 그 역학과 잠정적 니즈를 이해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끼어들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급진적인 인사이트를 따르게 된다.프랑스에서는 이를 ‘왜곡된 직업관(déformation professionnelle)’이라고 부르는데, 왜곡된 직업관은 직업병 또는 훈련의 결과로 왜곡된 렌즈를 통해 현실을 관찰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떤 관점이 자신의 주의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 간과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출처 커먼스 위키미디어


이런 과정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게 되면 집중하는 대상도 바뀔 수 있다. 예컨대 장난감 회사 레고는 성인 애호가들에게 집중해서 그들의 불만사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위생제품 전문 회사 S.C. Johnson은 결벽 증세가 있는 강박증 환자들을 관찰하며 배운 바가 많았다. 가구 전문 회사 이케아는 이 회사의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해서 용도를 바꾸는 이른바 ‘이케아 해커’들이 당사 제품에 대해 말해주는 의견을 들으려 노력한다.


2011년 출시된 Nivea Pure Invisible for Black & White Antiperspirant Deodorant | 출처 아마존


디지털기술은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행동 추적을 가능하게 하며, 암묵적 니즈를 감지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은 디지털기술을 사용해 트렌드세터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사용자 포럼 또는 블로그를 통해 변화하는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니베아는 2009년, 200개의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활용해 온라인상 데오드란트 사용에 관한 토론을 분석하는 netnography(조사자 참여형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대와는 달리, 사용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향기, 효과, 자극이 아니라 옷에 남는 얼룩이었다. 이런 인사이트를 얻게 된 니베아는 2011년 얼룩이 남지 않는 데오드란트를 개발할 수 있었고, 이 제품은 니베아의 13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은 반년간의 휴업? : 멀리서 보기 


집중 단계를 통해 어떤 상황, 니즈, 문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모았다면 두 번째는 원거리에서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이다. 이슈를 보이는 대로 받아들여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혹하는 프레임이나 행동 편향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을 바꾸거나 전략적인 휴지기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좌) 셰프 페란 아드리아, (우) 그의 레스토랑 엘 불리 | 출처 pinterest


스페인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는 고급 요리, 예술, 과학을 모두 혼합한 선구자다. 그는 20년간 대표 요리 1800종을 만들었고, 그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다섯 번이나 받았다. 아드리아에 따르면 그의 창의성은 레스토랑을 매년 6개월씩 닫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는 "매일 레스토랑을 운영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쇄신을 위한 시간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드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기존의 강점과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때론 디지털 도구가 변화의 신호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좌) 낸시 루블린, (우)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 | 출처 위키피디아


젊은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끄는 글로벌 비영리조직 두섬싱(DoSomething)의 CEO 낸시 루블린(Nancy Lublin)은 자선행사를 운영하면서 텍스트 메시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캠페인 한 건당 참여자들이 보내는 메시지만 20만 개에 달했는데, 이와 함께 문제 청소년들이 보내는 관련 없는 메시지도 많이 들어왔다. 직원들은 이와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를 소개해주곤 했지만,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소녀가 보낸 메시지를 받은 후에는 이런 방식을 다시 검토해볼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루블린은 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고민과 관련도 없는 두섬싱에 메시지를 보내는지 깨달았다. 문자메시지는 익명 발신이 가능하고, 비밀스럽고, 주변에 알려지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며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일종의 충족되지 않고 있는 니즈라 생각한 루블린은 24시간 카운슬링과 중재를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Crisis Text Line·CTL)’을 창설했다. 이 서비스는 소리 소문 없이 출시됐지만 페이스북보다도 빠른 속도로 미 전역에 확산됐다.


인공 팔다리가 꼭 인간 팔다리와 비슷해야 하나요? : 상상하기 


세 번째 요소는 '상상'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려면 자유롭게 상상하고, 전통적 관념을 부정하고,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때문에 창의적 사고력, 혹은 익숙한 개념이나 사물의 용도를 바꿔 생각하는 능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왜 안되죠?” “이러면 어떨까요?” 같은 질문을 거리낌 없이 물어야 한다.


(좌)밴 필립스가 개발한 C자형 블레이드 | 출처 HBR , (우) 출처 맥라렌 홈페이지


밴 필립스(Van Phillips)는 인공 팔다리가 인간의 팔다리와 비슷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C자형 블레이드'를 발명했다. 이 발명품 덕분에 사지 절단 수술을 받은 이들도 뛰어난 운동선수처럼 달리고 점프할 수 있게 됐다. 상상은 신비롭고 어려운 것으로 보일 때가 많지만, 사실 예상치 못한 조합을 수용하느냐가 핵심이다. 가장 아래 단계에서 보자면 어떤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한 가지 솔루션을 다른 영역에 적용해볼 수 있다.


2009년, F1 레이싱으로 유명한 맥라렌그룹(McLaren Group)은 소재과학, 기체역학, 시뮬레이션, 예측분석, 팀워크 등의 자사 역량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엘리트 조정, 사이클링, 세일링 팀, 의료시스템, 항공관제 서비스 등 다양한 고객의 기량을 개선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포뮬러원 팀까지 보유한 컨설팅 및 기술기업으로 변모했다.


오일유출 복구 연구소 | 출처 pws-osri.org


거리 두기가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 시장이나 산업이 익숙하지 않지만 색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지혜가 때로 빛을 발하는 이유다. 오일유출 복구 연구소(Oil Spill Recovery Institute)는 북극 연안에 유출된 기름 때문에 골치를 앓던 끝에 2007년,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석유업계의 전문가가 아난 화학자 존 데이비스(John Davis)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는 콘크리트 산업에서 쌓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액체 오일을 펌핑하면서 괴어 둘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세계적 건축가가 일부러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든 이유 : 실험하기 


네 번째 요소는 '실험'이다. 실험은 좋은 아이디어를 효율적 솔루션으로 바꾸어 실질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일단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수정을 요구하는 피드백을 받게 되더라도, 이 피드백에 상응하는 액션을 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확증편향과 매몰비용효과 때문이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더 빨리 더 낮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고, 급격한 방향 수정이 요구되더라도 개방적 자세를 취한다.


린 스타트업 모델의 지지자들도 속도를 더 중시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제작-측정-학습이라는 사이클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기업은 그저 시장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갖춘 ‘이만하면 괜찮은’ 제품에 만족하게 되고, 보다 나은 솔루션을 내놓겠다는 야심은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빨리, 자주 구체화해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보고, 느끼고,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불편사항을 느끼기 위해 프랭크 게리가 손으로 만든 '슈렉 모형' | 출처 HBR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건축계의 선구자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고객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명 슈렉(Shrek)모델이란 것을 만든다.(슈렉은 이디시어로 두려움을 뜻한다).


게리는 이 프로토타입을 통해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어떤 점이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왜 그런지를 파악한 후 후속 모델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다. 이 방법은 게리가 클라이언트의 불편함을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숙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필름 없는 사진기를 필름 없는 사진기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 : 탐색하기 


마지막 요소는 '탐색'이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세력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 내부의 면역체계를 파악하고, 주변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독창적 사고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에도 꼭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구성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코닥 엔지니어 스티브 새슨(Steve Sasson)은 자신이 개발한 혁신 제품을 '필름 없는 사진기'라고 부른다면 필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해당 단어 사용을 피했다.


프랑스 국립 우편서비스국 | 출처 flickr


파괴적인 혁신을 제시할 때는 조직의 집단 DNA에 부응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프랑스 국립 우편서비스국(La Poste)의 대변혁을 주도했던 장폴 베일리(Jean-Paul Bailly)가 대표적 사례다. 2010년 우편서비스국이 민영화되기 시작할 때에도 베일리는 '공공서비스로서의 가치와 대중의 신뢰'를 계속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 자산을 바탕으로 전자 상거래, 은행, 이동통신 등 우편서비스의 새로운 활동을 지원했다.


이렇게 쌓은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편서비스국은 노령인구를 위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들이 지역 우편배달부에게 부탁해 연로한 친척들을 찾아가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노령화와 줄어드는 우편배송에 대한 혁신적 대응이었다. 이런 대응 덕분에 우편서비스국은 대량 해고 없이도 혁신에 성공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아울럿의 '스마트 양말' | 출처 아울럿 홈페이지


내부자들을 설득하고 사용자의 관심을 확보했다 해도 자신과 타깃 고객 사이에 놓여 있는 거대 생태계를 기억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피드백, 커넥션, 협력에 따라 제품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아용품 업체 Owlet은 병원 환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손목밴드를 개발했다. 환자나 간호사 모두 유선 제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팀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선이냐 무선이냐는 병원 행정국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고, 이들은 이 밴드를 구입하지 않으려 했다. 사용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아울럿은 정작 '구매자'를 간과했던 것이다. 아울럿이 정작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잠자는 유아의 맥박과 호흡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스마트폰에 경보를 보내는 스마트 양말이었다. 이 경우에는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 즉 구매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었다.


출처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HBR 2018 11-12월호

* 필자 시릴 부케(Cyril Bouquet)는 IMD 전략과 혁신 담당 교수, 장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 IMD 연구 교수, 마이클 웨이드(Michael Wade) IMD 전략과 혁신 담당 교수

번역 송채영 에디팅 장재웅


인터비즈 김아현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작가의 이전글 28살 메로나와 46살 바나나맛 우유..장수비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