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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23. 2020

월 10억명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탄생부터 성공비결까지

인스타 감성,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에 맞춰 변해가는 세상


요즘 소셜미디어 중 대세는 '유튜브(Youtube)'다. 그리고 이용자 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페이스북(Facebook)이 1위다. 하지만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가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고민할 때 가장 우선으로 고민하는 소셜미디어는 단연 '인스타그램(Instagram)'이다. 왜일까. 일단 비즈니스 계정을 따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초기 구축비용 면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비교해 유리하다. 최근 기업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홍보 영상 등을 제작하지만 들어가는 제작비에 비해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여기에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전세계적으로 가짜뉴스와 정보유출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인스타그램의 입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인스타그램의 약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의 월 활성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했다. 업로드된 누적 사진 수는 무려 340억 7,000만 장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좋아요'를 클릭한 횟수는 2017년 기준으로 약 42조 회에 달하며 미국 내 성인 인터넷 사용자 중 인스타그램 사용자 비율은 전체의 약 35%에 달한다. 이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뒤를 잇는 수치다. 특히 기업들이 마케팅에 인스트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아예 '해시태그 이벤트'라는 말까지 새로 생겼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10억 명 이상이 사랑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했다.



어린 시절 '레트로 감성' 지닌 힙스터 취향이었던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 출처 동아일보


인스타그램을 창업한 '케빈 시스트롬(Kevin York Systrom)'은 어릴 적부터 아날로그적인 취향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그의 레트로(Retro)적인 성향은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미래를 내다보려면 현재를 알아야 하고, 현재를 알기 위해선 과거를 파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의 폭발적인 성장과 성공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인스타그램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케빈 시스트롬의 삶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1983년 12월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시스트롬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을 알린 세대이며 아날로그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접어드는 과도기를 접한 세대다. 이 시기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명칭이 일반화되기 시작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때였다. 이렇게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정보의 교류나 판매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다. 당시는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동시에 품은 시대였다. 시스트롬은 변화하는 시대의 터닝포인트에서 두 세계를 동시에 접하며 유년기를 보낸 것이다.


시스트롬이 첫 직장부터 개발자로 시작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그의 첫 직장은 동네 레코드 숍이었다. 고등학생 때 LP와 디제잉에 빠졌던 그는 동네 레코드 숍에서 일하기 위해 수시로 이메일을 보냈고, 결국 보스턴의 한 레코드 숍에서 일하게 되었다. 시스트롬은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레트로 지향성을 지닌 사람으로서 그의 이런 성격은 초기 인스타그램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가 마냥 아날로그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여느 10대들이 그러했듯 당시 인기 있었던 게임인 '둠2(Doom 2)'에 빠지기도 했고 친구들의 AOL(America Online) 메신저가 해킹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놀기도 했다.



'위치 기반 사진 공유'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사업... 첫 서비스는 흥행 실패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 마이크 크리거(좌), 케빈 시스트롬(우) | 동아일보


시스트롬은 이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 합격해 실리콘밸리로 이사했다. 어릴 적부터 사진광이었던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대용량의 사진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포토박스(Photobox)'를 만들었다. 포토박스를 마음에 들어 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는 시스트롬에게 페이스북 입사를 제의했지만 학업을 위해 거절했다.


시스트롬은 대학을 다니던 중 학생과 기업을 이어주는 학교의 산학 협동 프로그램인 '메이필드 펠로우 프로그램(Mayfield Fellows Program)'에 선정돼 트위터의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만든 팟캐스트 서비스 벤처인 '오데오(Odeo)'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이후 2006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구글에서 제품 마케터(Product Marketer)로 일했다. 그러나, 입사한지 2년 만에 퇴사하고 구글 출신들이 모여 만든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소셜 서비스 회사인 '넥스트스톱(Nextstop)'에 합류했다.


넥스트스톱에 합류한 시스트롬은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와중에도 자기 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당시 발매된 아이폰 4의 카메라 성능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아이폰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스트롬은 사진 공유에 모바일 기기의 위치 정보 기능을 접목한 '위치 기반 사진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직접 이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초창기 아이디어로 베이스라인 벤처스(Baseline Ventures)로부터 25만 달러(약 2억 8천만 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Mark Andreessen)으로부터 25만 달러를 투자금으로 받는 데 성공한다.


시스트롬은 넥스트스톱을 떠나 초기 프로토타입을 발전시켜 '버븐(Burbn)'이라는 이름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비스의 기술적인 면을 책임져줄 파트너로 대학 2년 후배인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를 영입했다. 그렇게 둘이 출시한 첫 서비스는 아쉽게도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당시 버븐은 일정 짜기, 포인트 적립,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는데 이용자들은 이런 복잡한 기능들보다는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걸 좋아했다. 비록 버븐은 실패작이 되었지만 시스트롬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했다. 바로 '사진'이었다.


초반부터 폭발적인 성장...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한 감성'과 '기술력'으로 가능했다


# 사진 # 독특한 감성

홀가(Holga) 카메라로 찍은 사진 | 출처 위키피디아


시스트롬과 크리거는 복잡한 기능은 다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사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보다 카메라를 좋아했던 시스트롬의 취향이 여기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시스트롬은 고등학생 때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대학교 3학년 때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사진 연수를 떠날 정도로 사진을 사랑했다. 피렌체로 떠난 사진 연수에서 알게 된 빈티지스러우면서 레트로풍의 사진을 찍어내는 토이카메라 '홀가(Holga)'의 감성을 떠올린 그는 이를 서비스에 접목시키기로 결심한다.


시스트롬과 크리거는 홀가 특유의 레트로한 사진 톤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결과, 레트로한 디자인과 다양한 필터를 개발해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후 서비스는 새 방향성과 함께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사진을 찍고 즉시적으로 필터를 적용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한다는 의미로 'instant(즉시, 즉각)'와 'telegram(전보)'를 조합해 만든, '인스타그램'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은 독특한 감성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서비스 초창기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비롯해 높은 인지도를 지닌 셀러브리티들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10월 6일 아이폰 앱스토어에 론칭한 인스타그램은 겨우 두 달 뒤인 12월 12일에 월 활동 계정 수가 100만 개를 돌파했다. 1년이 채 되지도 않은 2011년 9월엔 1000만 개를 돌파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 탄탄한 기술력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필터 | 출처 IT동아


인스타그램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여기에 있다. 인스타그램이 아무리 독특한 감성과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고 해도 무섭게 증가하는 이용자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선 서버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즉, 기술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인스타그램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유저와 게시물을 감당해야 했는데,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세에도 인스타그램의 서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인스타그램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 기반해 1400만 개의 활동 계정이 올리는 1억 5000만 장의 사진 트래픽을 단 3명의 엔지니어로 감당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면 감당하지 못했을 일을 미리 대비해 가능했던 결과다.


인스타그램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빠른 보완과 개선이다. 현재의 아내이자 당시 여자친구였던 니콜 슈에츠(Nicole Schuetz)와 멕시코 해변을 걷던 중 그녀가 찍은 셀카가 예쁘게 나오지 않아 친구들과 공유를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필터'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시스트롬은 그날 한나절만에 인스타그램의 필터 1호인 '엑스-프로2(X-Pro2)'를 개발했다. 이후 결점을 가리고 여러 효과로 사진을 보정하는 다양한 필터를 시스템에 도입해 큰 인기를 끌었고,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창업 1년 반 만에 1조 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쾌거
출처 동아일보


인스타그램은 창업한지 1년 반만인 2012년 4월,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인스타그램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성장세인 건 분명했지만 당시 플리커(Flickr), 픽사미드(pixamid), 힙스타매틱(Hipstamatic) 등 비슷한 느낌의 사진 필터링과 공유 서비스는 꽤 있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사들이기 위해 직접 전화를 해 48시간 만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페이스북이 비슷한 여러 서비스들 중 다급하게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 전날, 베이스라인 벤처스와 벤치마크 캐피털(Benchmark Capital) 등의 투자사들이 인스타그램의 기업 가치를 5천5백억 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창업한지 1년도 안되는 새에 월 활동 계정이 1000만 개를 넘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게는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입찰 경쟁자인 트위터가 부른 5억 달러의 무려 2배인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전 직원이 고작 13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 출처 동아일보


당시엔 인스타그램에 대한 평가가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는 2018년 인스타그램의 기업 가치를 1,000억 달러(약 111조 5,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가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페이스북의 인수로 큰 덕을 봤다. 인스타그램이 지금과 같은 거대한 소셜미디어로 성장한 데엔 페이스북의 뒷받침도 크게 작용했다. 타겟팅, 세일즈 마케팅 등 잘 구축돼있던 페이스북의 인프라를 통해 인스타그램은 번거로운 시행착오를 덜고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감성에 맞춰 변해가는 세상" 인스타그램이 여전히 성장하는 비결은?
출처 동아일보


페이스북의 인기가 한물간 것처럼 인스타그램의 인기도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와 트리톤 디지털(Triton Digital)이 발표한 '인피니티 다이얼 2019(The Infinite Dial 2019)'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사용자 수가 증가한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이 유일했다. 인스타그램의 활동 계정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활동 중인 비즈니스 계정 수는 약 2,500만 개로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


다른 SNS들의 위세가 꺾이는 상황에서도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스타그램이 다른 SNS와 다른 점은, 인스타그램이 세상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인스타그램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것.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해 카페나 매장의 인테리어를 인스타그램 감성에 맞춰 바꾼다. 공간 인테리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성공 비결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와 적응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에 빠르게 반응하고 그들이 보이는 행동 패턴 하나하나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인스타그램이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달리 주춤하지 않는 비결은 바로 '창작'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사진과 동영상이라는 '비주얼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손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찍은 사진을 단순히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 친화적인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간단한 편집 기능, 그리고 다양한 필터 기능은 기존의 사진을 재탄생시켜 새로운 창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창작의 기술적인 난이도를 낮추면서 같은 사진, 동영상이라도 사람마다 색다르고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매력이 인스타그램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비결이다.


인터비즈 장재웅 김동섭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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