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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25. 2020

NASA가 우주복의 대소변 처리방식을 공모한 이유

소비자에서 개발자로..'오픈 이노베이션', '크라우드소싱'


2016년 10월 미항공우주국(NASA)은 약간은 황당한 공모를 했다.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은 상태로 144시간(6일) 동안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공모였다. 이름하여 ‘우주에서의 똥 처리 콘테스트(Space Poop Challenge)’.


출처: NASA


자세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주복 안에서 하루에 75g의 똥과 1리터의 오줌을 6일 동안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야 하는데 자동적으로 처리가 되야 하며 무중력 상태에서도 작동해야 하고 처리 과정에서 우주복에서 산소가 새지 않아야 한다. 상금은 3만 달러였다. 지금까지 우주인들은 기저귀를 찼다. 하지만 이번 공모는 앞으로 장거리가 될 우주 여행과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6일 분량을 버텨낼 기저귀는 없을 테니.


이듬해 2월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5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냈다. 1등은 미 공군 장교 출신의 의사, 2등은 의사와 공대 교수, 치과의사로 이뤄진 팀, 3등은 영국의 상품 디자이너에게 돌아갔다. 지저분해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1등은 오물을 우주복에서 내보내는 방식이었고 2등과 3등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우주복 안에 대소변을 보관하는 걸 택했다.


NASA가 이런 식의 ‘오픈 이노베이션’ 또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엔 국제우주정거장의 태양광 패널을 조정해 가장 효율적으로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공모를 진행했었다. 당시에는 495명이 모두 2185개의 아이디어를 냈다. 10등 안에는 중국 5개 팀을 비롯해, 러시아, 폴란드, 루마니아, 캐나다, 이탈리아 팀이 들었다.


NASA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공모전을 진행할 때 NASA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과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설마 우리 아이디어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겠어? 이런 생각이었겠지 싶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출된 2185개의 아이디어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NASA 내부에서 나온 아이디어보다 나은 것으로 판명됐다.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도리토스의 '슈퍼볼 광고'(좌) P&G의 프링글스 포테이토칩에 프린트된 글씨(우)


이런 식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스낵 기업 도리토스는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만들도록 해 선택이 되면 미국에서 가장 비싼 광고들이 방영되는 슈퍼볼 때 내보낸다. P&G는 프링글스 포테이토칩에 글자와 사진을 인쇄할 때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빵집과 협력을 했다. 빵집 주인은 잉크젯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과자와 케잌에 이미지를 프린트하는 기술을 가진 대학 교수 였다.


해킹을 의뢰하는 일도 많다. 미국 공군은 지난해 열린 테프콘 컨퍼런스에서 해커들에게 공개적으로 F15 전투기 시스템에 침입해 달라고 했다. 엄청난 취약성이 발견됐다. 미 공군은 올해 8월에 열린 예정인 데프콘에서는 인공위성을 해킹하도록 할 계획이다.


과거의 연구개발은 기업 내부에서, 그것도 되도록 비밀리에 진행이 됐다. 독점적인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신청하고 남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크라우드소싱이 흔해져서 연구개발(Research & Development)이 R&D가 아니라 C&D (Connect & Development)라 불릴 지경이 됐다.


경영학자들은 이제 기업 내부적으로 이뤄지는 R&D에만 의존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내부 R&D에만 기대면 기대한 만큼 성장하기도 힘들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외부와 협력하기는 갈수록 쉬워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의 실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14년 유럽의 큰 제조기업이 진행한 489개의 프로젝트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의 재무적 성과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보다 더 나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식품업체 제너럴 밀스가 자사 60개 신제품의 성과를 조사해본 결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내놓은 제품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모든 걸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까와 같은 광범위한 질문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고 더 좋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범위를 좁혀 들어가 만든 작고 명확한 질문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얼마든지 좋은 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출처: 동아일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을 비롯한 많은 걸 공개적으로 하다 보면 나만이 가진 경쟁력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해 하버드경영대학원 수닐 굽타 교수는 책 ‘루이비통도 넷플릭스처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미래의 경쟁력은 문제를 정의한 뒤, 그 문제를 작은 부분으로 나눠서 각각의 작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내는 데서 나온다고. 성공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질문을 하는지, 즉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달려 있다고.


아무리 잘났어도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살 수는 없는 세상이 됐다. 그건 NASA와 같은 대단한 조직이나 똑똑한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 참고

- 루이비통도 넷플릭스처럼(수닐 굽타 저)

- 워싱턴 포스트: Pooping in deep space has NASA stumped. The ‘Space Poop Challenge’ is your way to help.

- NPR: NASA Announces Winners In 'Space Poop Challenge'

- Stars and Stripes: Hackers just found serious vulnerabilities in F-15 fighter jet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인터비즈 김재형 박소영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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