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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27. 2020

2011년 출시된 에어프라이어가 뒤늦게 빛 본 이유

출시된 지 7년이 넘어서야 인기 얻은 에어프라이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최근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뜨겁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2017년 8만 대 판매에 그쳤던 에어프라이어는 지난해 3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1년만에 무려 4배 가량 성장했다. 옥션 등 일부 온라인 마켓에서는 이미 전자레인지를 제치고 주방 가전 최다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어떤 재료를 넣어도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내세워 빠르게 '주방 필수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미 2011년 첫 선을 보인 에어프라이어가 출시 7년이 넘은 최근에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 263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소비자 니즈가 시장 폭발의 핵심


2011년 처음 필립스(philips)가 에어프라이어를 국내에 출시했을 때 소비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기름 없는 건강한 튀김요리'를 그것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홍보하면서 홈쇼핑과 맘카페를 통해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소비자 인지도와 구매의사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에어프라이어의 성장세는 완만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가격이었다. 필립스의 20~30만 원대의 프리미엄 제품도, 20만 원에 가까운 애매한 미투 제품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튀김 요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선뜻 30만원을 쓸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성비 좋은 에어프라이어'였던 것. 이를 간파한 이마트는 2016년 중국 업체 제후이(Zehui)와 손잡고 7만9800원짜리 에어프라이어 PB 제품을 출시했다. 이때부터 잠재돼 있던 에어프라이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이마트는 중저가 에어프라이어 시장을 열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에어프라이어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 필립스 에어프라이어(37만 9천원), 2017년 이마트 에어프라이어 플러스(8만 4800원) / 출처 필립스, SSG 편집


두 번째 걸림돌은 용량이었다. 요리통 크기가 2.6L인 기존 에어프라이어는 4인 가족 기준으로는 크기가 작았다. 때문에 주부들은 더 큰 용량의 에어프라이어를 원했다. 가족 구조가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4인 가족이다. 특히 에어프라이어와 같은 주방용품의 주요 고객은 단연 가정주부다. 결국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주방용품의 성공은 요원하다.


이런 소비자들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파악한 이마트는 용량을 과감하게 두배 늘린 '에어프라이어 플러스(5.2L)'를 8만 4800원에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내부에서도 이견은 있었다. 너무 큰 제품을 주방에 놓기에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트는 소비자 니즈를 해결하는 것이 제품 개발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출시 이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이마트의 성공을 뒤따라 경쟁 업체들도 차례로 대용량 제품을 내놓았고, 대용량 제품은 2018년 전체 판매량의 60%를 책임지며 시장의 성장을 이끈 1등 공신이 됐다.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레시피


에어프라이어의 폭발적인 확산에는 '소비자 레시피'의 역할도 컸다. 필립스는 출시 초기 TV 광고나 검색광고 대신 '필립스맘 카페'를 통해 소비자 사이의 경험 공유를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펼다. 약 9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필립스맘 카페는 주부들의 에어프라이어 체험기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단순히 필립스가 제공하는 레시피뿐만 아니라 스스로 만든 레시피를 올리기도 하며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에어프라이어 활용법을 연구·개발했다.

필립스맘 카페 에어프라이어 레시피 공유 / 출처 필립스맘 카페 캡쳐


이렇게 축적된 필립스맘 카페의 체험기와 레시피는 에어프라이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SNS상에서 소비자들의 레시피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업체에서 제시했던 기본적인 레시피를 응용해 '통삼겹 레시피', '막창', '맥반석 계란'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공유했다. 이는 '체험-후기-공유-확산'의 바이럴 선순환을 만들어내 더 많은 에어프라이어 수요를 창출했고, 에어프라이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연관 상품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


연관 상품과의 상호보완적 관계도 에어프라이어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수많은 에어프라이어 체험기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냉동식품이다. 닭튀김, 만두, HMR 등 최근 식품시장을 이끌고 있는 냉동식품이 에어프라이어로 요리할 경우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신세계푸드, 동원 F&B 등 식품업계는 기존 제품에 에어프라이어 조리법을 추가하거나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에어프라이어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러한 추세는 강화될 전망이다.

에어프라이어 레시피로 인기를 얻은 핫도그(좌), 에어프라이어 전용 치킨 제품(우) / 출처 CJ, 신세계푸드


에어프라이어의 기능을 보완해주는 제품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에어프라이어 바닥에 깔기 위한 원형 종이호일이나 에어프라이어 세척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전용 실리콘 그릇이 대표적이다. 주부들이 에어프라이어로 요리를 한 후 내부를 세척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에 착안해 고온에 잘 견디면서도 세척하기 쉽도록 개발된 제품들이다. 이 외에도 익히기 전 재료 표면에 기름을 바르기 위한 오일 브러쉬, 오일 스프레이 등 다양한 연관 상품들이 에어프라이어의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가 많이 보급될수록 연관 상품들의 수요는 증가한다. 동시에 연관 상품이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에어프라이어의 효용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 이러한 상호보완적인 관계는 에어프라이어와 연관 상품 시장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에어프라이어 열풍'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어프라이어는 '필수가전'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에어프라이어 연간 판매량이 220만 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사용법이 간단하고 냉동식품 조리에 적합해 1인, 맞벌이 가구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업계의 바람대로 '1가구 1에어프라이어'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63호

필자 이덕주 매일경제신문 기자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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