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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26. 2020

하버드 나와 13억 연봉 받아도 불행

행복한 직장생활하려면?


‘습관의 힘’을 쓴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뉴욕타임즈 기자인 찰스 두히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 졸업생이다. 그는 지난 여름 HBS 졸업 15주년 기념 동창회에 갔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창과 친구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동창들은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비참하다고 해야 될 정도의 삶을 살고 있었다.



투자자들에게 고소를 당한 펀드매니저나 사내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CEO, 파트너에게 회사를 빼앗긴 창업자는 극단적인 경우라고 치자. 동창들은 주로 승진에서 밀린 신세와 불만만 많은 자녀들, 이혼 변호사에게 줘야 할 엄청난 금액에 대해 한탄 했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회사 일에 대해서도.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경영대학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vard Business School, HBS)의 전경 출처 HBS 공식 사이트


HBS는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다. 두히그 기자는 HBS에 합격한 날을 인생 로또를 맞은 것에 비유했다. 앞으로의 인생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면서 순탄하게 굴러갈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었다. 하지만 졸업 15년 후 미국 사회의 엘리트로서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야 할 동창들은 의외로 불행했다.


두히그 기자가 특별히 언급을 많이 한 친구는 연기금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친구였다.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무조건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투자해야 하는 일을 하는데, 일이 너무 싫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너무 싫어서 그만 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연봉은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로 엄청나게 많다. 연봉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일은 재미있어 보이는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싶어 아내에게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아내는 코웃음만 쳤다고 한다.


출처 인터비즈


극단적인 예일 수 있겠다. 정말이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인의 61%가 직업에 만족을 했다. 이 수치는 계속 떨어져 직업에 만족을 하는 미국인은 2010년 43%로 조사됐다. 왜 이렇게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기본적으로는 길어진 근무 시간, 사내 정치, 치열해진 경쟁, 인터넷으로 인한 쉼 없는 근무 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여는 매우 중요하지만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벌면 그 이상은 직업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건 직무의 자율성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이었다. 존경할만한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자신이 존중을 받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어떤 직업이 좋은지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항상 공짜로 식사를 하지만 너무 바빠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구글 직원이 더 나은지, 시골에서 창업을 해서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지만 사무실 청소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더 나은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에 대한 의미부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2001년 예일대 에이미 프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 교수와 미시건대 제인 더튼(Jane Dutton) 교수는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부들 중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했다. 연구에 따르면 일에 의미를 부여한 청소부들이 더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머리를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청소부는 자신의 일을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환자들을 돕는 것으로 생각을 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 다른 청소부는 다친 자녀를 둔 상심한 부모를 위해 같은 방을 2번 청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떤 종류의 노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지만 실제로 직원들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프제스니에프스키 교수는 지적했다.



두히그 기자는 HBS 동창회에 참석한 동창들이 대부분 불행해 보였지만 그들 사이에서 나름 행복해 보이는 동창들을 발견했다. 보수도 좋고 보람도 있는 그런 괜찮은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그들은 HBS를 졸업했을 당시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했다. 원하는 직장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밖에 없어 잡은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쉽게 말하면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는 꼭 좌절을 겪어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번 실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다만 그들이 겪었을 좌절과 어려움이 그들을 같은 일에도 더 감사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아니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의미 부여에 있어서 만큼은 많은 부분이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뉴욕타임즈 매거진에 실린 찰스 두히그 기자가 쓴 ‘America's Professional Elite: Wealthy, Successful and Miserable’이라는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필자 김선우

약력

-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문지리학과 졸업

- 워싱턴대(시애틀) 경영학 석사

-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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