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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02. 2020

루이뷔통 가방에 뜬금없이 체리를 그린 이유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아트마케팅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예술은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시작점인 '오리지널'의 단초가 된다. 많은 기업들이 이 예술, 특히 시각예술을 비즈니스로 끌어들이는 이유다. 루이뷔통은 2000년대 초 일본 팝아트 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한 가방을 선보였다.


기존 가방보다 4배 이상 비쌌지만 인기를 얻었고 희소성과 상징성 때문에 경매에서 거래되는 가방이 되었다. 이와 같은 아트 컬래버레이션, '아트 마케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 밖에 예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방법인 아트 스폰서십, 글로벌 예술 행사 후원 등에 대해선 DBR 289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루이뷔통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콜라보 가방 I 출처 인스타그램


희소성을 더하는 아트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개인의 창의성에서 나온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고용 및 부를 창출하는 분야,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말한다. 여러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오리지널리티의 핵심부에 예술이 있기에 이러한 산업군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많은 기업이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는 '아트 마케팅'은 아트 마케팅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예술가가 기업 영업의 가치사슬에 관여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대표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예술이라는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이 가진 고유성과 희소성을 의류, 가방 등 구체적인 ‘콘텐츠’로 구현하고, 마케팅 등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첨단을 지향하는 최첨단(cutting edge) 속성이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적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대중화를 ‘기꺼이’ 꺼려 왔다. 그런데 이런 속성들이 새로운 소셜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희소성과 상징성을 갈구하는 Z세대, 혹은 S(Screen) 세대라 부르는 젊은이들의 관심이 미술과 디자인 산업에 집중적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함으로써 기업은 기업 이미지 제고, 매출 증대, 조직문화 고양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 문화 마케팅의 효과를 설명한 DBR 62호 기사 참조)


출처 DBR 62호


팝아트와 루이뷔통의 콜라보


출처 동아일보 비즈니스리뷰(DBR) 289호


2000년대 루이뷔통이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도쿄 긴자에 낸 플래그십 매장은 아트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미 1980년대 BMW가 앤디 워홀과 협업한 적도 있고 기업과 아티스트가 브랜딩을 위해 손잡는 경우가 있었지만, 특정 기업이 세계적인 규모로 ‘아트 가방’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루이뷔통 플래그십 매장이 아트 마케팅의 대표 격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당시 팝 아티스트 다카시는 '일본의 앤디 워홀'로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와 루이뷔통의 컬래버레이션은 2002년 당시 루우뷔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의 제안으로 처음 성사됐다.


그리고 2003년 대중에 공개된 이들의 ‘멀티 컬러 모노그램’ 라인은 또 한 번 큰 성공을 거두며 아트와 패션이 조화된 성공 사례의 대명사가 됐다. 다카시는 이를 계기로 고급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아티스트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됐다.


루이뷔통과 야요이의 콜라보 가방 I 출처 루이뷔통 공식 홈페이지


이후에도 루이뷔통은 일본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을 이어 나갔다. 루이뷔통은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 야요이 회고전에 메인 후원사로 나섰고, 야요이와의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회고전 오픈과 함께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4년 두 번째로 진행한 야요이와의 협업 당시 루이뷔통은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을 완벽하게 그녀의 작업 공간으로 바꿔버렸다.


야요이의 작품은 매우 고가였지만 그녀 특유의 패턴이 들어간 가방은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이렇듯 루이뷔통은 사대의 흐름을 읽은 아트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얼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루이뷔통에 이어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아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 시도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루이뷔통에서 배울 점은 일본이라는 아시아 특정 국가에서 떠오르던 예술가가 보인 크리에이티브 산업화의 가능성, 오리지널리티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글로벌 규모의 마케팅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ㅣ 출처 인스타그램 쿠사마 야요이, 작품 출처 동아일보


경제적 가치로 이어져야 진정한 아트 마케팅


기업이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하는 모든 활동이 아트 마케팅에 해당될까? 대답은 ‘아니요’다. 창의성의 산물인 예술과 결부된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가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트 마케팅이라 볼 수 없다.


그 예로 소개할 만한 것이 롱샴과 트레이시 에민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트레이시 에민은 1980년대 영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일군의 젊은 작가 그룹인 yBa(young British artist) 중 한 명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 예컨대, 계속된 자살 기도와 강간, 낙태 등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작가다.


가장 아이코닉한 작품으로는 1995년 공개한 ‘나와 함께 잔 모든 사람(Everyone I Have Ever Slept With 1963-1995)’이 있다. 제목 그대로 지금껏 그와 함께 밤을 보낸 102명의 남자들 이름을 텐트에 새긴 작품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테이트 브리튼에서 선보인 ‘나의 침대(My Bed)’라는 작품에서 지저분한 침대와 헝클어진 이불, 무질서하게 놓인 보드카 병, 담뱃갑, 재떨이 등의 도발적인 요소들을 선보이며 1999년 터너상을 수상했다


그대로 드러냈던 '나의 침대' ㅣ출처 동아일보


예술계의 악동으로 알려져 있던 에민은 2004년과 2005년 롱샴과 협업해 그의 작품을 가방으로 선보였다. 그녀는 롱샴의 가장 대표적인 컬렉션인 플리아주 가방에 자신이 어린 시절 사용했던 담요, 원피스, 커튼, 쿠션 등을 덧붙이고, ‘always me’ ‘international woman’ ‘you said you loved me’ ‘alone’ 등의 문구를 새겼다.


자신이 삶과 사랑을 통해 느꼈던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담음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롱샴과 에민의 컬래보레이션은 크리에이티브하지만 아트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긴 어렵다. 위의 루이뷔통 사례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에민은 외설적인 성적 비유와 파격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가다. 얼핏 생각해도 이런 구설수는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출 증대나 평판 제고보다는 예술계에 과감한 화두를 던지는 길을 택한 셈이다.


창의적인 요소를 그저 보기 좋고 예쁜 디자인이 아닌 사회적인 메시지와 철학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트 마케팅보다 아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가깝다.


출처 DBR 289호


아트 마케팅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그 효과가 쉽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아트 마케팅은 CEO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구성원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한 두 번의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안목이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마케팅에서 감성적 가치를 받고 싶어하며 기업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예술에서 오는 감성적 가치는 브랜드 포지셔닝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경영자들도 총체적인 크리에이티브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미술을 각 산업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인의 창의성과 기술, 재능을 개인을 넘어선 차원의 고용과 부로 연결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존재 이유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289호

필자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


인터비즈 김정관 박은애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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