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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08. 2020

'세기의 대발명' 세그웨이는 왜 실패했는가

문제를 찾아내는 '뉴타입'의 시대


<뉴타입의 시대>(인플루엔션, 2020)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올드타입'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는 '뉴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보다 '발견능력'이 중시되는 뉴타입의 시대


뉴타입은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20세기 중반부터는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시기에는 불만, 불평, 그리고 불안을 야기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은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니즈와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문제는 희소해지고 해결책은 과잉인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해결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잘 찾아내는 사람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 뉴타입의 시대가 되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올드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은 더 이상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인간의 심리란 매우 보수적이다. 아직도 정답을 내는 능력을 우수성의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곡된 인식은 사회의 다양한 상황에서 비극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능력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갈 수는 없다. 우수성은 환경과 상황에 의존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어떤 시대든 그 시대에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인재의 요건은 따로 있다.


결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올드타입,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은 뉴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올드타입은 그 동안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장에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쉽게 말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너무 많고, 방법도 많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제를 찾아내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2018년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서 MBA 지원자 수가 4년 연속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비롯한 일류 대학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MBA 지원자 수는 감소 추세에 있고, 그래서 MBA는 학위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세기 후반까지는 MBA 학위 보유자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MBA 학위를 보유하게 되었고, 비즈니스와 관련한 문제 해결 능력은 공급 과잉 상태가 된 것이다.



변화를 만든 6가지 메가 트렌드


올드 타입에서 뉴타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메가 트렌드는 크게 6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물질은 풍요롭지만 삶의 방향성이 없다. 물질적 결핍이 거의 사라진 세상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결핍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미 독일 철학자 니체는 150년 전에 현대인이 의미 상실을 겪게 될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허무주의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의 예언처럼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고 의미를 찾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건이 넘쳐나는 탓에 가치는 낮아지고 의미는 희소성으로 인해 가치를 더해가는 시대인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두 번째, 정답을 찾는 일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원래 비즈니스라는 것은 문제의 발견 그리고 이 문제에 맞는 해결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20세기 후반까지는 지속되어 왔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이것은 인류가 처음 겪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수요를 넘어서는 쓸모없는 일자리와 노동의 대두가 있다. 바로 의미 없는 일, 즉 엉터리 일자리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은 가치 있게 여겨진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자신의 일에 아무런 사회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질적인 가치나 의미를 생산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조차 없는 듯 보인다. 여전히 기업들은 생산성을 목표로 양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뷰카)VUCA)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이다. 이른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그리고 모호성(Ambiguity)이다. 이 현상은 적어도 세 가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경험의 무가치화, 예측의 무가치화, 그리고 최적화의 무가치화다. 지금까지 경험이 많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고, 지금까지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중장기적인 예측에 근거하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이제 더 쓸모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또 우리는 항상 주변 환경에 최적화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높이려고 했다. 문제는 지금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최적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규모의 경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규모를 추구하는 것만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인식, 그동안 널리 퍼져왔다. 하지만 한계비용의 제로 그리고 미디어와 유통이 변하면서 이또한 과거의 유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더 이상 수직통합형 거대 기업이 거대한 규모에서 얻던 이점은 사라지고 있다.


여섯 번째, 인생은 길어지고 기업의 수명은 짧아졌다. 런던경영대학원의 앤드루 스콧 교수는 <100세 인생>이라는 책을 냈고,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이 80세까지도 계속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때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그렇게 될까하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이런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오직 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 위대해보였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에 비판을 가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끈기가 없다, 지조가 없다,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받던 사람들이 더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뉴타입의 시대는 무엇이 다른가


첫 번째, 기업의 혁신이 달라야 한다. 혁신하는 기업들에게 물어보자. “과제가 무엇입니까?” 그러면 대부분 “당연히 이노베이션이지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것은 올드타입의 전형적인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혁신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에는 해결하고 싶은 과제, 즉 어젠다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 과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혁신의 정의도 혼란스럽다. 대체적으로 경영학자와 실무자들은 공통적으로 방법의 혁신과 창출해낸 경제적 가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혁신이라고 말한다. 방법이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창출해낸 경제적 크기가 작다면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세그웨이, 세그웨이는 혁신적이지만, 경제적 가치 창출이 없었다. 반대로 닌텐도와 유니클로는 경제적 가치는 크지만 그 누구도 이들 기업을 혁신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세그웨이는 21세기 초반에 '세기의 대발명'이라고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덴 실패했다.  2015년엔  나인봇에 인수됐다. 출처 세그웨이 홈페이지


뉴타입은 가능성 있는 명확한 과제를 설정함으로써 혁신을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어떤 과제를 설정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해도 그 목적은 사회적 과제의 해결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설프게 첨단 기술을 추구한다고 해봐야 혁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그웨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인지, 그 목적이 분명치 않은 제품이었다. 결국 기업들은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포지셔닝이 달라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글로벌 니치 기업의 의한 시장의 다양화 그리고 글로벌 메가 기업에 의한 시장의 과점화라는 상반된 트렌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해당 시장이 도움이 되는 편익(사용가치)을 제공하느냐 혹은 의미가 있는 편익(의미가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도움이 되는 상품 시장에서는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극소수의 승자에 의해 독식이 진행되고 있고 반면 의미가 있는 상품 시장에서는 다양화가 진행된다.


도움이 되는 시장은 상품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면 평가지표가 수렴되는 경향이 있어 승자독식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면 의미 있는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발생한다. 기능이 문제가 아니라 의미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에서 타인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이들일 수록 '의미있는 상품'을 통해 만족을 추구하고자 한다.


자동차 업계는 회사마다 의미를 형성하는 능력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이 판매하는 차종 대부분은 도움은 되지만 의미는 없는 영역에 속한다. 안전한 이동수단의 편익을 제공할 뿐이다. 독일의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도움도 되고 의미도 있다. 편리한 이동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BMW(혹은 벤츠)를 탄다'는 감성적 가치'도 제공한다. 페라리와 같은 수퍼카는 도움은 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영역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도요타, 벤츠, 페라리. 출처 각 사


따라서 뉴타입의 시대 포지셔닝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도움이 되는 상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화에 수반되는 승자독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의미가 있는 시장으로 옮겨야 한다.


왜냐하면 의미는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도 디자인도 모방할 수 있다. 이른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미래를 구상하라. 기억을 되돌려보면 대부분의 미래 예측은 결정적인 국면에서 모조리 빗나갔다. 이는 예측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예측이라는 행위에 본질적으로 문제점이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까, 혹은 여기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이다. 이는 정말 넌센스다.


예측은 불가능한 것이다. 예측이란 원래 예측 불가능한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예측 불가능한 일은 예측할 수가 없다.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과거에 일어난 최악의 사건을 토대로 최악의 시니라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미래의 리스크를 추측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악은 늘 최악을 갱신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예측은 어렵다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책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역시 예측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구상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라질 직업이 예측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물음의 전제를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것인가. 기술을 통해 어떻게 인간을 진화시킬 것인가를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술의 진화는 항상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낙관적이어야 한다. 인공지능 앞에서 어떤 일자리가 없어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소용 없는 일이다. 그 결과에 따라, 또 환경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닐 게 아니라 인생의 주도권을 찾아야 한다. 기술을 이용하고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 본 내용은 <뉴타입의 시대>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필자 이동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스타트업 비즈니스 MBA 겸임교수

인터비즈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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