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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l 10. 2020

"너도 BTS 좋아하지?" "전 인디만 듣는데요?"

트렌드에 휩쓸리기 보다 자기 취향이 강한 Z세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개인화되고 있다. 10대는 모두 아이돌 가수 그룹을 좋아하고, 60대는 모두 트로트 가수를 좋아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95년생부터 2003년생까지로 정의되는 Z세대는 트렌드에 휩쓸리기 보다는 개인별로 자기 취향이 강한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다. 유행하는 키워드를 좇는 건 허망하다.


Z세대는 근원적인 취향과 거기서 파생되는 커뮤니티 감각을 따른다. 대세에 따르지 않는 세대다. 변화하는 젊은층의 취향을 DBR278호를 요약해 소개한다. 원문 기사 더보기(링크)



방탄소년단이 대세? 이들에 대한 호감도는 천차만별


방탄소년단(BTS)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장을 매진시킨 12번째 가수이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 11개월 동안 무려 3개의 앨범이 연속해서 1위에 올랐다.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1~2억은 기본으로 넘어가는 등 설명이 필요없는 보이그룹이지만 이와 대조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종합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올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만 16세부터 64세까지의 응답자들 중 절반이 넘는 52.8%의 응답자들이 'BTS의 이름은 뉴스에서 들어봤으나 노래나 멤버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예 BTS를 모른다고 응답한 3%를 더하면 55.8%의 사람들이 BTS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 BTS의 음악이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38.4%로 동의하지 않거나, 잘 모른다는 응답에 비해 적었다.


종합해보면 BTS에 대한 호감도는 54.8%로 국민 다수가 가지는 일반적인 '대세'의 느낌에 비해 현저히 높지는 않았다. 뉴스에선 글로벌한 반응을 소개하고 대세라 보도하지만 '좋아하는 팬'과 '무관심한 일반인'이 현저히 구분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DBR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좋고 싫음에 대한 태도는 세대에 따라 현저히 나뉜다는 것이다. 조사에 나타난 호감도 차이를 세대별로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차이가 발견된다.


젊은 층일수록 BTS를 좋아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른바 1차 베이비붐세대라고 불리는 55~64년생이 BTS 에 대해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반면 Z세대로 구분한 95년생부터 2003년생까지의 세대들의 호감도는 44.0%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65.0%인 1차 베이비붐세대와 비교하면 21%의 차이가 난다.


정리하자면 BTS에 대한 세대별 호감도 순위는 차 베이비붐세대(55∼64년생), 2순위 - 2차 베이비붐세대(65∼74년생), 3순위 - X세대(75∼86년생), 4순위 - Y세대(87∼94년생), 5순위 - Z세대(95∼03년생)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 전하는 공감과 긍정의 메시지'가 BTS 열풍의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BTS의 영향력은 젊은 세대의 딱 절반 정도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Z세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반응을 가장 덜 궁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TS 관련 영상을 보는 해외 팬들의 리액션 영상을 1차 베이비붐세대들이 가장 자주 찾고 있었다.(시청 경험 1위. 63.0%)


이와 달리 Z세대가 리액션 영상을 시청하는 비율은 33.5%에 불과했다. 나이가 어려질수록 개인 취향이 대세에 영향을 안 받거나 덜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풀이된다. 좋고, 싫고의 개인적 판단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회화된다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상호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대와 관계없는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한국 사회는 분명 '개인 취향 존중'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인식은 혼밥.혼술 등이 유행하며 '1인 체제화' 돼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1인 체제의 시대에 '개인 취향 존중'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는 사회적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던바의 수(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실질적인 수적 한계, 150)'로 유명한 세계적인 인류학자 롭니 던바는 여러 영장류를 연구하면서 사회적 무리의 평균적인 크기는 그 종의 뇌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인간은 사회생활을 통해 고등 사고가 가능하게끔 진화돼 왔다는 의견이다.


출처 DBR


인간이 가진 이 본능(사회성)을 전제하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1인 체제'는 본능에 역행하는 체제다. 인간의 사회성이란 본능과 1인 체제가 보편화된 현재의 삶 사이에 큰 갭이 존재한다. 현재의 1인 체제 삶의 형태는 필연적으로 사회성에 대한 결핍을 초래한다.


개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공감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이런 취향과 관련된 최근의 새로운 모임의 형태가 '살롱문화(취향공동체)'이다. [그림5]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공감받는 것을 좋아했고, 반가워했다. 언제든 필요하다면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모임)을 찾아다니며 일상에서의 사회성의 결핍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와 반면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한 모임은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전에 비해 동창 모임에 참석하는 정도가 줄어든 점이 이 사실을 보여준다. ((동창 모임 참석 정도 - 증가 6.6% vs. 감소 52.1%)


동창회에 불참하는 피상적인 이유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적극적인 불참 이유는 바로 '내가 잘 아는 사람에 대한 감정노동'을 하기 싫어서였다.(13.0%).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이나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들을 대할 때, 대부분 '자신이 보여지고 싶은 방식'으로 자신을 연출한다. 하지만 자신을 잘 아는 관계에서 이런 연출을 하다간 아는 사람에게 "너 왜 안 하던 짓 하고 그러냐"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런 형식의 모임이 반복되면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개개인의 요구와 완벽하게 역행하게 된다.



유튜브에서도 취향 맞는 유튜버만 구독 ... 취향이 가장 중요해진 사회


출처 DBR


사람들은 이제 '아는 사람'에 대한 감정노동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는 곳을 찾아 다닌다. 이제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위해서가 아닌 '취향을 존중하고 공유'하기 위해 타인과 만남을 갖는다. 이에 따라 현재의 사회성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을 보인다. 조사결과에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됐다.


73.3%가 '나와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응답했으며 61.1%가 '학연과 지연보다 취향.관심사에 기반한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공감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는 개인들의 '사회성 결핍'은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유튜버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상당수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용도로 유튜브를 활용한다. 실제로 63.5%가 '유튜브에선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개인 취향을 존중하고 존중받기를 원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생활하는 개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고, 여기서 파생하는 사회성의 결핍은 자신과 공감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다니고, 자신과 유사한 취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충족시키고 있다.


2019년 한국 사회의 사회성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맺어지는 형태의 사회성’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모였다가 흥미를 잃으면 바로 흩어지는 형태를 선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예전에 비해 약하지만 필요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8호

필자 윤덕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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