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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망 Jul 16. 2018

AKB48은 어쩌다 프로듀스48에 나오게 됐을까?

아이돌 플랫폼, AKB48

프로듀스 101 시즌 1은 여자 연습생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남자 연습생들의 이야기였고요.


그런데...

시즌 3은... 일본 연습생..? 아니 현역 아이돌이 나옵니다.


이번 프로듀스 48은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걸그룹 AKB48과 함께 진행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CJ E&M이 프로듀스48에 일본아이돌을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까?(콘텐츠산업 관점)

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AKB48은 어떤 아이돌이고,

어쩌다 한국 예능에 나오게됐는지 알아봤습니다.




01

아이돌 플랫폼, AKB48

고급호텔보단 에어비앤비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전략으로 AKB48이라는 그룹은 차라리 "아이돌과 팬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고의 실력과 뛰어난 외모를 갖춘 한국의 아이돌이 고급 호텔형 전략이라면

부족하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AKB48은 에어비앤비형 전략인거죠(멤버수만 330명..).

한국형 아이돌과 일본형 아이돌의 전략비교

한국형 아이돌은 그룹전체가 팬들과 1:N형태로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AKB48은 그룹 내 멤버 개인들이 팬들이 N:N형태로 관계를 맺는다는 차이점이 있죠.


슈퍼주니어 헨리영입 반대시위(좌), AKB48의 CG멤버(우)

덕분에

한국의 팬들은 [슈퍼주니어]라는 그룹을 지키기위해 새로운 멤버 영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반면

일본 팬들은 AKB48에 CG로 만든 가상 인물이 멤버로 들어가도 눈치채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략의 차이는 많은 장단점을 낳았는데요.


이 장에서는 아이돌 플랫폼 AKB48가 가진 강점을

 1. 공급량 증가로 접근성 상승 : 극장공연, 악수회

 2. 공급자간의 경쟁으로 마케팅효과 증대  : 총선거

 3. 플랫폼 기반의 높은 확장성 : 지역 및 글로벌 자매그룹

의 3가지로 구분하여 디테일하게 알아봤습니다.





 1. 극장공연, 악수회

 : 공급량 증가를 통한 접근성 상승


 고급호텔은 객실 수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높은 이윤을 위해 숙박권이 매우 비싸게 책정해야 합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등록된 공급자가 매우 많으니 적은 수수료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AKB48도 에어비앤비처럼 높은 공급량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아이돌을 만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콘서트장과 팬사인회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10명 이내의 한정된 자산입니다. 연습, 녹음, 뮤직비디오촬영, 광고촬영 등 다양한 스케줄이 있기에 매일같이 팬을 만날 수는 없죠.

*워너원 스케줄, 심지어 광고촬영, 연습, 녹음 등은 빠져있다.

 때문에 그들의 한정된 시간을 활용하는 콘서트티켓의 가격은 올라가고 사인회의 기회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급 호텔의 숙박권이 매우 비싼것처럼 말이죠.


떨어지는 일본 GDP 성장률

 문제는 2005년 일본은 경제버블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건데요. 주 타겟인 남성들 대부분이 "좌절의 시기"를 겪고 있었기에 일반적인 공연의 입장료 1만엔을 지불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AKS는 전용극장과 악수회라는 이벤트를 만듭니다.


1) 극장공연

 소비자 : 저렴한 가격에 자주 공연을 관람

 플랫폼 : 안정적인 수익 확보 및 접근성 상승

도쿄 아키하바라 돈키호테 8층에 있는 AKB48공연장

 AKB48은 초기 24명에서 현재 330명 가량의 멤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아이돌의 시간이 많아졌으니 공연도 더 자주 할 수 있고 입장료도 기존의 3분의 1로 이하의 가격으로 낮출 수 있었죠.

 이로써 TV로만 접할 수 있던 아이돌을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했는데요. 낮은 가격, 매일 공연을 통해 아이돌 산업에 없었던 접근성이라는 요소를 강점으로 잡았습니다.



2) 악수회

 소비자 : 멤버와 직접 만나고 싶음

 플랫폼 : 음반 판매촉진 및 충성고객 형성


악수회 현장

 AKB48은 여기서 한술 더 떠, 악수회라는 행사를 만들었는데요. 악수회는 팬싸인회와 같은 포맷으로 사인회 대신 아주 짧은 대화와 악수를 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다만 CD 한 장에 1개의 추첨권을 넣는 한국의 팬사인회와는 달리,

 악수회는 CD 한 장당 1개의 악수권을 제공합니다.

이는 인당 1개이상 살 가치가 없던 음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2. 개인방송과 총선거

 : 맴버 개개인의 마케팅 경쟁



 플랫폼에서의 거래는 [플랫폼-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소비자]에서 일어납니다. 에어비앤비의 거래는 [에어비앤비-여행객]이 아닌 [에어비앤비 내 집주인-여행객]에서 일어나는 것 처럼 말이죠.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직접 마케팅 하지 않아도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집주인들이 스스로 마케팅을 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KB48도 [AKB48그룹-팬]이 아닌 [AKB48 내 멤버 - 팬]의 관계가 핵심인데요. 그룹 내 멤버들은 기존의 팬을 유지하고 새로운 팬을 영입하기 위해 개인블로그와 개인방송을 통해 스스로 마케팅을 해야합니다.


 여기에 AKS는 멤버간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총선거라는 장치를 추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총선거

소비자 :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 성장 지원

플랫폼 : 음반 판매촉진 및 소비자 니즈 확인

  총선거는 AKB48멤버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선거입니다.

 이 선거에서 16위 안에 들면 AKB48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앨범을 낼 수 있으며, 높은 순위에 오를수록 방송에 나갈 기회가 많이 부여됩니다.


프로듀스101 시즌2 지하철광고(좌), AKB48 개인방송 쇼룸

 때문에 멤버들은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블로그나 쇼룸(아프리카TV같은 서비스)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을 마케팅합니다. 최근에는 팬들이 지하철 광고등을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에게 투표해달라며 마케팅는 경우도 눈에 띄는데요. 멤버, 팬이 합심하여 마케팅을 해주니 AKB48의 입장에선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죠.

 이 투표권 또한 구매한 CD의 수만큼 부여되는데요. 이를 통해 CD에는 악수권과 투표권의 가치가 추가되면서 1인당 구매하는 CD의 양을 효과적으로 높였습니다.




 3. 신시장 개척

: 지역화, 글로벌화된 자매그룹


 플랫폼은 각 지역의 공급자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좋습니다.

새롭게 진출하는건 에어비앤비라는 이름과 웹/앱서비스일 뿐 실제제품들은 이미 그 지역에 있습니다.

  AKB48의 시스템도 비슷합니다. AKB48은 한 그룹 안에서도 다양한 소속사의 멤버들로 구성되어있는데요. 덕분에 타 지역/국가로의 확장이 용이합니다.



자매그룹

소비자 : 지방팬들은 도쿄가 너무 멈

플랫폼 : 공급자의 규모를 키워 매출 증대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했으나 만나러 가기에 일본은 너무 큽니다.

때문에 AKB48은 도쿄를 벗어나 일본의 주요 지역에 자매그룹을 만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와같은 그룹들이 탄생했습니다.

AKB48의 지역벌 그룹 *STU48이라는 걸그룹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자매그룹들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지역화 전략을 사용하며 성장했습니다. 또한 각 자매그룹에 소속된 맴버중 인기가 많은 멤버는 AKB48에 속해 앨범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시너지효과를 만들었죠.

ㅇAKB48의 국제 자매그룹, 중국 그룹들은 분리독립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대만, 인도 등 글로벌 진출도 감행합니다.

 이 그룹들은 일본 AKS에서 판매한 AKB48의 포맷, 콘텐츠 판권,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하고, 자본이나 운영등의 실질 업무는 현지 기업에서 맡습니다.

 각 국가의 자매그룹들은 전용 극장을 두고 활동하며, AKB48의 곡을 커버해서 부릅니다. 멤버 또한 현지에서 뽑기 때문에 AKS(기획사)입장에서는 해외에 새 그룹을 만드는데 부담이 없죠.




02

AKB48의 성장

일본 역사상 최고의 걸그룹




AKB48의 "플랫폼형 아이돌"전략은 화려한 기록을 낳았습니다.



1. 역대 최고의 음반판매량


 음반이 악수회 및 총선거의 총알(?)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AKB48은 죽어가는 일본 음반시장을 살렸습니다.

 AKB48은 2009년 이후 최고순위 1위를 놓친 적 없으며 현재까지 무려 32회 연속으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2005년 이후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횟수가 총 4회인 국내와 비교했을때 엄청난 기록입니다.



 2. 진짜 총선거를 이긴 AKB48 총선거


 AKB48의 총선거는 오타쿠를 넘어 일본 전국민의 행사가 되었습니다.

국회의원 투표율보다 높았던 최고시청률

 2016년의 AKB48 생방송은 평균 17.6%를 기록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38%까지 치솟았다고 하는데요. 이는 같은 해 국회의원 총선거의 시청률보다도 높았다고 합니다.

 이 때의 총 득표수는 268만9427표로 집계됐는데요. CD의 최소가격이 1000엔인점을 감안하면 이날 쓰인 투표권의 가치만해도 최소 270억원에 달하는 수준인겁니다.



3. 글로벌 진출 성공


 글로벌 진출에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현지의 '오타쿠'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며 꽤나 큰 인기를 누립니다. 특히 태국의 BNK48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데요.


BNK48을 기다리는 태국 팬들


 BNK48은 태국의 음원 인기차트 1~5위를 모두 석권하고, 유튜브채널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재 태국의 1020여성은 K-pop에,

 2030남성은 BNK48에 빠져있다는 말도 있다네요.




03

AKB48의 위기

세대전환의 실패로 고립되는 팬층




하지만 최근 AKB48은 위기를 겪고있습니다.


총선거 시청률(좌), 연도별 앨범판매량(우)

총선거 시청률은 전성기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고,앨범 판매량도 하락세입니다.

 특히 50%가량 떨어진 시청률에 비해 앨범판매량은 10~20%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이 눈에 띄는데요.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기보단 "AKB48이 고립되었다"라고 판단하는게 맞을듯 합니다.


이는 전체 관심도는 떨어지나 1인당 구매하는 CD양은 많아지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즉 전국민적인 걸그룹에서 일부 돈 많이 쓰는 오타쿠들의 걸그룹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죠.


1. 세대전환 실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세대전환의 실패입니다.

올해로 AKB48은 생긴지 무려 13년이 지난 그룹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초기 AKB48의 성장을 주도했던 주요 아이돌들은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AKB48의 주요 전략은 총선거/순위매기기를 통한 “1등 밀어주기”였기에 새로운 대체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인기가 많은 상위멤버를 주로 노출시키고 이들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했죠.

 때문에 플랫폼이 아닌 멤버 개개인들과 관계를 맺었던 팬들은 졸업멤버와 함께 떠났습니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네이버웹툰이 대학만화 최강자전 토너먼트를 통해 새로운 웹툰을 뽑듯이, 선거나 이외에도 상위멤버가 될 루트를 만들면 어떨까 싶네요.)



2. 새로운 팬층 확보 실패

 인기가 꺾이기 시작하자 AKB48의 기획사인 AKS는 악수회를 통한 음반판매에 집중했는데요.

 잦은 악수회로 인해  AKB48은 전국 콘서트나 앨범 발매, 방송활동 등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개인 관리 소홀

 5~10명이 아닌 330명의 멤버를 움직이다보니 당연히 개인을 컨트롤 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보였는데요. 이로인한 사건들이 팬 이탈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마치 에어비앤비의 집주인들이 사건을 일으켜 에어비앤비 전체의 이미지를 앗아가고,

아프리카TV, Youtube등이 개인 BJ들의 일탈로 브랜드 전체가 휘청했던 것처럼,

AKB48도 미성년 음주나 삭발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AKB48이라는 플랫폼 이미지를 악화시켰습니다.






04

AKB48의 기회

세대전환의 실패로 고립되는 팬층




 이런상황 AKB48의 포맷을 카피한 후 한국에서 성공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듀스101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프로그램은 K-pop열풍에 힘입어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도 꽤나 영향력을 주는 그룹을 탄생시키고 있었죠.

 AKB48의 입장에선 합작한다면 꽤나 많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 일본내 이슈 재점화


프로듀스 방영 이후 국내 / 일본 포털

 한국인들이 국내아이돌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해외 반응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해외반응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자국의 최정상 걸그룹이 옆나라 한국의 경쟁프로그램에 출연하니 이슈가 안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슈화는 떨어지는 일본 내 AKB48에 대한 인지도를 다시금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 새로운 인기멤버 발굴


AKB48 그룹에서 90위 밖이었던 치바 에리이

 일본에서 인기가 없던 아이돌도 다른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인기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 프로듀스48의 순위도 AKB48총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이를 통해 AKB48의 최대 과업인 새로운 인기멤버 찾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AKB48 총선거에서 90위 밖이었지만

현재 프로듀스48에서 춤을 너무 못춰 인기를 끌고있는 "치바 에리이"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죠.



 3. K-pop와 함께 팬층 확대


AKB48 팬 연력*성별분석(좌), IOI 리얼리티 프로그램 구매 성비(좌)

  AKB48의 팬층은 30대이상 남성들에 집중되어있습니다.

 하지만 K-pop팬층은 걸그룹/보이그룹을 불문하고 1020여성들이 더 많은 특징을 보이는데요. 당장 프로듀스 101의 걸그룹인 아이오아이의 주력 팬층만 봐도 20대 여성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KB48의 프로듀스 시리즈 진출은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AKB48의 여성 팬층을 확보할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전략적인 그룹으로 장점들을 분석하긴 했지만,

사실 AKB48의 기획사 AKS는 아이돌의 과다한 상품화문제가 심각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극장을 300번 방문한 팬에게 멤버와의 데이트권을 주고, 하루에 수천명과의 악수를 시키는 등 지탄받아 마땅한 이벤트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요.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이돌의 과다한 상품화는 지양해야합니다.


하지만!

AKS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혁신적인 모델을 들고 온 것은 확실하며,

이는 단순이 엔터업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해볼법한 사례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번에는 원래 목적이었던 CJ E&M이 AKB48을 초대한 이유를 들고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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