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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망 Jul 07. 2018

옥수수, 푹, 네이버, 넷플릭스의
영상플랫폼 전쟁

한국의 코드커팅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어젯 밤 놓친 [하트시그널]을 보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키고 아껴뒀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몰아봅니다.


집에 TV가 없는 20대가 무려 38%에 달하는 시대입니다.

*출처 : 대학내일 1934 영상콘텐츠 소비실태


덕분에  IT서비스(카카오, 네이버), 통신사업자(SKT, LG U+, KT), 콘텐츠사업자(CJ E&M, 지상파3사), 토종 OTT(왓챠, 넷플릭스)까지 너도나도 영상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요.

 각기 서로 다른 기반, 서로 다른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이 각각의 서비스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01 

통신사업자, IPTV랑 OTT 둘다!

서비스 : 옥수수, 올레TV모바일, U+비디오포털

MAU : 280만, 240만, 100만




 케이블 TV시청자들이 케이블을 끊고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로 넘어가는 현상을 코드커팅(cord cutting)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 코드컷팅 현상이 OTT서비스인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데 반해 국내는 KT, SK, LG U+등의 통신 사업자들이 만든 IPTV에 의 나타났습니다. 


출처 : 국내 유료방송 시장현황(Netmania tech blog), Data :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때문에 현재 국내 시장은 IPTV가 지배적입니다. 다만 문제는 사람들이 점점 방송을 TV가 아닌 모바일로 본다는 것이죠,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TV는 이미 4년전 모바일에 밀려 필수매체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대학내일에 따르면 19세에서 24세는 하루 평균 2시간 25분을 모바일로 영상콘텐츠를 이용한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신사업자들은 카카오에게 "문자서비스"를 뺏겼듯이 영상플랫폼도 경쟁사에게 뺏길겁니다.


출처 :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시장 흐름에 맞춰 통신사업자들이 내린 선택은 모바일 OTT서비스 진출과 결합상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있는데요.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OTT서비스인 옥수수는 텔레콤/브로드밴드 가입자와 IPTV서비스 가입자에게 무료 혹은 대폭할인을 제공합니다. 또한 IPTV인 Btv와 OTT인 옥수수를 상호연동하여 콘텐츠를 즐길수 있게 만들었죠.


엑소의 사다리타고세계여행, 레벨업프로젝트

 게다가 SK텔레콤은 2016년 로엔을 판 아쉬움을 달래며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SM C&C의 2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이후 플랫폼 차별성을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SM C&C의 콘텐츠 [엑소의 사다리타고 세계여행], [레드벨벳의 레벨업 프로젝트]를 옥수수에서 방영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이는 향후 OTT서비스의 주 고객이 될 10대를 성공적으로 타겟팅했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02

콘텐츠사, 오리지널콘텐츠는... 아직

서비스 : POOQ, TVing

MAU : 92만, 86만



 

 콘텐츠 제작사들 또한 통신사업자들의 IPTV에 맞서 플랫폼을 만들었는데요. KBS, SBS, MBC 지상파 연합은 POOQ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종합 콘텐츠 기업 CJ E&M은 TVing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역량이 뛰어나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붙을 경우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같은 이유로 콘텐츠 협상력이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콘텐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통신사업자들과는 이들은 달리 자체 콘텐츠를 만들 역량이 충분하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콘텐츠 방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거죠.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엔 아직 플랫폼수익이 한참 부족하다는 겁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드는 것보다 채널 및 타 OTT에 방영권을 판매하는게 훨씬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POOQ과 티빙 모두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티빙과 푹의 전략은 매우 상이한데요.




티빙

CJ E&M


출처 : app ape

 CJ E&M은 티빙을 인수한 이후 무료화를 선언했는데요. 광고(AVOD)와 건당결제(TVOD)형태로 트래픽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 서비스도 연달아 무료화를 발표하고

 지상파 콘텐츠를 서비스하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티빙이 내놓은 해결책은스타트업 콘텐츠 확보 및 글로벌시장 진출입니다.

출처 : 플레이리스트, 프로듀스48

 올해 2월 티빙은 여러 플레이리스트(연플리), 비디오빌리지('보이즈빌리지'·'걸스빌리지' 등), 와이낫미디어(전지적 짝사랑 시점)등 주요 스타트업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을 입점시켰습니다. 또한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광고매출의 최대 90%를 콘텐츠 사업자에게 돌려주겠다 밝히며 보다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을 유인했습니다.

 자체 콘텐츠 제작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진출 또한 노리고있는데요. 인기작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일본 연습생들이 등장한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같은 이유로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네이버TV, VLIVE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기도합니다.




콘텐츠연합플랫폼


출처 :  app ape


 푹은 구독(SVOD)형태로 유료가입자 수를 늘리며 수익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티빙을 따라 실시간 TV를 무료화 선언했고 2017년 상반기 OTT서비스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11월기준 모든 OTT서비스를 통틀어 가장 긴 월 720분의 사용시간으로 실질적 OTT서비스 1위라는 명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성장세가 꺾인 모양세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소식은 KBS, SBS, MBC가 기반이기에 이번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인데요. 푹은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실시간 무료방영 서비스를 통해 주간 신규가입자를 2~3배 늘렸습니다. 독일전 당일에는 접속자가 8배까지 늘어나기도 했다니 이를 통한 재도약을 노려볼 수 있겠습니다.





03

전통 OTT, 매니아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

서비스 :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MAU : 81만, 40만



 전통 OTT서비스로는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가 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방대한 양의 국내외 영화 및 드라마콘텐츠를 월정기결제(SVOD)로 제공하는데요.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추가로 결제해야할 일이 없다는 점과 높은 성공율을 자랑하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매력적입니다.




왓챠플레이

왓챠


출처 : app ape

 왓챠플레이는 비록 2016년 1월에 출발했지만 사실 그 출발은 2012년의 왓챠입니다. 본래 별점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던 왓챠는 6년이 넘는 기간동안 추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쌓아왔습니다. 덕분에 콘텐츠 추천에 있어서는 국내 어느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태생이 스타트업인지라 자산이 부족합니다. 옥수수를 서비스하는 SK브로드밴드의 자산이 3조8천억인데 비교했을때 투자금 210억짜리 스타트업인 왓챠는 콘텐츠의 규모적를 따라가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올해 3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C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출처 : app ape

 아직 통신사업자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넷플릭스도 빠르게 시장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다운받기 어려운 해외 드라마나 영화 부분에서 높은 다양성을 보이는 덕분에 "덕후"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전체 사용자의 1/4가 월 10회 이상 방문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꾸준히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요. "범인은 바로 너"등의 예능 콘텐츠뿐만 아니라 시그널 김은희 작가의 "킹덤"등 아시아 시장을 타겟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모션 소식보다는 스튜디오 드래곤 등의 국내제작사와 글로벌 콘텐츠를 만든다는 소식이 더 잘 들리는걸 보면 여전히 넷플릭스는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보다는 콘텐츠를 만들 곳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04

네이버, 유튜브같지만 유튜브같지 않게

서비스 : 네이버TV, 브이라이브



네이버TV(좌)와 브이라이브(우)

 네이버는 한국인 3/4이 사용하는 검색포털을 기반으로 네이버TV, 그리고 브이라이브(VLIV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TV의 주요 콘텐츠는 1분~5분내외의 방송 클립영상입니다. 수익모델은 영상을 시청하기 전에 나오는 광고수익(AVOD)입니다. 검색 포털이 가진 좋은 접근성 덕분인지 네이버TV는 2017년 ios 엔터테인먼트 앱 부문 mau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브이라이브는 아이돌, 셀럽들의 라이브 영상을 보여주는 플랫폼인데요. 한류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습니다. 전체 가입자의 80%가 해외에 있고 국내 영상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타국 앱스토어의 동영상순위(태국 2위, 싱가포르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영상플랫폼 1위인 유튜브가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위에서 누르고 있고요. 풀영상을 제공하는 옥수수등의 SVOD서비스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돈 조금만 내면 광고 없이 풀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사용자들은 광고 + 클립영상에 불만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네이버는 [V로그]라는 오픈 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MAU가 3500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 15년간 2300만명이 16억개의 글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한국 인구수가 5125만인걸 감안하면 거의 전국민의 반은 블로그 사용경험이 있다는겁니다. 그 덕분인지 블로그는 쉽게 들어가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됩니다.


 때문에 블로거라는 말은 유튜버보다 훨씬 가볍고 쉽게 할 수 있을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이 점을 감안했을 때

유튜브가 콘텐츠를 감상하기 좋은 "전문적인" 영상플랫폼이라면

V로그는 콘텐츠를 올리기 좋은 "아마추어" 영상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면 유튜브와는 또 다른 경쟁력 있는 영상플랫폼이 될 수 있겠네요.





이렇게 통신사업자, 콘텐츠제작사, 전통 OTT서비스, IT기업의 전략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치열한 경쟁에서 서로 협력하고 투자하는 부분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SKT(옥수수) + SM C&C : SM아이돌 등장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네이버TV + CJ E&M(티빙) : 해외에서 선전중인 네이버TV를 통해 TVING을 해외로 진출

넷플릭스 + 스튜디오드래곤(CJE&M자회사) : 글로벌 시장에 먹힐 드라마콘텐츠 제작


다만, 전반적인 기업들이 플랫폼의 낮은 수익률을 이유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아끼는 점은 아쉬운데요.

코닥은 필름카메라의 수익에 취해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의 전환이 늦어 파산했고,

통신사업자들은 메신저를 통한 수익을 포기하지 못하다가 카카오톡에게 메신저를 뺐겼습니다.

5년 뒤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당장의 수익보다 먼 미래를 그리는 자세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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