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분주 Mar 25. 2024

고향에 대해 모르는게 많다

112 짧아도 너무 짧아

 나는 내 고향, 진주를 사랑한다. 이웃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내 고향을 애정하고 아낀다. 타지에서 동향 사람만 봐도 너무 반갑고, 내 고향 이름만 들리고 보여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미스트롯에 진주의 딸들 빈예서, 오유진, 채수빈이 나와 노래를 불러도

내 고향 6시에 나온 진주 농산물 소개를 봐도,

사건반장에 진주시 관련 사건사고가 나와도,

'난 괜찮아'를 부른 가수, 진주를 봐도,

진주 목걸이를 봐도,

가슴이 뛴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우연히 요상한 책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진주사투리사전'. 이런 귀한 책이 있다니. 왠지 나 말고는 빌리지 않을것 같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오랫동안 도서관에만 있었을테니 바깥공기한번 쐬어주자 싶은 마음이 들어 책을 집어 들었다. 진주시 진주문화관광재단에서 집필한 책으로, 문득 진주사람들이 사투리를 얼마나 많이 쓰길래 저렇게 대대손손 물려줄 사전이 필요한 정도일까 궁금했다.


두껍다.

무려 6000개의 진주사투리가 수록되어 있다.


진주에서만 통하는 유머로서 [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를 밀가리로 만든다 ]

진주사람이라면 이 말을 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것이다. 안 굴렀다면 당신은 사천이나 통영사람이다.


어르신들이 발음할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막상 단어로 보니 흠칫 놀랬다.

물게↑이, 밀물게이, 소게이, 돼지게이, 닭게이.

진주는 온갖 이 잔치네.



'뽄지길께 천지 삐까리라 따까씰끼다.'


와따시와 진주 사람데스.

왜 경상도 사투리가 일본어로 들린다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이쯤 되면 서울사람들과 진주사람들이 소통이 가능하긴 한 걸까 싶은 의문이 든다.


진주에서는 어르신들이 열쇠를 쎄때라고 말한다. 아마 열쇠= 쇠덩어리 =쇳대 = 때 가 된듯하다.

아빠쎄때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아무리 사투리지만 너무 억지스럽다고 말했다.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가 조용히 큰 깨달음을 깨우친 스님처럼 한마디 했다.


"아…




 ..이래서 영어로 '조용히하시오'가'쎄때마우스'구나.

이빨을 열쇠로 잠구라는 깊은 뜻이 있구만."


뭔가 이상하지만 나름 일리있는 추리였다.

오늘도 나는 엄마에게서 한 수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메세지로 폭탄이 전송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