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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부잣집 딸인걸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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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요즘 엄마가 치아가 불편한지 연신 '쓰읍 쓰읍'대며 자꾸 인상을 찌푸렸다. 외증조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약한 잇몸과 잘 썩는 치아의 대물림으로 엄마는 나름 치아관리를 열심히 하는데도 처녀 때부터 치과에 돈을 많이 갇다 바쳤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엄마 입속에 웬만한 중형 세단 하나 정도는 주차해 두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고급 세단에 문제가 생긴 건지 엄마는 연신 불편해했다.



엄마의 치아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오늘 아침, 엄마는 평소와 달리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거실에 있는 큰 거울 앞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입을 최대한 벌린 채 혓바닥으로 셀프 스케일링을 하듯 '쩌업 쩌업'하더니 통증이 오는 윗 치아를 하나하나 홀트며 찾아내려고 안간함을 쓰셨다. 눈까지 희번덕 하며 턱을 목젖까지 내려찍는 걸 보니 내 어머니지만 어찌나 괴기스럽던지.


어머니, 제발 치과를 가세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니라 턱 잃고 치과 가긋소.



기괴해.



엄마의 실시간 구강오픈쇼를 안방 침대에 엎드려 구경하던 아빠가,

거울에 비친 엄마의 입 속 상태를 보더니 작지만 모두가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메, 김 씨 아주머니 입안에 벌써 겨울이 왔네.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잉"



그리고는 계속 혼잣말이지만 엄마를 놀리는 듯,


"반짝반짝"

"반짝반짝"


아리송한 말을 되뇌셨다.


반짝반짝?

아빠의 말이 궁금해서 컴퓨터 의자에 앉은 채 엄마에게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봐달라고 부탁하고는 카메라를 확대해서 살펴봤다. 카메라 렌즈를 확대에에에에에에에 해보니,



아따야, 심봤다.

금 노다지 발견. 반짝반짝.



아부지. 우리 이제 고생 끝이에요.

원빈도 금이빨은 받는다 했어요.



엄마 금니만 봐도

배부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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