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갓생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새벽 4시 30분 기상이라는 야심 찬 계획은 나의 갓생 로드맵의 핵심이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위대한 인물들은 새벽형 인간이다’라는 말에 홀려, 나는 새벽잠을 자는 대신 영어 단어를 외우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았다. 아침을 부산하게 움직이고 많은 일을 했는데도 오전 8시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역시 사람에게는 같은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진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는,
나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에 낮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씨이이ㅣ발
이럴 거면 그냥 평소대로 7시 30분에 일어날걸.
소득 없는 미라클모닝.
안 해 안 해.
꼭두새벽에 웬만한 일을 다 해버리니, 할 일이 없어서 오랜만에 엄마 핸드폰을 구경했다. 참고로 우리 엄마 핸드폰은 정말 재밌다. 다들 인생이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 때면 노모의 핸드폰 문자를 보길 바란다. 70을 바라보는 엄마와 친구분들의 문자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젊은 세대의 유머 감각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알 수 없는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우울할 때는 엄마 핸드폰을 보는 것이 국룰이다. 2024년의 가슴 아픈 뉴스로 슬프게 보냈을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주기 위해, 부끄럽지만 엄마의 문자 베스트 5를 공개하고자 한다
베스트 5
제목: 서울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모스 부호 같은 그들만의 언어세계
게한나예? 많이 놀랬쬬?
예, 게안아요
베스트 4,
제목: 개떡과 찰떡
그들만의 007빵 게임인가
엄마에게 도대체 무슨 대화냐 물어보니
점자이모: 형님, 빵 드실래요?
엄마: 응 1개만
점자이모: 그럼 빵 1개 들고 갑니다.
예......?
어떻게 저걸 저렇게 알아들수 있는지 두 분 다 대단하다 대단해.
베스트 3
제목: 대답 없는 너
미장원 원장님, 우리 엄마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꾸준히 답을 안 해주는 원장님도 대단하고 꾸준히 계속 물어보는 우리 엄마도 대단해.
창과 방패도 이렇게 숨 막히진 않을 듯.
혹시
폐업하셨나요.
베스트 2
제목: 50년 지기 절친이지만 스타일은 안 맞아
아니야 넣어둬 넣어둬.
그딴 건 니년 혼자 처 입어.
대망의 베스트 넘버 원!
제목: 이 정도면 그냥 전화번호를 지우세요
아빠와의 문자를 본인 메모장으로 사용하는 엄마
누가 보면 우리 아빠 젓갈장사하는 줄 알겠네.
근데 창냥젖은 누구 젖이야
풉
재미지다 재미져.
문자만 읽어도 엄마가 즐겁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끗
+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 진다.
- William Ja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