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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Jan 08. 2025

분명 나는 방귀 소리를 들었다.

짧은 글

현역가왕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나는 소파에 기대앉아 화면 속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무대를 지켜보고 있고, 엄마는 내 앞 누워 바나나를 쩝쩝거리고 계셨다. 참가자들의 절규에 가까운 격정적인 노랫소리가 엄마에게는 오히려 편안한 자장가로 들렸는지, 금세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리시고 새근새근 코를 고셨다.





그리고 곧,


뽀오오오옹


어디선가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묘하게 기분 나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리곤 또다시,


뽀오옹

오오오

오오


소리와 함께 냄새는 점점 짙어져 나의 후각을 잡아끌었다.

묘하게 기분 나쁜 냄새다.

곧 엄마가 잠결에 이불을 뒤척이자 따뜻한 솥에서 삶은 계란 썩은 듯한 은은히 풍겨오는 이상 꾸릿한 냄새가 이불 안에서 바깥으로 퍼져 나오는 걸 느꼈다.


살짝 잠이 깬 것 같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방구 뀌었나



그러자 엄마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아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바지에 똥 쌌는데?



그리곤,

다시 잠드셨다.

신생아처럼 참 행복해 보였다.




아,

저 센스는 어찌하면 대물림받을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 저 대사를 써먹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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