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분주 Jul 05. 2023

내가 왕이 될 상인가

73

* 갑자기 생각난 짧은 에피소드.


대학졸업 시기에, 직업을 걱정하는 친구가 용하다는 점집이 있는데 혼자 가기 무섭다고 함께 가달라 했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라 흔쾌히 같이 가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용하다는 점집을 찾았다. 친구는 디자인 쪽으로 먹고사는 게 힘들어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나은선택인지를 고민하던 시기에 사주팔자의 운명 아래 본인의 미래를 결정짓겠다 다짐했다. 


점집은 처음이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친구 차례가 되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엄청난 아우라가 느껴지는 중후한 여성분과 마주쳤다. 그분은 내 친구를 보자마자,

아이고 오오-오. 

나라밥을 먹을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로 웬 일로 오셨는-가.  


소름이 쫙 돋았다. 

친구를 보자마자 공무원 드립 돌직구를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정통으로 날리셨다. 순간 미신 믿음력이 상승했고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절로 연신 굽신굽신거리게 되었다. 역시 맛집은 다르구나 싶은 찰나에 친구가 대역죄인 포즈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머리를 한껏 조아리며 물었다.


" 그.. 그럼 제가 공무원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점집 사장님은 친구의 생년월일을 묻고는 이것저것 뒤지고 던지고 눈을 감고 뒤집고 요리 저리 손가락을 연신 두드리고는 확신이라고 한 듯 감았던 두 눈을 부릅뜨고는!


" 나랏일을 해야 돼. 자네는 그렇게 태어난 거라고."



신의 음성을 들은듯한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두 손을 모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 타고난 팔자대로 공부해서 시험에 응시해 보겠다고 굽신거렸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친구가 일어서려고 하자 점집 사장님이 갑자기 한마디 덧붙이셨다.




" 근데 시험운은 없는 팔자구먼."

응?




끗.






* 친구는 하늘이 점지해 주신 본인 팔자가 그렇다고 믿고 12년째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설마 나랏밥이란 감옥에서 주는 밥을 말한건 아니겠지.






작가의 이전글 내가 마지막이 될 것같아 두렵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