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겨울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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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벗밭 5개월 차 자라는 새싹 지민입니다. 처음 등장한 사람이라 생각되는 벗님,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언급되거나 ‘즉흥과일클럽’과 같은 행사에서 만나 조금은 낯익은 벗님도 계실 것 같아요.
이렇게 여러분을 볼 수 있어 설레기도 하고, 가치있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은 열정도 타오르네요. 더불어 살아가는 벗밭의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올게요. 오늘은 2월 2~4일까지 진행했던 무포장, 무배송 움직이는 파머스 마켓! ‘찾아가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찾아가장
“혼자, 아니 둘이 살아도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 식탁을 가질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기획이에요. 제주에 찾아가 겨울 밭을 가장 신선하게, 그러면서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전할 방법을 고민했죠. 우리와 벗들 사이 중간지점에서 만나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 가보고 싶어 “찾아가장”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찾아가장 포인트
무포장 무배송
꾸러미 발송을 준비하며 포장에 대한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 안전하게 농산물을 보내려면 사용해야 하는 ‘더 두꺼운 박스’, ‘더 많은 종이 완충제’, ‘소포장을 위한 봉투’까지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벗밭은 먹는 이, 기르는 이, 그리고 이들의 토대가 되는 환경과 더불어 건강한 식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배송 과정에서 사용되고 곧 쓰레기가 될지 모르는 자원을 그저 받아들일 수 없었죠. 생각을 거듭하며 많은 고심 끝에 무포장 무배송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이동식 차량 꾸미기
차량을 꾸밀 때 빠른 설치와 철수, 메시지를 담을 방법 등 해결 사항이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소품 하나하나에 소홀히 하지 않고 준비 하다 보니 지금의 <찾아가장> 모습이 되었죠.
채소와 과일을 담은 바구니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 오일장에 위치한 대건 상회에서 공수해왔어요. 비료포대를 재사용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튼튼하고 멋스럽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정말 예쁘다”라며 저희의 많은 고민과 수고스러움을 알아주실 때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벗밭의 문장뽑기 (feat. 짧은 정보 & 농부님의 이야기)
농부님의 이야기를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어요. 멀게만 느껴졌던 밭이 <찾아가장>을 통해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농부의 건강한 작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달함으로 서로 만나지 못했지만 ‘내적 친밀감’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죠.
주머니에서 손 빼는 것조차 꺼려지는 추운 겨울, 야외 트럭에서 농산물과 함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파도의 아이디어로 “문장 뽑기”가 탄생하게 되었죠! 문장 뽑기에는 농부님들의 삶이 담긴 문장들과 꾸러미 채소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어요. 작은 쪽지에 담기지 못한 농부님의 더 깊은 이야기는 벗밭의 제철 식재료 매거진 <○○집>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찾아가장을 통해 만난 사람들
성균관대학교 정문 근처 뒷골목에서 찾아가장 파머스 마켓을 처음으로 열었어요. 세팅을 마치자마자 두 분이 무척 궁금해하시며 다가오셨어요. 콜라비 시식을 해보시고 맛있다며 감자, 귤, 당근, 콜라비까지 구매하셨죠. 이때부터 용기를 얻어 찾아가장 기간 동안 더 편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어요. 그 밖에 귤을 먹자마자 “너무 맛있다!”라며 사 가시고 저녁에 잘 먹었다며 따로 연락 주신 분도 계셨죠. 또 직장 동료들과 식사하고 돌아가는 길에 “귤 1kg 를 누구 코에 붙이냐”며 2kg를 사신 분도 있었어요.
사실 발에 붙이는 핫팩이 소용없을 정도로 추운 날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장에 오신 벗님들 덕에 마음만큼은 정말 뜨끈뜨끈하게 첫날을 마무리했어요.
둘째 날 첫 번째 장소는 ‘비건마마’라는 관악구의 한 비건 카페였어요. 사장님께서는 엄청난 관심을 주시고, 다음에도 꼭 와달라며 쿠키를 건네주셨어요. 사실 쉬시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찾아가장을 위해 일부러 나오셨대요.(감동) 점심으로 먹은 비건마마 샌드위치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으로 신림교에서 하려고 했으나 주차공간 부족으로 바로 미플레이스로 갔어요. 추운 몸을 녹이는 중 사장님께서 농가를 비롯한 저희 이야기를 공감해 주셔서 벗밭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었지요. 그렇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찾아가장 테이블을 정비할 때 한 손님이 오셨어요. 귤을 사시고 “내가 다녀가면 손님들이 줄줄이 온다? 기대해 봐요”라며 떠나셨지요. 정말인지 ‘당근 다 달라고 하셨던 할아버지’, ‘콜라비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며 3개 구매하신 분’ 등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셨어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드디어 셋째 날! 장소 사전 투표에서 가장 많은 벗들이 방문한다고 했던 곳이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필더빈스에서 찾아가장을 열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가 벗님이 성미산 마을톡방에 홍보 해주셨어요. 톡방을 보고 오시는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농산물을 사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사했어요. 이처럼 소식을 듣고 찾아온 벗님들이 방문해 주셔서 더욱 힘을 얻어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지요.
더브레드블루에서는 우리의 소품들이 다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불어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지나가는 분들이 “채소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라며 물어보시고 구매하셔서 힘을 내어 끝까지 달릴 수 있었어요. 경의선 숲길에 계신 분들께 찾아가장을 소개하기 위해 박스를 자른 종이에 ‘입춘대길, 무농약 유기농 제주’ 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걸고 가기도 했죠.
찾아가장의 마지막 행선지는 서강대 역 근처 경의선 숲길이었어요. 벗밭이 많은 시간을 보낸 동네이기에 오랜만에 만난 벗들도 있었고, 예약 수령도 가장 많았어요. 토요일 저녁 8시, 식사 후 산책을 다니는 분들이 저 멀리 보이는 차량의 불빛을 발견하고 다가오시기도 하고요. 사진에서 보이는 얼굴의 부기가 피곤함과 추위를 보여주지만, 현장에선 그 어느 곳보다도 이야기가 많이 오갔죠. 수령하려 오셨다 농산물의 실물을 보고 더 사간 벗님도 있었어요.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떤 환경에서 누구에 의해 길러졌는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마감 시간이 되었어요.
찾아가장 시즌 0을 마치며
추운 겨울 4일의 시간을 떠올리면 힘든 시간보다 웃음과 이야기가 있는 순간이 먼저 떠올라요. 지칠 때마다 찾아가장을 시작한 이유와 마음가짐으로 다시 일어났죠. 무엇보다도 벗님이 내어주신 따뜻한 차와 공간, 그리고 이야기가 있었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어요. <찾아가장>이 일상에 스쳐 지나가는 아주 작은 경험일지라도 매해 겨울 콜라비를 볼 때 기억되는 즐거운 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추억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누군가의 식탁을 바꾸지 않을까 상상하며, 앞으로 벗님들과 함께할 장소를 찾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