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135

안전에 대하여

by 모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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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어린이집에서는

종종 화재 등의 위험에 대비해 훈련 같은 것을 하나보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대피훈련 같은 것을 하면 솔이가 가장 먼저 안전지역으로 달아난다고 한다.


평소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그렇게 빨리 도망(?)간다니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해일이나 지진,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가 별로 없는 탓일까.

우리 나라는 안전에 대한 생각이 좀 안일한 것 같다.

안전을 위해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을 아주 귀찮은 일로 생각하거나

아주 겁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수동적이고 운명적인 세계관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대해,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평소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대신,

그냥 그것을 불가피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나만은 그러한 불운으로부터 피해갈 거라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것이 우리는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러한 믿음이 종교성 많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완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하기보다는

인간의 불완전성만을 탓하면서 세계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하는.


나 개인의 경우,

남자답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 같은 것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관념 같은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무릎 보호대를 하거나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일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 우습게 생각했다.


안전이라는 것이 용기 없는 사람들의 사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근의 몇몇 국가적인 재해들을 보면서

인간들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 중 하나가 <안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그것은 운동 이전에 '물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삶이란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며 생명을 유지시켜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안전>이라는 '안일한' 단어를 '사치스럽게' 생각하며

함부로 여겼던 내 삶을 반성한다.










20121212_183635.jpg?type=w1 솔이가 막 일어서려고 할 때의 사진이다. 두 발로 서기 위해 빨랫대를 움켜쥔 손에 박수를 보낸다.솔이가 일어선 것은 순전히 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