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274

중요한 것

by 모래바다

솔이는 잠 들기 전 하루를 성찰하는 말들을 하곤 한다.

자기가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해명한다.

뭔가 심오해 보이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어제 저녁엔 뜬금 없이

"아빠, 중요한 게 뭐예요?"

"응? 중요한 거?"

사실 주제가 빠진 질문이어서 막연했지만 나는 그냥 너스레를 떨듯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솔이지."

"음, 그래?...그럼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건 우리 가족이지."

"음, 그렇구나...그럼 공부는?"

"공부는 솔이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아!"

어디선가 공부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건 아빠 말이 맞아, 나도 엄마, 아빠가 중요하거든...그건 아빠 말이 맞아."

나의 말을 듣고 적이 안심이 되었는지 솔이는 몇 번이나 내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얼마 전에는 버스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솔이가 맨 뒷켠의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말린 적이 있다.


솔이가 앉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물었다.

"응, 거기는 한 중앙이라 혹시라도 기사님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솔이가 떼굴떼굴 굴러가기 때문이야."

자신의 행동이 제지당해서인지 솔이는 '하나도 안 웃겨.'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도 몇 번을 그 자리에 앉지 않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잠자리에 누웠는데 솔이가 불현듯 또다시 물었다.

"아빠, 근데 버스 제일 뒷자리 그 가운에 의자에 앉으면 왜 안되요?"

나는 그때와 똑같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솔이가 "그게 아니고, 그렇게 앉아서는 안되는 자리를 왜 만들었냐고?"며 따져 물었다.

세상에, 며칠 동안이나 솔이는 그 의자 생각에 지배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솔이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뭔가 대거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응, 어른들은 앉아도 괜찮을거야. 어른들이 앉으면 기사님이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떨어지지 않고 견딜 수가 있을거야. 힘이 세니까. 그런데 솔이 같은 아이들은 힘이 없어 떼굴떼굴 구르는 거지, 그래서 가급적 안 앉는 게 좋은 거야."


그제야 솔이는 내 말에 수긍을 했다.

그리곤 잠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제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 이야기를 꺼냈던 게 아닌가 싶다.






20180524_091839.jpg?type=w2 그저께, 솔이 이 하나가 저절로 빠졌다. 솔이는 '어! 이거 뭐야?' 했다. 겨우쌀 한톨만한 이로 생명을 유지해온 솔이. 고맙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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