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273

거짓말

by 모래바다

솔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영화에서 아빠는 아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 거짓말을 했다.

일종의 허세같은 것? 아들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싶어서 말이다.


나는 아파트 104동 앞 화단의 영산홍을 내가 심었다고 솔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하나의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7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더니

솔이는 그곳을 오갈 때마다 그 영산홍 화단에 관심을 보이며 나의 거짓말을 강화시켰다.

내가 어쩔 수 없이 그 화단을 꾸민 사람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질문들.


어, 여기에 있는 민들레도 아빠가 심었어요?

어, 여기에 있는 철쭉도 아빠가 심었어요?

근데 언제 심었어요?

작년에 심었어요?


솔이는 이제 서서히 신록을 드러내는 꽃을 보며

'아빠, 아빠가 심은 이 꽃들은 왜 시들어요?' 하고 묻기도 했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화단 앞에 서서 영산홍 꽃들을 쳐다보고 서 있자

'어? 아빠, 저 사람이 왜 아빠가 심은 꽃들을 쳐다보고 있어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으응, 다른 사람이 쳐다봐도 괜찮은거야. 내가 심었다고 우리만 볼 필요는 없잖아?' 하고 대꾸했다.


지난 주엔 인근 도시에 가는 도중 영산홍 무리가 나타나자,

'어? 저 꽃도 아빠가 심었어요?' 하고 물었다.


큰 일이다. 장난처럼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


내년 이맘때쯤 솔이가 나의 거짓말을 잊고 영산홍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길 기대해 본다.

그때쯤 나도 자유로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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