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솔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마음 먹고 실천에 옮긴 지 5년 10개월.
솔이는 나이 오십에 낳은 외동딸이다.
결혼의 시기나 자식의 유무, 가족의 구성 등등 이 모든 것에 대해 자유롭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롭기도 했으나 아주 자유로울만큼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제 솔이가 커 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늦게 자식을 두었다는 자책이 조금 생긴다.
형제 자매를 낳아주지 못해 조금 미안하다.
아비가 늙기 전에 어느 정도 장성해야
저도 훨씬 안정된 마음으로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안하다.
이또한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제가 가꾸고 지켜가야할 제 운명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하지만 자연은 아비를 일찍 늙게 할 것이고
아직 어린 솔이는 아비 없는 세상을 훨씬 오래 살아야 할 것이고
그 사실이 조금 미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이 '일기'이다.
일기라기보다는 저에 대한 아비의 끊임없는 관심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제 솔이가 이 블로그를 읽는다.
블로그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도 제가 나이 들어 이 블로그의 글들을 보면,
누군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관찰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애틋해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살았던 이가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운명처럼 강한 공허와 불안이 닥쳐와도
이 어린 시절의 기록, 그 기록에 투여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늠하며
제 삶이 훨씬 튼튼해지기를 기원해본다.
솔아,
너를 키우는 즐거움이 얼마나 방대한지
다음 생애에는 네가 내 엄마가 되어 누려 보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