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301

모든 곳으로

by 모래바다


코감기인지 아니면 비염의 합병증인지

솔이 코가 꽉 막혀있다.

숨쉬기가 힘들어 보여 자주 코를 풀어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솔이는 너무 코를 세게 잡아챈다고 불만이다.


오늘 아침에도 솔이의 코를 풀어주었다.

누런 코를 깨끗이 없애고 싶은 마음에 세게 코를 눌렀더니

솔이가 아프다며 얼굴을 찌프린다.


대화.


- 솔이가 코 막히면 힘드니까 아빠가 좀 세게 푸는 건데 짜증내면 안되지.

- 그렇게 아빠가 세게 푸니까 코에서 피가 묻어나는거야.

- 그래도 코가 막혀서 코로 숨을 못쉬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고, 그러면 입 마르고 목아프고.


- ......아빠는 내가 미워?

- 솔이가 왜 미워? 아빠는 솔이가 정말 예쁜데.

- 아빠가 미워하면 나 떠난다.


솔이가 자못 진지하다.


- 어디로 떠나?

- 모든 곳으로.

- 모든 곳으로? 그러면 아빠는 누구랑 살아.

- 엄마랑 혼자 살면 되지.


별로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나는 결국 솔이에게 사과를 했다.


솔이가 '모든 곳으로' 떠나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BANDPIX_2018-10-30_214832_257.jpg?type=w2 요즘 솔이 책상. 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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