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322

우울

by 모래바다

라디오에서 'you raise me up'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는 솔이의 돌잔치 영상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솔이는 그 노래가 생각난다면서 '아빠는 어떤 음악이 좋아요?' 물었다.

나는 '바로 이런 음악이 좋아.'라고 대답했다.


솔이는 '우울한 음악?' 하고 물었다. 나는 '으응, 나는 우울한 음악이 좋지만, 이 노래가 꼭 우울하다고 볼 수는 없지. 오히려 장엄하다고나 할까?'라고 대꾸했다. 이는 물론 '장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을 것이다.


언젠가 나는 솔이에게 우울한 음악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우울할 때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래서 뉴에이지 음악이나 약간 우울하게 편곡된 세미클래식을 즐기는 편이야.'


사실 솔이가 우울한 음악을 알고 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이 노래 슬프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우울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


솔이는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줄 안다. 차를 탈 때마다 클래식 전문 채널에서 소위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라디오채널을 고정시켜놓은 것은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해서가 아니라 솔이가 편견 없이 다양한 음악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 엄마는 어떤 음악을 좋아해요?

- 엄마는 부드럽고 포근하고 편안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


한참을 생각하던 솔이가 '나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애니메이션 음악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나는 '괜찮아.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음악은 다 달라. 어떤 음악이 더 우수하고 어떤 음악이 열등하고 그런 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솔이는 '아, 그래요?'라고 대꾸하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나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보다 더 우수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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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80c6c537-b8f6-48d6-a3ea-09288cc47216.jpg?type=w773 직장에서 돌아올 때면 솔이가 베란다에서 나를 부르곤 했다(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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