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솔이가 졸업을 했다. 3년 동안 **유치원을 다녔다.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솔이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다. 그래, 유치원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아이를 키워보니 새삼 타인들의 도움이 고맙다. 유치원도 고맙다. 그 공간도 고맙고, 그 시간도 고맙다. 그곳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 원장님, 원감님, 선생님, 그곳에서 간식과 중식을 만들어주셨던 아주머니들. 동물체험을 시켜주었던 아저씨, 기사 아저씨, 마당의 나무들, 놀이기구들, 작은 텃밭, 그 어딘가에 서성이던 닭이나 토끼, 풀과 꽃들, 유치원 위에 떴던 구름과 햇살들, 그곳을 지나던 바람과 비들, 등원 시간이면 흘러나오던 음악들, 심지어는 유치원 옆에 있던 농협 건물과 그 앞에 있던 찻집, 부동산 가게들도 고맙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던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솔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통과 운명과 슬픔, 그 사이사이 우리가 발굴해내야 하는 행복과 기쁨들.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젋을 때의 눈은 늘 어두운 곳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그래도 즐겁던 일도 많았다. 고통과 슬픔들이 있었기에 기쁨과 행복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우리는 이 세상에 내 던져진 존재들이므로 절망보다는 희망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삶에 유익할 것이다.
고통과 슬픔, 절망만을 강하게 응시한다면, 어쩔 것인가. 우리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