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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30

소리

by 모래바다


솔이는 소리를 꺼리는 편이다. 음악소리나 텔레비전, 사람들의 말소리 등등이 조금만 커도 귀를 막는다. 집에서 솔이가 많이 꺼리는 소리가 있는데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는 소리다. 그래서 볼일을 보고도 화장실 레버를 내리지 않고 그냥 나올 때도 많다. 근래에는 좀 덜 그러는 편인데 특히 늦은 밤 같은 때는 나를 불러 레버를 내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얼른 화장실에서 뛰쳐나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빠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럴 때 솔이는 나더러 '능력자'라고 부르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 정도의 일로 '능력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평생이라도 레버를 내려줄 수 있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아는지 큰 일을 봤을 때는 결코 부르지 않는다. 작은 일을 봤을 때만 그렇다. 아마도 그 소리와 관련해 어떤 상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 상상력에서 내가 선한 자의 편에 서는 것 같아 기분좋다. 그냥 나의 상상이다.





SE-504b4e5a-ffc3-459e-bfe0-2298a8ea7e77.jpg?type=w773 케익의 촛불도 한 번에 끄지 못하던 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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