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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47

담임 선생님께

by 모래바다

솔이 담임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솔이 아빠입니다.

1년 동안 철없는 어린 아이들 가르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도 힘들어서 쩔쩔 매는데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아니 가르친다기보다는 돌보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솔이는 몸도 마음도 지식의 넓이도 많이 자랐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마찬가지겠지요. 다 선생님의 노고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학교 가는 것이 재밌다던 솔이는 4월 경부터 조금씩 힘들어 하더군요. 다행히도 타고난 긍정성 때문인지 ‘그렇다고 학교를 안 갈 수는 없잖아?’라며 군말 없이 학교에 잘 다녔습니다. 그래도 솔이가 내색은 안했지만 1학기까지는 학교 가는 일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솔이가 자기도 학습지를 시켜 달라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솔이가 수업과정을 잘 따라가지 못해 학교에서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신문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3학년까지는 맘껏 놀게 하는 게 좋다’라고 주장하기에 그렇게만 생각하고 전혀 공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부랴부랴 집에서 조금씩 공부를 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성했지요. 어차피 학교에 다니는 이상, 중간 정도는 따라 갈 수 있게 공부에 조금 관심을 가져야겠다구요.


어쨌든 2학기가 지나면서 솔이는 학교에 부쩍 흥미를 느끼는 듯 합니다. ‘요새 공부가 좀 재밌더라.’라며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다 1년 동안 1학년 1반을 이끌어 오신 선생님의 많은 노력 덕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언젠가 잠자리에서 솔이가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가사가 너무 좋아 인터넷을 뒤져보니 ‘모두 다 꽃이야’라는 동요더군요.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담임선생님이 가르쳐줬다더군요. 저는 선생님이 어떤 교육관을 가진 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종종 그렇게 노래도 가르쳐주신다고 하더군요. 솔이가 그런 담임선생님을 만난 것이 감사했습니다. 여름방학 전에도 그랬는데 며칠 전에도 솔이가 그러더군요. 이제 방학하면 선생님 못 만나니까 가끔 학교에 선생님 만나러 가자구요. 그래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너무 순수해서 제 마음이 다 안타까웠습니다.


2학기 들어 솔이가 자기는 친구가 없다며 늘 혼자라고 말했습니다. 등하굣길에 친구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카톡도 주고받는 것 같은데 자꾸 자기는 친구가 없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더군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학교생활이 재밌다고 했습니다. 친구들도 몇 명 생겼다고 하더군요. 1반에서 누가 제일 좋냐고 물었더니 담임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어떤 면이 제일 좋냐고 물었더니 잘 가르쳐서 제일 좋다더군요. 제가 반복해서 물어보았는데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며 강조를 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감사할 뿐입니다.


엊그제는 솔이가 가방에서 귀여운 수면양말을 꺼냈습니다. 솔이는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을 ‘귀엽지 않냐’고 물으며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이 선물로 주셨다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자가 스승님께 선물을 해야 도리인데, 오히려 선생님이 온 몸으로 도리를 가르치신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습니다. 솔이가 언젠가부터 ‘경험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솔이의 초등학교 1학년이 높은 경험치로 기억될 것 같아서 저도 기뻤습니다.


1년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 잘 기억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 경험의 DNA가 평생 좋은 품성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리라 믿습니다. 선생님이 캐내신 돌들이 언젠가 필요한 곳에 잘 쓰여 튼튼한 세상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선생님은 다 알 수 없겠지만요.

다시 한 번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2019년 12월 18일 솔이 아빠 드림



솔이가 겨울 방학을 했다. 솔이 담임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썼다. 30년 동안 선생 노릇을 하면서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에게 감사의 글 한 편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왜 우리는 그토록 감사에 인색했을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를 가르쳐준 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학교 앞 건널목에서 아침마다 교통지도를 하시는 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그저 공손한 인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 뿐이다. 잠시 스쳐갔던 분들일지라도 솔이와 조우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 아이는 결코 혼자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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