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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56

새벽비

by 모래바다


솔이가 뜬금없이 물었다.


- 아빠, 새벽비 노래 알아?

- 응? 새벽비?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 된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얼핏 떠오르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가사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새벽비가 주룩주룩...적시네.


그러자 솔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한다.

- 맞아...그거...새벽비가 주룩주룩 철길을 적시네...새벽비가 주룩주룩...어어어엉 으엉... 가사는 잘 모르겠어...아아... 아아아... 사랑하고 있는데...

- 엥?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았어? 아주 오래된 노랜데...


내가 놀라자 아내가 껴들었다.


- 편애중계, 있잖아. 방송 프로그램...거기서 오디션 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와서 그 노래를 불렀거든...그랬더니 그 노래가 좋다구...


헐. 수 십년 전의 노래를 이제 아홉살짜리 아이가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했다. 솔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다 먹고 나서도 계속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아...아아아...사랑하고 있는데...나도 기분을 맞춰주느라 함께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석식을 마친 후 방에 있던 솔이가 화다닥 나온다.


- 엄마, 혜은이라는 가수 알아? 그 가수가 불렀대... 그런데 김동현이라는 사람도 알아? 그 사람이 천사같은 여자를 평생 밤무대에서 떠나지 못하게 했대...


아마도 인터넷에서 그 노래에 대한 정보를 찾은 듯 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감성의 보편성. 시공간을 뛰어넘는 정보의 보편성.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경험치가 풍부해서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궁금하다.


우리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풍성한 인간들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너무 피곤하고 복잡해진 세계를 살게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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