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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60

공부

by 모래바다



솔이가 방학을 했다. 바로 그 날부터 에너지가 넘쳤다. 1학년 초만 하더라도 학교가 너무 재밌다고 했었는데. 이게 학교의 힘인가. 으윽. 왜 힘드냐고 물어보면 뭐, 공부도 그렇고 친구 관계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나는 이 대답이 요만한 또래 아이들의 습관적인 푸념인지 진정한 고민인지 헤아려 본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에 관한 한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1학년을 지나면서,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긴 봄방학을 지나면서도 이렇다할 공부를 시켜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먹고 노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학교가 힘들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 솔이가 심리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해 온라인을 통해 검사를 해 본 적이 있다. 주로 어른들에 관한 내용이어서 어려운 말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문제를 쉽게 풀이해 물어보았다. 그런데 검사를 하는 도중 한 가지 질문에서 조금 슬픈(?) 대답을 듣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는데 솔이가 '아주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은 대부분 중간을 선택했던 솔이었다. 자존감이 낮아서인가. 아니 왜? 늘 씩씩하고 명랑하고 자신감 넘치고 사교성도 좋은 아이인데. 그래서 솔이의 낮은 자존감이 공부 성취도가 낮아서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굳은 결의로 솔이에게 제안했다. 하루에 국어 두 장, 수학 두 장, 영어 두 장씩을 쓰고 풀자고. 그리고 책 한 권씩만 읽자고. 하지만 솔이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그래서 좀 겁을 주려고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문제풀이를 한대, 국어도 하고 영어도 하고 수학도 하고...책도 하루에 두 권씩 읽는다는데? 영어 듣기도 하고...'라고 말하자 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꾸한다. '정말? 그건 학대야... 어린 아이들한테 그렇게 공부시키면 학대라구...' 헐.


운동 끝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솔이는 닌텐도 게임에서 하나만 추가로 결제하고 싶다며 다가선다. 운동 가기 전에도 결제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뗐는데, 자기가 닌텐도 홈페이지에 들어가 표준카드 다운 받는 법을 자세히 알아놨다며 얼른 한 번 해보라고 보챈다. 저녁에 국어 문제집을 두 장 풀기로 했는데, 그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모양이다.


에고...그랭...건강하게만 자라다옹. 내가 이쁜 딸을 학대해서는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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