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39
문틈으로 택배를 들여오려다 문고리에 이마를 찧었다.
이마 쪽에 새끼 손톱만한 상처가 났다.
나이가 들면서 공간감각이 둔감해졌다.
팔이나 어깨, 팔꿈치, 머리, 다리 등을 움직이다가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걸을 때도 정확하게 착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살짝 헛발을 디딘다는 느낌도 있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눈도 침침하다.
밥을 먹다가 음식을 흘리는 일이 잦고, 사래도 잘 든다.
몸 전체가 예전보다 어눌하다.
이런 걱정을 늘어놓으면 동년배의 지인들이 자신들도 그렇다며 위로해준다.
함께 늙어가면서 같은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위안이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마를 찧어도 예전만큼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마에 밴 핏물 때문에 덜컥 겁도 났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통증이 줄었다.
다행이다.
상처가 늘어날수록 통증은 줄어든다.
어느 날 죽음같은 큰 상처가 다가왔을 때도 통증은 많이 희미해질 거라고 믿는다.
아마도 이것은 자연이 하는 일일듯 하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도 이전과 고통의 크기가 동일하다면 죽음은 정말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자연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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