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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시현 Mar 03. 2020

독서의 목적과 방법

     학부모가 알아야 할 교육이야기 2.

(**초등학교 도서관주최 학부모대상 강연 원고 정리) 


독서의 함의」

오랜 시간, 많은 곳에서 독서는 늘 거론되는 화두였습니다. 그만큼 독서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텐데, 왜 그럴까요?

독서는 왜 중요한 걸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이 독서의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독서를 하는 이유를 물으면 고정적으로 나오는 대답이 마음의 양식입니다. 외에도 정보 취득. 지식 함양 등등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독서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독서의 본질적 이유이자 목적은 예상외로 단순합니다. 그것은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시시한가요?

여기서 잘 산다는 의미는 정신적인 부분이 아니라 지극히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독서는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남들과의 관계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면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부모님들 가운데 십 년 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원하신다면, 십 년을 잡고 독서를 하십시오.

아이들이 장차 잘 살기 원하신다면 지금 아이들의 손에 책을 들려주십시오.  

    

그럼 독서를 하면 왜 잘 살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 여러 인물 그림이 있습니다.

이 인물 그림을 보시고 책과 어울리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이고 단순하게 나누시면 됩니다.


 (인물 그림: 신사임당. 마당쇠. 흑인 노예, 링컨, 조선 선비, 향단이. 강단에서 강의하는 남자, 곡괭이로 땅을 파는 남자)     


책과 어울리는 그룹에 신사임당. 링컨, 조선 선비, 강의 남자가 들어갔네요.

반대의 그룹에는 마당쇠, 흑인 노예, 향단이, 땅 파는 남자가 들어갔고요.

여기 계신 분들만 이렇게 그룹 짓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다 이렇게 그룹을 만듭니다.  

    

그럼 책과 어울리는 신사임당, 링컨, 선비, 강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청중 가운데서 잘 사는 사람들이요- 대답이 나옴)

맞습니다. 이들은 잘 사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회의 기득권자들이고, 주류층이고 상류층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나머지 인물을 어떻습니까? 반대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겠지요.


여기서 사회적 가치나 철학 등 사변적인 이야기는 제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기득권자가 옳은 것이냐, 선비는 다 상류층이냐 등의 이의제기는 접으시고 오직 독서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다시 한번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들은 주류층이어서 책과 가까운 것일까요? 아니면 책과 가까워서 주류층이 되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역사를 되짚어보겠습니다.    

  

씨족에서 부족사회를 지나 국가라는 공동체가 생기는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국가의 건국은 대부분 무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 역사만 봐도 고구려의 주몽, 고려의 왕건, 조선의 이성계 모두 무인이었습니다.


문인이 나라를 세운다 해도 무인 세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건국초의 권력은 대체로 무인들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권력을 잡은 이들의 다음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나라를 세웠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준비하겠습니까?

그들의 다음 관심사는 거머쥔 그 힘을 아들에게 손자에게 즉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주는 것입니다.

이제 대물림의 수단이 있어야겠지요.


그 수단은 칼이 아닌, 바로 독서입니다. 그들은 칼로는 그 힘을 유지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건국 시기가 지나면 무인보다 문인에게 힘이 쏠리고 정책 역시 ‘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책은 왜 힘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는 걸까요?

특수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는 많이 아는 자가 적게 아는 자를 지배하는 게 세상의 법칙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배층으로서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가 필요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줄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있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책뿐이었습니다.

지배층에게 책은 필수 불가결한 절대 요소라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 이야기가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독서의 외피를 벗겨내면 나오는 본질인 것이 사실입니다.

양반들이 세종의 한글 창제를 반대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지식과 정보를 백성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곧 힘의 분산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세상을 미로라 한다면 책은 그 미로의 지도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석학들이나 리더들 심지어 예술가까지 그들의 쌓은 성취와 노력을 책에 담고자 합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별다른 노력 없이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몸이 밥을 먹으며 성장하듯이, 지성은 책을 통해 성장합니다. 여기서 지성이란 지식 안목 분별력 예측력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항목들이죠. 독서를 하면 키울 수 있습니다.    

  

잠깐 영화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영화에서 왕족이나 귀족의 자식들은 뭘 하고 있나요? 걔네들은 일상적으로 책을 보고 있습니다.

피지배계층, 그러니까 평민이나 하인의 자식을 뭘 하나요? 걔네들은 당연히 일을 하지요.


이것은 세상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장면입니다. 앞으로 그런 화면을 보실 때에는 꼭 독서의 함의를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은 책, 다시 말해 독서가 갖는 함의를 이해하셨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중 어느 쪽 국민이 독서를 더 많이 할까요? 통계를 보면 대체로 북유럽 국가들이 높게 나옵니다.

이런 나라들은  국민이 독서를 많이 해서 선진국이 되었을까요? 선진국이어서 국민이 독서를 많이 할까요?

답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실증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야기를 살짝 벌려보면, 양반들의 자녀교육은 대체로 독선생을 집에 들여 공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개인과외입니다. 수업은 대체로 책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한 것을 확인하고 나아가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해와 해석을 두고 선생님과 질의응답 과정이 있었겠지요. 지금으로 치면 북토크입니다.  


현대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집에서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 데리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후에 다시 하겠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이제 두 번째 주제로 들어가겠습니다.


독서가 이렇게 훌륭한 것이니, 어떤 책이든 읽기만 하면 다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은 우리가 먹는 먹거리와 같습니다.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 어떤 음식이든 먹기만 하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죠?

여러분 집에서 자녀들에게 밥을 줄 때 얼마나 신경을 쓰십니까? 매일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만 주는 엄마는 없습니다.

책도 이와 똑같습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같은 책이 있고, 맛이 없지만, 꼭 먹어야 하는 야채 같은 책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책은 읽지 말고 어떤 책은 읽으라고는 안 하지만, 패스트푸드도 먹되, 가능한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짧은 시기 아이돌처럼 붐을 이루는 책들이 있습니다. 자기 계발서나 저명한 이들의 에세이집 같은 것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책들은 마치 트로트 음악처럼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기도 하고, 답답한 일상에 달콤한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어머니들의 독서모임에 가보면 대부분 이런 책들을 읽고 계십니다. 이런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지만, 여기에 편중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점에서 진열대 앞 쪽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실 이런 책을 읽고 독서했다고 하는 건 조금 민망한 일입니다.     

 

야채에 해당하는 책 중 대표적인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고전’입니다.

고전의 기준을 19세기 이전이나 근대 이전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여러분은 쉽게 고전은 한 세대를 지난 책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세대를 지났다는 것은 그 책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작의 가치가 없는 책은 한 세대를 지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집니다.

사라지지 않는 책은 그 가치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대부분 서양이나 러시아 문학을 떠올리지만, 저는 우리나라 근현대의 책을 먼저 추천합니다.


염상섭의 삼대, 김동인의 장편소설, 그리고 7,80년대를 대표하는 이청준을 읽어보시고, 거슬러 올라가서 한중록과 난중일기 같은 책도 빼놓지 말고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서양의 고전도 읽어야 합니다.    

  

고전을 읽을 때 주의하셔야 할 것은, 고전 장편소설은 대체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플롯에 충실합니다.


현대의 대중소설은 성미 급한 독자의 요구에 충실해서 발단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전개가 펼쳐지다가 곧장 위기로 돌진합니다.

하지만 고전은 발단과 전개가 아주 깁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이 길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서 책을 덮고 말아 고전 읽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참고 읽으면 나도 모르게 책 속에 함몰되어 깊은 재미를 느끼고, 어느덧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됩니다.

두꺼운 고전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뿌듯함과 성취욕까지 느낄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출판된 책을 고를 때는 저자의 전문분야가 분명하고, 그 전문분야에 대해서 쓴 책을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역사서를 읽는다면 역사학자가 쓴 역사서를 보시고, 농서를 본다면 농부가 쓴 책을 보시라는 의미입니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재원으로 하는 독서에서 굳이 역사학자가 쓴 농서를 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녀 독서 지도  

다음은 자녀의 독서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어떤 책을 읽혀야 하나고, 또 하나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 수 있을까입니다. 그렇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아이의 독서지도는 부모님들이 스스로 찾으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성향이 다 다르고, 독서레디네스 역시 다르기 때문에 맞춤한 방법은 아이를 가장 잘 아는 부모님이 찾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런 강의도 참고가 되고, 여러 책들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모님이 책을 읽으면 그것을 본 아이도 책을 읽는다는 말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해보셨나요? 실제로 그렇던가요? 아니요. 부모님이 책을 읽어도 책 안 읽는 아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이 책을 읽어도 아이가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책을 읽는 부모님만이 내 아이에게 알맞은 독서지도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아이에게 독서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책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세 가지를 참고하시고 부모님께서 독서력을 높이셔서 더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을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아이들의 편식 독서입니다.

편식이 건강에 안 좋은 것처럼 편식 독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시작해서 학년이 높아가면서 동화책 위인전, 역사책 지식정보책 등으로 독서 범위를 넓혀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편식 독서를 합니다. 좋아하는 책만 읽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이때 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한데,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분야를 파악한 후 연령에 맞게 다른 분야의 책을 조금씩 권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화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동화책을 두 권 읽으면 다음에는 역사책이나 위인전, 그리고 다시 동화책을 읽고, 다음에는 지식 정보책을 한 권 읽기 하는 방식입니다.


편식 독서가 심한 아이들은 고학년이 돼서도 지식정보책을 꺼려하는데, 이런 훈련을 해놓으면 지식정보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골라줄 때는 아이의 독서레디네스를 잘 살펴본 후 수준에 맞거나 조금 높은 책을 골라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살피셔서 지나치게 구어체의 문장, 대화가 너무 많은 책등은 피해야 합니다.


저학년 때는 본문에 대화체가 많은 게 일반적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화체는 줄고, 평서문 위주로 내용이 전개돼야 합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아이들은 어휘력과 문장력 사고력 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북토크입니다.

북토 크는 아이들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 부모님께서 하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북토 크는 대단한 게 아니라, 아이가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그 책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부모님께서 질문을 하시고 아이가 대답하는 방식입니다.


북토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질문은 사실 파악 단계에서 시작해 가치판단의 단계로 높여 갑니다.


어떤 질문으로 아이 안에 있는 것을 끌어내고, 더 깊은 사색으로 이끌지 부모님이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합니다.

책 내용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주인공의 감정이나 처지에 대한 이해, 아이의 감정과 느낌, 작가의 생각과 사회 상황, 그리고 아이의 생각과 판단의 순서로 진행하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이 순서를 참고해서 질문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북토크는 시험이 아님으로 대답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부모님은 수용적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책 내용 중 한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라 할 수도 있고, 내용에 합당한 노래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가장 실제적인 팁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 되시면 출판사를 하나 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출판사들은 하나의 지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 출판사가 고전과 대중소설을 같이 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고전을 내는 출판사는 죽 고전을 출판하고 대중소설을 내는 출판사는 또 그와 같은 책들을 계속해서 출판합니다. 때문에 좋은 출판사를 한 곳 정해놓고 거기서 낸 책들을 읽으시면 좀 더 편하게 독서를 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구체적으로 출판사를 지목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시고, 여러분 자신을 믿고 서점에 가서 보시면 어떤 출판사를 정해야 할지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여러 질문들이 있으시죠? 독서를 하시면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저의 강연 자료 대부분을 책을 통해서 얻고 배웁니다.


제 강의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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