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지 10년이 된 우리집 뚱냥이는 전보다 간식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이전에는 주식인 사료를 많이 먹고, 간식을 찾았지만 이젠 간식이 없으면 마지못해 사료를 먹는 식이 돼버렸다.
얼마 전 장난 반으로 간식 그릇 앞에 누르면 소리가 나는 ‘탁상벨’을 놓았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눌러. 이렇게 말이야”
나는 손으로 벨을 누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녀석은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벨을 누르는 거나, 벨소리라든가에는 영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간식 그릇 옆에 벨을 치우지 않았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녀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떼를 쓴다. 내 앞에 앉아 한참을 쳐다보고 있거나,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며 운다. 간식을 자꾸 찾으니 버릇을 고쳐주려고 몇 번 무시했지만 녀석은 더 집요하게 신호를 보냈다. 어떤 때는 나를 계속 쳐다보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래 이번 한 번만이야”라고 간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집요하게 울며 떼를 써서 “안돼. 오늘 벌써 몇 번째야”라고 나도 버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녀석이 벨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땡~땡~”
드디어 발로 벨을 누르는 것인가? 소리를 듣고 놀란 나와 남편은 간식 그릇 앞으로 가보았다. 녀석은 간식 그릇 앞에 가만히 앉아있었고, 벨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렇다. 녀석은 벨을 누른 게 아니라 벨을 내동댕이 치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재밌는 건 이런 행동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땡~땡” 벨소리에 우리가 반응하는 걸 알았는지 가끔 벨이 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렴 어때. 발로 벨을 꾹 누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리를 내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니까. 녀석의 간식 그릇 앞에는 여전히 벨이 놓여 있다. 나는 오늘도 녀석과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안돼. 조금 있다가 먹어”